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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 감찰' 의혹까지 낳았다, 檢의 무소불위 '감찰권' 남용 [현장에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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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서초동’에서 한동수(55·사법연수원 24기) 대검찰청 감찰부장에 관한 이야기는 단골 소재다. ▶채널A 기자 강요미수 의혹(이른바 ‘검·언 유착’) ▶한명숙 전 국무총리 불법 정치자금 수수 관련 모해위증교사 의혹 ▶윤석열 전 검찰총장(현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판사 사찰’ 의혹 ▶윤 전 총장의 여권 인사 ‘고발 사주’ 의혹 등 굵직한 이슈가 모두 그의 손을 거쳤거나 거치고 있어서다. 대부분 윤 후보를 겨냥한 사안이거나, 여권 인사가 검찰에 희생됐다는 내용이다.

대검 감찰부는 최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팀에 대한 진정 사건도 서울고검 감찰부로 보내 감찰토록 했다. 수사가 조 전 장관 일가에 편향돼 이뤄졌다는 취지의 진정이라고 한다. 조 전 장관 일가의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수사하면서 조 전 장관 측이 “코링크PE의 실소유주”라고 주장했던 자동차 부품업체 익성에 대해선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검찰 간부는 “수사 진행 중에 검찰 인사로 수사팀을 해체하고, 이후 사건을 배당받은 부서의 인력 충원 요청도 묵살하곤 이제 와 감찰로 보복하려 한다”고 말했다.

한동수 대검찰청 감찰부장이 지난 18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한동수 대검찰청 감찰부장이 지난 18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조국 사태’ 이후 문재인 정부가 주장하는 ‘검찰 개혁’의 핵심 중 하나는 감찰권 강화였다. 조 전 장관은 2019년 10월 사퇴 직전 공석이던 대검 감찰부장에 부장판사 출신 한동수 변호사를 임명 제청했고, 검사에 대한 법무부 직접 감찰이 더 폭넓게 이뤄지도록 법무부 감찰규정을 손봤다. 여권은 검찰과 언론을 ‘비(非) 선출권력’이라고 싸잡았다. 선출된 권력인 자신들이 견제하지 않으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거악(巨惡)’이 된다고 강변했다. 감찰을 통한 검찰 견제, 언론 견제였다. 검사는 언론 취재에 응하면 감찰을 당할지도 모른다고, 언론은 검사를 취재하면 휴대전화가 털릴지도 모른다는 게 서초동의 불문율이 됐다.

어느새 비대해진 감찰권을 쥔 대검 감찰부는 지난달 29일 권순정·이창수 전 대변인과 서인선 현 대변인이 사용하던 언론 대응 목적의 공용 휴대전화를 확보하기도 했다. 윤 후보의 장모 최모(75)씨 사건 관련 대응 문건을 대검 대변인을 통해 언론에 제공했다는 의혹을 진상 조사하겠다는 이유에서다. 당사자의 참여권도 보장하지 않고 디지털 포렌식을 진행했다. ‘고발 사주’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일주일 뒤인 지난 5일 대검 감찰부를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가져갔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해 1월 10일 당시 대검 참모진과 마지막 점심식사를 위해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별관으로 향하고 있다.   왼쪽부터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 강남일 차장검사, 한동훈 반부패강력부장, 이원석 기획조정부장, 문홍성 인권부장, 복두규 사무국장, 노정연 공판송무부장, 한동수 감찰부장.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해 1월 10일 당시 대검 참모진과 마지막 점심식사를 위해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별관으로 향하고 있다. 왼쪽부터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 강남일 차장검사, 한동훈 반부패강력부장, 이원석 기획조정부장, 문홍성 인권부장, 복두규 사무국장, 노정연 공판송무부장, 한동수 감찰부장. 연합뉴스

이를 두고 위법 ‘하청 감찰·감찰 사주’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대검 감찰부는 지난 6일 “3회의 초기화가 진행된 상태에서는 아무런 정보도 복원할 수 없어 정보 주체에 사후 통보할 여지도 없었다”는 해명을 냈다. 정작 ‘정보 주체’인 권 전 대변인(부산서부지청장)은 “헌법상 영장주의 원칙과 절차적 정당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것은 물론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 엄중한 사안”이라며 반발했다.

선출된 권력과 가까울 순 있어도 한 부장 역시 비선출권력이다. 그런 그도 감찰권에 대한 외부의 견제엔 불쾌감을 드러내 왔다. 지난 3월 전국 고검장과 대검 부장 합동회의에서 한 전 총리 모해위증교사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분으로 결론 냈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페이스북에 “비공개회의라는 규정이 무색하게 내용과 결과가 소상히 특정 언론에 단독 형식으로 보도됐다”며 발끈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 7월 14일 정부과천청사 내 법무부에서 한명숙 모해위증교사 의혹 관련 법무부·대검 합동감찰에 따른 피의사실 공표 방지 방안 등 검찰 수사관행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은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 연합뉴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 7월 14일 정부과천청사 내 법무부에서 한명숙 모해위증교사 의혹 관련 법무부·대검 합동감찰에 따른 피의사실 공표 방지 방안 등 검찰 수사관행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은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조남관 당시 대검 차장(현 법무연수원장)이 윤 전 총장 관련 감찰·수사를 위법하게 진행했단 비판을 받는 대검 감찰부를 조사하라고 대검 인권정책관실에 지시하자 역시 페이스북에 “언론의 거짓 프레임들, 감찰을 무력화하는 내부의 공격들”이라며 “극도의 교만과 살의까지 느껴진다”고 썼다. ‘언론과 검찰 내부의 공격’의 대상은 다름 아닌 “진실되고 겸손하게 살아가려는 저의 삶”(같은 페이스북 글)이었다. 한 부장은 지난달 18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연임 임용(임기 2년)으로 정권과 무관하게 대검 감찰부장직을 유지하게 됐다.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저서『선악의 저편』을 통해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감찰권을 ‘전가의 보도’마냥 휘두르면 검찰이 바로 설 것이란 나 홀로 정의에 빠져 결국 그도 또 다른 괴물이 돼버린 건 아닌지 걱정이다. 헌법상 ‘적법 절차의 원칙’과 ‘영장주의’는 기본권 보장의 전부가 아니라 최소한 절차다. 이번 대변인 공용폰 압수 과정은 그마저 어겼다.

견제받지 않는 감찰권이 검찰 구성원을 내 편, 네 편으로 갈라 정당한 검찰권 행사에 장애가 되는 식으로 남용되지 않으려면 감찰권에 대한 견제와 비판도 겸허히 수용하는 태도 역시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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