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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잠재성장률 0.8% 전망, OECD국 꼴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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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한국의 1인당 잠재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030∼2060년에 0%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8일 OECD가 최근 발표한 2060년까지의 재정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OECD는 정책 대응 없이 현 상황이 유지된다고 가정한 ‘기본 시나리오(Baseline Scenario)’에서 한국의 2030~2060년 1인당 잠재 GDP 성장률이 연간 0.8%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잠재 GDP 성장률은 한 나라가 물가상승을 초래하지 않으면서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로, 한 나라 경제의 기초체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OECD는 한국의 1인당 잠재 GDP 성장률이 ▶2000∼2007년 연간 3.8% ▶2007∼2020년 2.8% ▶2020∼2030년 1.9% ▶2030∼2060년 0.8% 등으로 계속 내려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2000~2007년만 해도 한국의 1인당 잠재 GDP 성장률은 OECD 내에서 상위권이었다. 2020∼2030년에는 OECD 평균(1.3%)보다 성장률이 높지만, 2030∼2060년에는 OECD 평균(1.1%)을 밑돌게 된다. 캐나다(0.8%)와 함께 38개국 가운데 공동 꼴찌가 된다.

“한국, 지속성장과 도태의 갈림길…과감히 규제 없애 생산성 높여야”

이는 한국이 속한 주요 20개국(G20) 선진국 그룹 평균(1.0%)보다도 낮다. 2030∼2060년 미국·일본의 1인당 잠재 GDP 성장률은 각각 1.0%, 1.1%로 추정됐다. 신흥국으로 분류되는 중국은 2.1%, 인도는 2.8%로 예측됐다.

한국 1인당 잠재성장률 추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한국 1인당 잠재성장률 추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OECD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유발한 (성장세의) 하락과 반등 이후에는 OECD 국가와 G20 개발도상국 모두에서 성장세가 다시 점진적으로 둔화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성장세는 인구구조가 변하고 생산성 향상이 둔화하면서 대체로 하락해 왔고 정책 변화가 없다면 향후 수십 년간 계속 약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한국의 1인당 잠재 GDP 성장률이 큰 폭으로 하락하는 것은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생산인구 감소 문제가 다른 나라보다 심각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내수시장은 쪼그라들고, 규제·노동 등에 대한 구조개혁은 미뤄지면서 기업 활동이 둔화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이는 국가 재정 건전성을 위협한다. 저출산·고령화 여파로 앞으로 세금을 낼 사람은 줄어드는 반면, 세금의 수혜를 입어야 할 계층은 늘기 때문이다. 급증하는 복지 수요에 대비하기 위한 재정 여력을 비축해 둬야 하는데, 최근 한국의 국가채무 증가 추이는 지나치게 빠르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를 비롯해 여당에서는 정부의 반대에도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요국 1인당 잠재성장률 전망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주요국 1인당 잠재성장률 전망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OECD는 정부가 우선은 코로나19 확산을 저지하고 피해를 본 기업과 가계를 지원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면서도 “경제 회복이 자리 잡고 나면 더 높은 수준의 국가 부채와 성장률 둔화를 고려해 장기적인 재정건전성을 재평가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은퇴 나이를 높이는 등 고용률을 높이기 위한 노동시장 개혁이 미래의 재정 부담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고 제언했다. 다만 “아일랜드나 한국 같은 나라는 이미 취업률이 높고 정년을 연장했으며 많은 노동시장 정책 지표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내고 있으므로 이러한 개혁 정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가 상대적으로 작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경제연구원도 최근 발간한 ‘성장률 제고를 위한 전략과 비전’ 보고서에서 제도적 측면의 성장 전략의 한계와 환경적 측면의 노동시장 경직성 및 기술 혁신성 둔화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한경연 이승석 부연구위원은 “기저효과 및 수출 호조에 따른 착시효과가 경제 현실을 일시적으로 가리고 있지만, 실상은 지속성장과 도태의 갈림길에 선 위태로운 상황에 서 있다”며 “과감한 구조개혁과 규제 철폐를 통해 공급 부문의 생산성을 증대시켜 경제의 화력을 제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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