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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단속 비웃듯 "요소수 14만원"…폭리 취하고 사라졌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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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화물차 등 디젤 차량 운행의 필수 품목인 '요소수'가 공급부족으로 품귀 현상과 함께 가격이 폭등하고 있는 가운데 3일 오후 대전의 한 주유소에서 직원이 요소수 품절을 알리는 안내문을 부착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화물차 등 디젤 차량 운행의 필수 품목인 '요소수'가 공급부족으로 품귀 현상과 함께 가격이 폭등하고 있는 가운데 3일 오후 대전의 한 주유소에서 직원이 요소수 품절을 알리는 안내문을 부착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매점매석 신고는 마음껏 하세요. 정부의 헛발을 욕해야지 시장 가격에 맞춘 개인 판매자는 상관없습니다.”

8일 오전 7시 한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요소수 판매 게시글 일부다. 10ℓ짜리 요소수 한 통을 12만원에 판매한다는 글 작성자는 “청와대 TF팀이 백방으로 뛰어다녀서 구한 게 겨우 2만 리터라 답 없는 상황”이라며 “구입할 생각 없는 분들이 매점매석이니, 과도한 가격이니 말씀이 많다”고 적었다. 평소보다 10배 넘는 가격을 성토하는 댓글이 100여개 달렸지만, 이내 거래는 완료됐고 판매자는 게시글을 지운 뒤 사라졌다.

온라인상에서 요소수 바가지 기승

8일 오전 7시 중고거래 사이트인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에 올라온 요소수 판매글. 홈페이지 캡처

8일 오전 7시 중고거래 사이트인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에 올라온 요소수 판매글. 홈페이지 캡처

중국의 수출 제한에 따른 요소수 품귀 사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선 폭리를 취하려는 개인 판매자들이 활발히 움직였다. 8일부터 요소수를 매점매석하거나 불법 유통하는 행위를 금지하겠다고 정부가 밝혔지만, 개인 판매자는 단속 대상에서 제외된 탓이다. 요소수를 구하지 못해 차량 운행 중단 위기에 놓인 화물차 기사 등의 절박한 처지를 이용한 판매자들의 ‘바가지’ 행위는 계속됐다.

이날 오전 중고나라와 당근마켓 등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요소수를 구하거나 판매한다는 게시글이 수십 건 올라왔다. 한 판매자는 ‘한국석유 관리원 인증 요소수를 판매합니다’는 제목의 글에서 “수량이 많지 않다”며 요소수 판매 가격을 14만원으로 적었다. 터무니없는 가격을 비꼬듯 한 네티즌이 “와 원래 6000원 하던 건데…사기인가요?”라는 댓글을 달자, 판매자는 “(지금) 6000원에 구해서 판매하시면 인정해드립니다. 과자가 100원이던 시절도 있었죠”라는 답글을 달았다.

매점매석 금지 고시에도 횡행하는 폭리

8일 오전 7시 중고거래 사이트인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에 올라온 요소수 판매글의 내용. 홈페이지 캡처

8일 오전 7시 중고거래 사이트인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에 올라온 요소수 판매글의 내용. 홈페이지 캡처

요소수가 시급한 구매자들은 10ℓ요소수 1통을 5만원에 사겠다는 구매글을 직접 올리기도 했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1만원 안팎에 구할 수 있었던 요소수를 5배가량의 웃돈을 주고서라도 사겠다는 구매 경쟁이 벌어진 셈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판매글을 통해 형성된 ‘10ℓ=10만원’의 암묵적인 시세 탓에 실제 구매는 잘 이뤄지지 않았다.

10만원이 넘는 가격의 요소수 판매글이 이어지자 네티즌들은 댓글을 통해 정부 단속 사실을 알리며 폭리를 취하려는 행위를 비판하거나 정부에 신고한 사실을 인증하기도 했다. 한 네티즌은 ‘요소수 파는 놈들 망했다’는 제목의 글에서 “요소수한 통에 4만원부터 10만원까지 파는 놈들을 국민신문고에 다 신고했다”며 국민신문고에 넣은 민원이 환경부에서 국세청으로 이송된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올렸다.

신고해도 처벌 미지수, 개인은 단속 제외

그러나 이와 같은 신고 사례가 실제 처벌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8일부터 시행된 요소수 매점매석 금지 고시는 대기환경보전법에 규정된 자동차 촉매제의 제조·수입·판매업자가 적용 대상”이라며 “단속 기준도 가격이 아닌 재고량이나 판매량이다”고 말했다. 이어 “한 개인이 요소수 수백·수천 통을 보관하는 행위가 적발된다면 처벌이 이뤄질 수 있겠지만, 소량으로 이뤄지는 개인 간 거래는 현재로썬 단속 대상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다만 정부는 개인 간의 요소수 거래라 할지라도 관련 신고는 모두 접수해 향후 검토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요소수 매점매석 행위 신고센터를 운영 중인 환경부의 한 관계자는 “고시가 규정한 사업자뿐만 아니라 개인 간의 요소수 거래도 국민신문고와 신고센터 등을 통해 모든 신고를 접수해 취합하고 있다”며 “향후 관련 법률에 따라 단속이나 처벌에 관한 검토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사기도 횡행, “지나치게 저렴한 상품 주의”

수사당국은 온라인을 통한 개인 간의 요소수 거래에서 사기가 횡행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이날 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과는 “최근 요소수 품귀 현상을 틈탄 요소수 판매 관련 사이버 사기가 사이버범죄 신고 시스템으로 이날 기준 34건 접수됐다”고 밝혔다. 이어 “시중 가격 대비 지나치게 저렴한 상품을 주의하고 거래 전에는 경찰청 ‘사이버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판매자 전화와 계좌번호가 신고된 이력이 있는지 확인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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