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요소수 50ℓ 두고 홀연히 사라졌다…소방서 CCTV에 찍힌 천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전국에 요소수 품귀 현상이 빚어진 가운데 소방서 앞에 요소수를 두고 사라지는 익명 기부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일 오후 1시경 서울 광진구 중곡119안전센터 출입문 앞에 요소수 다섯 상자(50리터)가 도착했다. 센터 앞에 설치된 CCTV에는 검은색 승용차를 몰고 나타난 한 남성의 모습이 포착됐다. 이 남성은 센터 앞에 차를 세운 뒤 요소수를 놓고 1분여 만에 사라졌다. 상자에는 “소방서에 도움이 되셨으면 합니다”라는 짧은 편지가 적혀 있었다. 광진소방서 관계자는 “각 센터 구급 차량 및 펌프차 등 출동 차량에 먼저 사용할 예정”이라며 “어려운 상황에서 따뜻한 도움을 준 시민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7일 오후 한 남성이 요소수 다섯 상자와 함께 짧은 편지를 남겼다. 광진소방서 제공

7일 오후 한 남성이 요소수 다섯 상자와 함께 짧은 편지를 남겼다. 광진소방서 제공

8일 오전에도 요소수 기부가 이어졌다. 평택소방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쯤 마스크와 모자를 눌러 쓴 한 중년 남성이 경기 평택시 오성면에 있는 오성119지역대 현관 앞에 1t 화물차를 세웠다. 그는 짐칸에서 요소수 다섯 상자(50리터)를 꺼내 현관 앞에 내려놓았다고 한다. 뒤늦게 상황을 알아차린 소방대원이 감사 인사를 하기 위해 이름을 물었지만, 이 남성은 “요소수 제조업체 대리점에서 근무하고 있다”며 “멈추지 말고 계속 전진해달라”는 말만 남긴 채 떠났다고 한다.

3일 오후 대전의 한 주유소에서 직원이 요소수가 약간 담긴 플라스틱 용기를 들어보이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3일 오후 대전의 한 주유소에서 직원이 요소수가 약간 담긴 플라스틱 용기를 들어보이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긴급구호 차량에 요소수를 무료로 나눠주는 ‘착한 주유소’도 화제가 됐다. 지난 4일 서울과 인천 등 몇몇 주유소엔 ‘소방차, 119구급차 요소수 급하면 그냥 오세요. 생명과 안전이 최우선입니다’라는 문구의 현수막이 걸렸다. 김준회 정해네트웍스 대표가 운영하는 주유소 6곳이다.

김 대표는 4일 오전부터 3리터 요소수 총 120개를 소방차·구급차에 무료로 제공했다. 최근 품귀 현상으로 인해 온라인 등에선 500만원 정도에 거래되는 양이다. 김 대표는 중앙일보에 “요소수 부족으로 소방차와 구급차가 멈출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지역사회에 봉사할 기회라고 생각해 20년간 거래했던 곳에 사정해 구한 요소수를 무상으로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