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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GTX 확충하고, 버스·철도는 100% 친환경으로 바꿔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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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강갑생 기자 중앙일보 교통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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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등 내년 대선에 나설 주요 정당의 후보자가 확정됐다. 이에 맞춰 각 진영에서 준비한 부동산, 경제, 외교안보, 정치, 교육 분야 공약도 속속 소개되고 있다. 하지만 교통분야 공약은 아직 별로 전해지는 게 없다. 후보별로 준비 중이리라 짐작해본다.

주민 기대와 달리 노선이 대폭 축소돼 거센 반발을 불러왔던 서부권광역급행철도(GTX-D) 사례나 지역별로 희비가 엇갈린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 노선 정차역 추가 논란만 봐도 교통정책은 우리 삶 곳곳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교통분야 공약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교통학회가 뽑은 차기 교통정책
시차출근제·시간별 요금제 눈길
자율주행 전용도로 늦출 수 없어
94년 통합된 교통부 독립시켜야

차기 정부의 교통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까. 때마침 대한교통학회가 전문가 의견을 모아 ‘차기 정부에 바라는 교통정책 요구안’을 마련했다. 1982년 창립된 대한교통학회는 150여 개 기관·단체와 교통 관련 전문가·전공자 4600여 명이 회원인 국내 최대 규모의 교통학술단체다.

내년 대선 앞두고 각 정당에 전달

빠른 이동과 친환경을 동시에 실현하려면 입체적인 교통정책이 필요하다. GTX-A노선에 달릴 차량 모형. [중앙포토]

빠른 이동과 친환경을 동시에 실현하려면 입체적인 교통정책이 필요하다. GTX-A노선에 달릴 차량 모형. [중앙포토]

대한교통학회가 마련한 정책 요구안은 크게 7가지로 구성된다. ▶교통서비스 고도화를 통한 국민 이동의 질 향상 ▶친환경 모빌리티로의 대전환 ▶국민 수용성 높은 혁신 모빌리티 체계 구축 ▶포스트 코로나 시대, 뉴노멀 교통체계 수립 ▶동북아 물류중심국가로의 재도약 ▶글로벌 교통네트워크 구축 ▶새로운 교통정책 거버넌스 구성 등이다. 이선하 대한교통학회장은 “학회 차원에서 대선 후보들에게 제시할 공약 요구안을 만든 건 처음”이라며 “차기 정부에선 여러 교통 현안을 다각적이고 효과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입체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7개 요구안을 세부적으로 보면 우선 ‘교통서비스 고도화를 통한 국민 이동의 질 향상’은 전국 광역대도시권에 GTX와 S-BRT(첨단간선급행버스체계) 같은 고속 대중교통 체계의 조기 구축을 강조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부산·울산·경남권과 대구·경북권, 광주·전남권, 강원권, 대전·세종·충청권 등 5개 지방 대도시권의 광역철도에 최고 시속 180㎞의 GTX급 열차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현재 사전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인 이들 광역철도 사업을 보다 속도감 있게 진행해 조기 완공하고, 노선도 더 늘리는 게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빠른 이동과 친환경을 동시에 실현하려면 입체적인 교통정책이 필요하다. 울산의 수소 시내버스. [중앙포토]

빠른 이동과 친환경을 동시에 실현하려면 입체적인 교통정책이 필요하다. 울산의 수소 시내버스. [중앙포토]

‘친환경 모빌리티로의 대전환’은 탄소중립 사회를 위한 방안으로 버스·철도 등 대중교통수단을 전부 친환경 에너지 차량으로 바꾸고, 중대형 주택단지의 전기·수소 충전소 구축을 의무화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민 수용성 높은 혁신 모빌리티 체계 구축’에선 모빌리티 시장 진입 절차의 제도화와 갈등 조정을 위한 기구 신설이 눈에 띈다. 앱 기반 차량호출 서비스인 타다의 등장과 퇴출 과정에서 극명하게 표출된 신·구 교통산업 간의 갈등을 원만하게 풀면서 모빌리티 혁신을 이끌어야 한다는 취지로 보인다. 자율주행 전용도로 건설과 저고도 공역·지상교통체계 간 3차원 Mass(통합이동서비스) 구현도 들어 있다.

빠른 이동과 친환경을 동시에 실현하려면 입체적인 교통정책이 필요하다. 고속도로 전기차 충전소. [뉴스1]

빠른 이동과 친환경을 동시에 실현하려면 입체적인 교통정책이 필요하다. 고속도로 전기차 충전소. [뉴스1]

‘포스트 코로나 시대, 뉴노멀 교통체계 수립’ 역시 국민 이동의 질 향상과 밀접하다. 교통량의 시공간적 분산을 위한 시차 출근제 확대와 시간대별 요금 차별화, 수요대응형 대중교통 서비스의 도심 확대 및 재정지원 등이 대표적이다. ‘동북아 물류중심국가로의 재도약’과 ‘글로벌 교통네트워크 구축’은 국가경쟁력 강화와 일맥상통한다. 부산항 등 환적화물 재유치, 해운을 연계한 항공물류 거점 확보, 대륙철도 연계를 통한 유라시아 화물운송 실현 등이 세부 방안이다.

대중교통·모빌리티·물류 등 총괄

마지막으로 ‘새로운 교통정책 거버넌스 구성’은 교통정책을 입체적으로 추진·실현하기 위해 교통부 독립 같은 개혁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현재 국토교통부는 대부분의 역량이 부동산 정책에 쏠려 있어 교통 분야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국토부 관계자는 “선진국에선 대부분 교통 정책은 중앙정부가, 부동산 정책은 지자체가 담당한다”며 “우리는 교통 현안이 부동산 문제에 밀리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해운과 일부 물류 분야를 다른 부처에서 맡고 있어 종합적인 교통정책 수립과 추진에 한계가 있다는 문제 제기도 있다. 이 때문에 대중교통과 모빌리티·항공·철도·물류·해운 등을 한데 묶어 교통 전반을 관장하는 컨트롤타워로서 교통부를 새로이 독립, 출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애초 독립 부처였던 교통부는 지난 1994년 작은 정부 구현,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와 운영의 효율적인 연계 등을 명분으로 건설부와 통합됐다.

정진혁 연세대 교수는 “실질적인 국민 이동의 질 향상과 균형 발전을 위해선 교통부의 독립과 교통 SOC 분야의 예산결정권 강화 등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한교통학회는 10일 제주도에서 열리는 정기학술대회에서 정책요구안을 발표한 뒤 의견 수렴을 거쳐 최종안을 각 정당에 보낼 계획이다. 각 당의 대선후보 진영이 교통전문가의 집약된 정책 요구안을 깊이 있게 검토하고, 새로운 시대 정신과 차기 정부의 비전에 부합하는 교통 공약을 제시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