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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이에나냐"…尹캠프 300명 떨게한 김종인 한마디

중앙일보

입력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총괄선대위원장직을 맡을 것이 유력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사진은 10월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를 찾은 김 전 위원장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사진기자협회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총괄선대위원장직을 맡을 것이 유력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사진은 10월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를 찾은 김 전 위원장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사진기자협회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선출 직후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 구성을 놓고 당내에 본격적인 주도권 싸움이 시작됐다.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을 것이 유력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윤 후보 캠프에 몰려든 인사들을 ‘자리 사냥꾼’에 비유하며 사실상 선대위 전면 재구성을 요구했다. 이준석 대표도 비슷한 목소리를 냈다. 반면 윤 후보는 8일 “당 중심의 선거”를 강조하면서도 캠프 해체가 아닌 확대 개편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8일 신동아 유튜브 대담에 출연해 “윤 후보의 확정 과정을 보면, 선대위 구성을 냉정하게 할 필요가 있다”며 “윤 후보가 당심에선 상당한 격차로 이겼는데, 일반 여론조사에서 11%포인트에 가까운 차이로 진 것이 뭘 의미하는 것인지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윤 후보의 캠프를 겨냥해 뼈있는 말도 남겼다. 김 전 위원장은 “어떤 사람이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면 우후죽순으로 사람이 많이 모인다”며 “내가 그런 사람들을 가리켜서 ‘자리 사냥꾼’이라고 얘기하는데, 제대로 선별 못 하면 당선에도 문제가 있고, 당선이 돼도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윤 후보를 향해선 “캠프가 자신을 후보로 만드는 데 기여했다는 책무감 때문에 이 캠프를 가지고 대선을 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하면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며 “(윤 후보에 유리한) 여론조사만 가지고 과신하는 건 금물”이라고 조언했다. “여러 대선을 경험해봤는데, 공식 후보가 되기 전과 공식 후보가 된 뒤에 사람이 변하는 성향들이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10월 24일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 비즈니스 타워에서 열린 가칭 "새로운물결" 창당발기인 대회에서 기념촬영을 마치고 자리로 이동하던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왼쪽)가 김종인 국민의힘 전 비대위원장을 바라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10월 24일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 비즈니스 타워에서 열린 가칭 "새로운물결" 창당발기인 대회에서 기념촬영을 마치고 자리로 이동하던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왼쪽)가 김종인 국민의힘 전 비대위원장을 바라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복수 인사들의 전언에 따르면 김 전 위원장은 윤 후보 캠프를 전면 해체하는 수준으로 새로운 선대위를 꾸리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는 과거 굵직한 정치 국면에서 구원투수로 등판할 때마다 ‘전권’을 강조해왔다. 가깝게는 지난해 총선 이후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할 때도 연말 임기 보장을 요구해 일부 당 인사들과 충돌했다. 김 전 위원장과 가까운 한 인사는  “정치인 입장에선 가까운 사람을 임명하면 그만인 직책의 인선에도 신중을 기하는 게 김 전 위원장의 스타일”이라며 “김 전 위원장이 제외해야 할 사람과 포함돼야 할 사람 등 대략적인 구상을 이미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김 전 위원장이 등판 직전 ‘캠프 해체’ 수준의 선대위 구성을 강조하자 윤 후보 캠프 내부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당초 윤 후보는 직함을 가진 구성원만 300여 명에 달하는 매머드급 캠프를 꾸렸다. 한 캠프 인사는 “일부 인사들이 ‘나도 자리 사냥꾼에 속하는 거냐’고 반발할 정도로 캠프가 종일 떠들썩하다”며 “캠프 안에는 김 전 위원장과 가까운 사람도, 껄끄러운 관계인 사람들도 있는데 선대위 출범을 앞두고 분위기가 뒤숭숭하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 이준석 대표로부터 선거에 도움을 주는 복주머니를 선물 받고 있다. 왼쪽부터 이준석 대표, 윤 후보, 김기현 원내대표. 임현동 기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 이준석 대표로부터 선거에 도움을 주는 복주머니를 선물 받고 있다. 왼쪽부터 이준석 대표, 윤 후보, 김기현 원내대표. 임현동 기자

경선 국면에서 윤 후보와 수차례 삐걱거렸던 이 대표도 김 전 위원장에게 힘을 실었다. 이 대표는 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전 위원장은 큰 권한을 요구한 뒤 그 권한이 위임됐을 때 승리를 가져왔기에 (윤 후보가) 고민이 많을 것”이라며 “선대위 전면 재구성과 (캠프 인사들이) 자리를 비우는 과정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는 7일 JTBC 인터뷰에서도 “김 전 위원장과 내가 ‘하이에나’와 ‘파리떼’를 언급한 시점부터 윤 후보 캠프에 더 많은 사람이 참여했다”며 “그 이후 캠프에서 표를 얻은 것이 많은지, 감표 요인이 많은지를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반면 윤 후보는 캠프를 확대 개편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윤 후보는 7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선대위 구성에 대해 “캠프에 있는 사람들을 내보낸다는 뜻이 아니다. 캠프 멤버에 더해 진영을 넓혀서 큰 선거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윤 전 총장이 캠프 핵심인 4선의 권성동 의원을 비서실장으로 임명한 것을 두고도 당내에선 “캠프를 내치지 않겠다는 시그널”이란 해석이 나왔다.

당 인사들에 따르면 이날 서울 현충원에서 권 의원이 “나는 파리떼냐, 아니면 하이에나냐”고 농담하자, 김재원 최고위원이 웃으면서 “권 의원은 덩치가 있으니 하이에나로 하자. 파리는 좀 그렇지 않으냐”고 말했다고 한다. 권 의원은 이날 김 전 위원장과 함께 오찬도 했다. 권 의원은 “선대위 구성 시기 등에 대해 김 전 위원장과 큰틀에서 이야기를 했다”고 밝혔다.

홍준표 “대선 지는 사람, 아마 감옥 갈 것”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BNB타워에서 열린 JP희망캠프 해단식에서 인사말을 마친 후 취재진과 만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BNB타워에서 열린 JP희망캠프 해단식에서 인사말을 마친 후 취재진과 만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한편 이날 홍준표 의원은 캠프 해단식을 가졌다. 홍 의원은 “이번 대선에서 지는 사람은 아마 감옥에 가야 할 것”이라며 “대선 뒤 사람들이 승복할 수 있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향후 역할에 대해선 “비리 대선엔 참여하지 않는다. 다만 백의종군하는 것과 원팀 정신을 주장하는 건 별개”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홍 의원과 김 전 위원장의 ‘악연’을 들어, 윤 후보를 중심으로 뭉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반응이 많다. 앞서 홍 의원은 김 전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직을 맡을 때 반대했었고, 이후 김종인 비대위 체제에서 복당에 어려움을 겪었다. 경선 과정에선 김 전 위원장이 ‘윤석열 대 이재명’ 구도를 전망하자 홍 의원이 “도사 나왔다”고 비꼬는 등 앙금이 이어졌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홍 의원에 대해 “경선에 탈락한 사람은 원팀이 된다고 해도 심정적으로 확실한 원팀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경선 기간 홍 의원 캠프 여명 대명인을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고소했던 권성동 의원 측은 이날 고소 취하를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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