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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中 모이자'…바이든,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한국·대만 초청

중앙일보

입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부인 질 여사와 함께 집이 있는 델라웨어주의 해변을 산책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부인 질 여사와 함께 집이 있는 델라웨어주의 해변을 산책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다음 달 9~10일 화상으로 개최하는 '민주주의 정상회의(Summit for Democracy)'에 한국과 대만을 비롯한 100여 개국을 초청했다고 로이터통신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월 취임 후 첫 외교정책 연설에서 세계 민주주의 국가를 한데 모아 중국과 러시아 같은 권위주의 체제에 맞서는 정상급 회의를 주최하겠다고 예고했는데, 행사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이번 회의를 통해 한국 정부도 민주주의와 인권을 무시하는 중국 등의 행태에 대해 미국과 같은 목소리를 내도록 요구받을 공산이 커졌다.

앞서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지난 4일 미국 정부가 민주주의 정상회의 초대장을 보낸 108개국 명단을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이 명단 내용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해당 명단에 따르면 아시아에서는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와 대만 등 전통적 동맹국·우방국은 물론 인도 등 25개국이 초대됐다. 대만을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부른 건 이번 회의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우방국·협력국을 규합하는 차원 임을 보여준다. 하지만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참석할 경우 중국 정부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정부가 이를 모를 리 없음에도 대만을 초청한 건 중국의 대만 위협을 묵과하지 않겠다는 묵시적 경고로도 풀이된다.

유럽은 프랑스·스웨덴 등 37개국에 초대장이 나갔다. 미주 대륙에서는 27개국, 아프리카 17개국이 초대장을 받았다.

참가국을 여러 대륙에 골고루 안배했지만, 초대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게 언론 평가다. 이를테면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다는 국제사회 비판에 직면한 필리핀과 폴란드는 초대됐지만, 같은 지적이 나오는 터키와 헝가리는 제외됐다.

동남아시아 주요국 가운데 필리핀·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는 초대받았지만, 태국과 베트남은 초청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유럽에서는 영국·프랑스·독일·스웨덴 등 전통적 민주주의 국가들이 모두 포함됐다.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에서는 이스라엘과 이라크 두 나라만 초청받았다. 역내 주요국인 이집트와 터키는 명단에 없었다.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권위주의로 흐를 위험이 있는 나라에도 초청장이 나간 데 대해 인권과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활동하는 시민단체들은 비판했다.

비정부기구(NGO) '중동 민주주의 프로젝트'의 에이미 호손 국장은 로이터통신에 "중국의 이웃인 인도나 필리핀 같은, 문제가 있고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나라를 초청한 건 중국에 대항하는 데 대한 전략적 고려가 작용한 것이 분명하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인권 침해 문제를 가진 국가들을 초대한 것은 이 회의에 의구심을 불러일으키지만, 부상하는 중국에 맞서야 하는 미국의 국익을 위해 이 같은 시도가 이뤄지는 것으로 봤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인권을 경시하는 발언을 하며 권위주의적 행보를 보여왔다. 폴란드는 최근 언론 자유를 무시하고 성 소수자 권리를 침해하는 입법으로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일부 초대국은 미국의 외교 안보 전략 지역과 관련 있다는 해석도 있다. 중동 국가 중에 이스라엘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초대받은 이라크는 미국이 비핵화 협상을 진행 중인 이란과 국경이 맞닿아 있다.

민주주의와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초대받은 파키스탄 역시 아프가니스탄 접경 국가여서, 아프간 거주 미국인을 추가로 소개할 필요가 있을 때 육로 탈출로 역할을 하게 된다.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전 세계 모든 지역에 민주주의 경험이 상이한 나라들에 초청장을 보냈다면서 지역의 다양성과 폭넓은 참여를 감안해 참가국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민주주의 정상회의가 "'너는 민주주의이고, 너는 아니야' 이런 식으로 인증(endorse)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단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정부는 초청장을 보내면서 회의 참석을 위한 어떠한 조건도 제시하지 않았지만, 초청국들이 앞으로 각자 자국에서 민주주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조처를 하겠다고 약속할 것을 요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불복과 그의 지지자들의 국회의사당 난입을 겪으며 민주주의 복원을 어젠다로 설정한 만큼 바이든 행정부도 이행 약속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내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화상 정상회담을 열기로 한 상태다. 민주주의 정상회의 전후로 열릴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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