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없이 폰 감찰' 공무원이면 괜찮다? 법조계 “위법 소지”

중앙일보

입력 2021.11.08 19:14

업데이트 2021.11.08 20:36

대검찰청 감찰부(부장 한동수)가 감찰을 명목으로 법원 영장도 없이 대검 대변인의 공용 휴대전화를 임의 제출받아 포렌식한 것을 두고 논란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게다가 참관인도 없이 포렌식이 진행된 사실도 드러났다. 법조계에선 ‘공무원 감찰’을 빌미로 영장 없이 휴대전화를 무분별하게 압수하는 건 위법의 소지가 있다는 견해가 나온다.

한동수 대검찰청 감찰부장이 지난달 18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한동수 대검찰청 감찰부장이 지난달 18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영장 없이 공용폰 압수…소지자 참관 불허

8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덕곤 대검 감찰3과장은 지난달 29일 서인선 대검 대변인에게 “대변인 공용 휴대전화를 임의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 이 휴대전화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검찰총장이던 당시 대검 대변인이었던 권순정 부산지검 서부지청장과 이창수 대구지검 차장검사도 사용하던 것이다. 서 대변인은 최근 새 휴대전화를 구입한 뒤 이 기기는 공기계 상태로 보관해왔다고 한다.

전임 대변인들에게 통보를 생략한 채 대검 감찰부가 법원의 영장 없이 휴대전화를 임의제출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곧바로 논란이 일었다. 권 전 대변인은 “헌법상 영장주의 원칙과 절차적 정당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반발했다. 감찰부는 보관자인 현직 대변인에게 참관 기회를 줬고 휴대전화에서 복원된 정보가 없는 만큼 사후 통보할 여지도 없었다고 해명한 상태다.

행정감찰 과정에서 공무원에게 제출받은 휴대전화의 포렌식 절차와 조사 범위 등에 대한 구체적 법령이 정해지지는 않았다. 지난 2019년 청와대 민정수석실 등이 공무원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감찰 권한을 남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자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은 “당사자 동의 하에 이뤄지고 있는 절차로 압수수색과 법적 성질이 다르다”며 정당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대검 감찰부가 최근 대검 대변인 공용 휴대전화를 임의제출 받은 뒤 포렌식 해 논란이 되고 있다.뉴스1

김오수 검찰총장이 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대검 감찰부가 최근 대검 대변인 공용 휴대전화를 임의제출 받은 뒤 포렌식 해 논란이 되고 있다.뉴스1

법조계, “기본권 제한…영장주의 원칙 지켜야”

하지만 법조계에선 감찰 절차라고 하더라도 영장없이 휴대전화를 압수하는 건 하는 건 불법 행위의 소지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승윤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논문「감찰의 한계에 관한 소고」에서 “범죄자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수색은 반드시 사전영장으로서만 가능한데 참고인과 유사한 지위에 있는 공무원 개인의 휴대전화 대한 압수수색은 사전영장 이외 방법으로 가능하다는 불합리한 결과가 초래한다”며 “감찰 기관이 휴대전화의 광범위한 정보검색을 해 개인정보를 침해하면 이를 통제할 방법이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도 “지난 2014년 미국 연방대법원 판결에서 연방대법관 9명은 만장일치로 ‘체포 현장에서 영장 없이 적법하게 압수한 휴대전화라고 하더라도 여기에 저장된 정보를 수색하려면 원천적으로 사전 영장이 필요하다’고 판결했다”며 “민감한 개인정보가 저장된 휴대전화를 압수하려면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는 만큼 영장주의 원칙을 어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당사자의 참관 없이 휴대폰을 포렌식할 경우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2017년 9월 대법원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정상혁 충북 보은군수에게 벌금 90만원을 선고한 재판에서 “휴대전화에 저장된 저장정보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정 군수의 비서실장인 박씨의 참여권을 보장해주지 않았다”며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또 수사기관이 영장 일부만 보여주고 압수수색했다며 ‘영장주의 원칙’에서 벗어났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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