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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코로나 치료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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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경희 기자 중앙일보 P디렉터
이경희 이노베이션랩장

이경희 이노베이션랩장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가 경구용 코로나 치료제 ‘팍스로비드’의 획기적인 임상 결과를 내놨다. 증상 발현 3일 이내 치료제를 먹으면 입원·사망 확률이 89% 줄어든다는 것이다. 화이자의 치료제를 복용한 코로나 환자 607명 중 6명만 입원했고 사망자는 한 명도 없었다. 반면 대조군에선 612명 중 41명이 입원했고, 그중 10명이 사망했다. 화이자보다 한 달여 앞서 결과를 발표한 미국 제약사 머크앤드컴퍼니(MSD)의 경구 치료제 ‘몰누피라비르’는 대조군보다 중증도 위험률을 50%가량 낮췄으며, 사망자는 없었다. 화이자는 미국 식품의약안전국(FDA) 긴급 승인을 신청할 예정이고, MSD는 FDA 승인을 기다리는 사이에 영국에서 먼저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경구용 치료제는 '게임 체인저'라 불린다.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하는 정맥용 주사제와 달리 지역별로 천차만별인 의료환경과 관계없이 쉽게 처방할 수 있어서다. 2009년 유행한 신종플루(H1N1)의 공포를 잠재운 건 스위스 제약사 로슈가 특허권을 가진 항바이러스제 ‘타미플루’였다. 한국에선 의료보험이 적용돼 5일 치 10알을 몇천원이면 처방받을 수 있다. 타미플루의 한국 내 특허는 2016년 만료됐고, 이후 복제약이 대거 나오면서 가격이 더 내려갔다.

 MSD의 신약 5일분 약값은 712달러(약 84만원)다. MSD는 지난달 유엔 국제의약품구매기구 산하 의약품특허풀(MPP)과 몰누피라비르 생산특허사용협약을 체결했다. 중‧저소득 105개 국가에 특허 사용료를 받지 않고 복제약을 생산할 수 있도록 자발적으로 사용권을 푼 첫 사례다. 그러나 국경없는의사회는 "중국·브라질 등 환자도 많고 복제약 생산 능력도 갖춘 중상위 국가가 빠져있다”고 유감을 표했다. 미국 정부의 막대한 연구자금을 받고도 사용권에 제한을 두는 건 문제라고 지적하면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약은 사치품이 아니다'란 구호를 내걸고 코로나19 관련 기술의 법적 제약이나 지식재산권은 없어야 한다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

 정부는 MSD·화이자 등의 먹는 약 40만여 명분을 선구매해 내년 1분기부터 공급할 계획이고, 추가 도입도 검토 중이다. 선진국이 된 한국은 어쨌든 로열티 프리 혜택을 보긴 어렵다. 한국 연구실이나 제약사의 개발 성공 소식도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