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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시대 종말' 앞당긴 요소수···경유차 10월 등록 63% 급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강남에서 국산차 대리점을 운영하는 김모 소장은 지난 주말 진땀을 뺐다. 그는 며칠 전 “차박용으로 좋은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원한다”는 고객에게 연비 등을 고려해 최산 경유(디젤) 모델을 추천했다. 그런데 “요소수 없이도 탈 수 있는 다른 차종으로 바꾸고 싶다”는 전화가 왔기 때문이다. 김 소장은 8일 “화물차와 달리 10L만 넣으면 1만㎞ 넘게 타기 때문에 이번 사태와 별 상관없다고 설명했는데도 이미 맘을 굳힌 것 같았다”고 전했다.

연료별 신차 등록 비율.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연료별 신차 등록 비율.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경유차 점유율 10월에 10% 급감 

요소수 품귀 사태에 경유차 기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달 신차로 등록된 경유차는 2만261대로 전년 동기(5만4853대)보다 63.1% 감소했다. 9월(2만6486대) 대비로는 23.4% 덜 팔렸다. 올해 들어 10월까지 시장 점유율은 25.4%였는데 10월 한 달만 보면 16.5%로 크게 줄었다.

연구소 관계자는 “친환경차 소비가 증가하는 분위기와 더불어 지난달 중순 이후 요소수 사태가 불거지면서 경유차량 대신 하이브리드차량 등으로 대체구매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달 하이브리드차량은 1만9182대 팔려 전달(1만5875대)보다 20.3% 성장했다. 강남의 또다른 대리점 소장은 “디젤차량에 대한 선호는 계속 줄고 있었다”면서 “그런데 요소수 사태로 이같은 추세가 더 강화돼 디젤차 판매 중단 시기가 앞당겨질 것 같다"고 했다.

자동차 업체들의 친환경차 전환 정책에 따라 경유와 휘발유 등을 사용하는 내연기관차는 ‘종언’을 앞두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우 럭셔리 브랜드인 제네시스가 2025년부터 내연기관차 신차 출시를 중단하고 2030년부터는 내연기관차 판매를 멈춘다. GM은 2035년을 생산 중단 시기로 잡는 등 대부분 글로벌 업체들은 2030∼2035년에 내연 기관차 종식을 예고한 상황이다.

요소수 품귀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8일 오후 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사장이 품절된 요소수 재입고시 구매 예약자 명단을 취재진에게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요소수 품귀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8일 오후 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사장이 품절된 요소수 재입고시 구매 예약자 명단을 취재진에게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한때 좋은 연비를 앞세우며 인기를 구가했던 경유차들은 배기가스 배출 문제로 생산과 판매가 계속 줄고 있다. 국내에서도 2015년에 시장 점유율 52.5%를 차지하면서 휘발유(37.2%) 차량을 크게 앞섰지만 이듬해부터 점유율이 계속해 감소했다. 문학훈 오산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2015년 폴크스바겐에서부터 시작된 배기가스 조작 사태(일명 디젤게이트)가 경유차량에 대한 각국 정부 정책은 물론 소비자 인식에 변화를 가져온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도 환경부는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스텔란티스코리아의 경유차량 6종에서 배출가스가 불법 조작된 사실을 확인하고 배출가스 인증 취소와 리콜, 과징금 부과 등 행정 조치, 그리고 형사고발을 진행하고 있다.

국산 소형 SUV·세단 디젤 모델 단종 

국내 디젤차량 단종도 이어지고 있다. 제네시스는 마지막 남은 디젤 세단 모델인 ‘G70’과 ‘G80’ 경유차를 지난달 22일 주문량까지만 생산하기로 하고 더이상 주문을 받지 않고 있다. 이로써 국산차 중 디젤 엔진을 탑재한 세단 생산은 사실상 막을 내렸다.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현대차 코나, 쌍용차 티볼리, 쉐보레 트랙스 등의 디젤모델은 지난해에 이미 생산이 중단됐다. 올해 들어서는 르노 캡처 디젤 모델이 지난 3월 단종됐고, 기아 셀토스 디젤 모델 역시 올해 말을 끝으로 생산을 접어 소형 SUV 디젤은 사라지게 된다.

디젤 모델 주문을 더이상 받지 않는 제네시스 'G70'. 연합뉴스

디젤 모델 주문을 더이상 받지 않는 제네시스 'G70'. 연합뉴스

이들 경유차의 빈자리는 친환경차인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가 채워가고 있다. 2015년 점유율 2.1%였던 하이브리드차는 올해 들어 10.4%로 높아졌다. 전기차는 2015년 0.2%에서 올해 5.5%(1∼10월)까지 점유율을 키웠다. 이들 두 차종의 점유율은 요소수 사태가 불거지기 시작한 지난달 각각 15.7%, 8.9%였다. 유지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2015년 디젤게이트 이후 최근 요소수 사태까지 불거지면서 소비자들이 점점 경유차를 멀리하고 있어 향후 판매량이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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