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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총으로 빵 쏘면 실이 퐁…손맛 느끼며 따뜻한 소품 만들어요

중앙일보

입력

소중 학생기자단이 박현지(가운데) 작가의 도움을 받아 스트레스도 풀고 예쁜 소품도 만들 수 있는 터프팅에 도전했다. 직접 만든 작품을 들고 있는 강지민(왼쪽)·오주연 학생기자.

소중 학생기자단이 박현지(가운데) 작가의 도움을 받아 스트레스도 풀고 예쁜 소품도 만들 수 있는 터프팅에 도전했다. 직접 만든 작품을 들고 있는 강지민(왼쪽)·오주연 학생기자.

총으로 탕탕탕 쐈더니 복슬복슬 러그가 만들어집니다. 최근 대세 취미로 떠오르는 터프팅 얘기인데요. 최근 SNS에서 털실이 빵빵하게 박혀있는 형형색색의 러그나 거울 등의 인테리어 소품을 본 적이 있을 겁니다. 아마 대부분 터프팅으로 만든 소품일 거예요. 터프팅(Tufting)의 터프(Tuft)는 머리카락·잔디 등이 함께 모여 촘촘하게 난 ‘다발’을 뜻하고, 터프팅은 여러 개의 실 다발을 이용해서 천 뒤쪽에 쏜다는 의미가 담겨 있어요. 천 위에 여러 가닥의 실을 합친 다발을 심는 직조 기법으로 주로 러그·카펫 등을 만들 때 사용되던 기술이 최근 인기를 끌며 취미 생활로 자리 잡아 가고 있죠.

터프팅을 검색해 보면 낯선 이 공예를 취미로 삼은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에 놀라게 됩니다. 터프팅으로 주로 만드는 것이 인테리어 소품들이다 보니, 집 꾸미기나 셀프 인테리어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과 겨울을 맞아 따뜻한 소품을 만들고 싶은 사람들에게 인기 만점이죠. 무엇보다 도안 디자인을 생각한 후 스케치하고, 원하는 색의 실을 골라 터프팅 건으로 실을 쏘는 과정에서 잡념이 사라지며,스트레스도 풀 수 있어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터프팅에 도전하기 위해 서울 마포구에 있는 밀실 터프팅 스튜디오를 찾았습니다.

밀실 터프팅 스튜디오 박현지 작가.

밀실 터프팅 스튜디오 박현지 작가.

박현지 작가는 터프팅의 매력에 대해 “빠르게 효과적이고 확실한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고, 이는 바쁜 현대 사회에 제일 적합한 기법이라고 생각해요”라고 얘기했습니다. “우리나라에 없었던 미술 기법이라 그림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접하면 더 완성도 높은 작품들을 만들어 내시는 것 같고, 무엇보다 스트레스가 많은 분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터프팅을 이용해 만들 수 있는 작품은 러그, 방석, 거울, 티코스터, 가방, 화분 감싸개, 행잉, 전등갓 등 무궁무진한데요. 소중 학생기자단은 초보자가 짧은 시간에 끝낼 수 있는 꽃 모양 티코스터를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박 작가가 터프팅 전용 천에 미리 그려둔 꽃 모양 도안에 각자 만들고 싶은 모양을 추가하기로 했죠. 강지민 학생기자는 별 모양, 오주연 학생기자는 왕관 모양을 선택했어요.

터프팅을 이용해 러그, 방석, 거울, 티코스터 등 다양한 작품을 만들 수 있다. 박현지 작가의 작품들이 전시된 모습.

터프팅을 이용해 러그, 방석, 거울, 티코스터 등 다양한 작품을 만들 수 있다. 박현지 작가의 작품들이 전시된 모습.

오주연 학생기자가 터프팅 건의 무게가 얼마나 되는지 물어봤죠. “오늘 사용할 총은 1.5kg 정도 무게의 초보자용 총이라 성인이 들었을 때는 가볍다고 느낄 수 있는데 학생분들이 들면 조금 무거울 수도 있어요.” 강지민 학생기자가 “장시간 사용하다 보면 손바닥이나 손목에 무리가 오기도 하나요?”라고 여쭤봤습니다. “손가락이 조금 많이 아프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상급자용 총은 3kg 정도 무게가 나가거든요. 저도 처음에 한 8시간 정도 계속했더니 손가락이 아프고 근육통도 심했죠.” 터프팅 건을 계속 들고 있으면 팔이 아플 수도있으니 중간중간 잠시 내려놓고 손을 풀어주면서 진행하라는 조언입니다.

터프팅 건으로 실을 쏘는 과정에서 잡념이 사라지고, 가슴 속까지 뻥 뚫리는 것 같아 스트레스도 풀 수 있다.

터프팅 건으로 실을 쏘는 과정에서 잡념이 사라지고, 가슴 속까지 뻥 뚫리는 것 같아 스트레스도 풀 수 있다.

터프팅을 하면 터프팅 건에 실을 자주 끼웠다 뺐다 하게 됩니다. 이때 ‘스레더’라는 실을 끼우는 도구를 이용하면 실을 편하게 연결할 수 있죠. 실을 실패에 감아둔 것을 콘이라고 하는데요. 실 두 콘의 가닥을 한 번에 잡아서 한쪽 고리 안에 넣어서 실을 연결해줬죠. 이제 터프팅 건을 가지고 일자로 박는 방법, 곡선으로 박는 방법을 충분히 연습해야 합니다. “여러분 스킬이 뭔지 아세요?” 박 작가의 물음에 소중 학생기자단이 모른다고 답했어요. 스킬은 일정한 길이로 자른 털실을 갈고리 모양의 바늘로 망사에 걸어서 수를 놓는 자수를 말합니다. “스킬과 터프팅은 비슷한 기법이에요. 스킬을 총을 이용해서 작업하는 게 터프팅이죠. 평소에 작업할 때 길쭉하게 뽑아내고 싶을 때는 스킬 기법을 같이 써서 진행하기도 해요.” 터프팅은 후면에 수를 놓으면 반대쪽 전면으로 실이 올라온다는 특징을 지닙니다. 뒷면에 실 다발을 잘 박아주기만 해도 앞면에 털이 복슬복슬 표현되죠. 그만큼 터프팅 건을 잘 박는 연습이 중요해요.

터프팅 건을 잡고 아래에서 위로 박아주면 지나간 자리마다 실이 박히는 걸 볼 수 있다.

터프팅 건을 잡고 아래에서 위로 박아주면 지나간 자리마다 실이 박히는 걸 볼 수 있다.

전원을 켠 후 왼손으로 앞쪽 손잡이를 잡고 스위치가 있는 손잡이를 쥔 오른손에 힘을 주고 항상 아래에서 위로 박아줘야 합니다. 천천히 손을 움직이자 “두두두두두!” 굉장히 빠르고 시끄러운 소리가 났죠. 지나간 자리마다 실이 박힌 게 보였어요. 아래에서 위로 진행하며 쏘는 맛과 천에 실이 착착 붙는 게 재미있습니다. 두두두 리드미컬한 울림과 움직임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손에 꾹 힘을 주는 게 중요하죠. “지금 쓰는 컷총은 밑에 모터를 보면 가위가 달려 있거든요. 그래서 실이 자동으로 잘리면서 박히고 표현이 되는 거예요.” 앞면에는 털이 퐁퐁 입체감 있게 튀어나온 것이 보였습니다. 손바닥으로 쓸었을 때 부드러운 감촉이 기분 좋았죠.

터프팅 건으로 열심히 작업하는 강지민 학생기자.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반대쪽 전면으로 실이 복슬복슬 올라온 걸 확인할 수 있다.

터프팅 건으로 열심히 작업하는 강지민 학생기자.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반대쪽 전면으로 실이 복슬복슬 올라온 걸 확인할 수 있다.

선과 선 사이의 간격 조정도 중요한데요. 촘촘하게 붙여서 박지 않으면 빈 공간이 보일 수도 있고, 너무 바짝 붙이면 천의 구멍들이 쪼그라들기 때문이죠. 터프팅의 좋은 점은 수정이 쉽다는 겁니다. 잘못 박았다 싶으면 바로 손으로 톡톡 뽑아내 다시 작업하면 되죠. “다들 너무 잘 박는데요. 어른들보다 잘하는 것 같아요.” 직선 연습을 끝내고 곡선 연습도 했습니다. “곡선이 조금 어려운데 헤드 방향을 옆으로 돌려서 방향에 맞게끔 돌려주면서 쏴주면 돼요. 처음엔 쭉 연결해서 하기 힘드니 방향을 살짝 틀고 틀고 틀고 이런 식으로 곡선을 만들어보세요.”

밀실 터프팅 스튜디오에는 여러 가지 색깔의 실이 가득하다. 보통 울사를 많이 쓰는데 이날 체험에는 울사의 보급형 아크릴사를 사용했다.

밀실 터프팅 스튜디오에는 여러 가지 색깔의 실이 가득하다. 보통 울사를 많이 쓰는데 이날 체험에는 울사의 보급형 아크릴사를 사용했다.

밀실 터프팅 스튜디오에는 여러 가지 색깔의 실이 가득했는데요. 터프팅에는 ‘울사’라는 실을 가장 많이 쓴다고 해요. 울사는 실 자체가 두껍기 때문에 보통 두 콘만 사용하죠. 오늘 체험에 쓰는 실은 보급화된 울사인 아크릴사입니다. 울사보다는 단면이 얇아 최소 두 콘에서 네다섯 콘까지 써도 된다고 했죠. 꽃 안에 있는 동그라미부터 채우기 위해 넣고 싶은 색깔을 두 콘씩 골라 작업에 들어갔어요. “탕탕탕탕탕” “투다다다다” 어느 순간 현장에 총 쏘는 소리만 가득했습니다. “삐뚤하게 박힌 것 같아요” 오주연 학생기자의 걱정 어린 한숨에 박 작가가 “좀 삐뚤삐뚤해도 앞에서는 실들이 퍼지기 때문에 그렇게 삐뚤삐뚤하게 안 보이니까 걱정 말아요”라고 했습니다. “둘 다 너무 잘해서 도안을 미리 그려놓지 않아도 될 뻔했어요. 좀 더 어려운 도안을 했어도 될 뻔했고요.” 박 작가의 응원에 힘입어 점점 작품을 완성해갔죠.

지금까지 컷총으로 작업했는데, 별과 왕관 모양은 루프총을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루프총은 컷총과 달리 가위가 없기 때문에 좀 더 몽글몽글, 동글동글하게 표현이 된다고 했죠. 또 가위가 없기 때문에 한 손에 가위를 쥐고 실을 직접 잘라줘야 해요. 연습을 끝낸 후 원하는 컬러의 실을 가져와 다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쭉쭉쭉 박아주고, 살짝 들어서 가위로 잘라주세요.” 루프총은 실을 밀면서 동그란 루프 모양을 만들어 단단한 느낌이 들었죠. 김지민 학생기자가 “좀 더 딱딱하고 둥글둥글해서 기분이 좋아요”라고 말했습니다.

흐물흐물해지지 않고 좀 더 단단하게 완성하기 위해 라텍스 본드를 발라준다.

흐물흐물해지지 않고 좀 더 단단하게 완성하기 위해 라텍스 본드를 발라준다.

오주연 학생기자가 백킹천을 붙여주고, 꽃 모양에 맞게 잘라준 후 테두리에 글루건을 붙여 접어주는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오주연 학생기자가 백킹천을 붙여주고, 꽃 모양에 맞게 잘라준 후 테두리에 글루건을 붙여 접어주는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백킹천을 붙여주고, 꽃 모양에 맞게 잘라준 후 테두리에 글루건을 붙여 접어주는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백킹천을 붙여주고, 꽃 모양에 맞게 잘라준 후 테두리에 글루건을 붙여 접어주는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면도기로 표면 정리를 할 땐 강아지 털 깎듯이 살짝 지나가면 된다.

면도기로 표면 정리를 할 땐 강아지 털 깎듯이 살짝 지나가면 된다.

실을 박는 작업이 끝나면 마감 과정이 이어집니다. 흐물흐물해지지 않고 좀 더 단단하게 완성하기 위해 스프레이를 뿌리고 망사천을 붙인 다음, 라텍스 본드를 발라줍니다. 가열기로 3~5분 정도 말려준 후 터프팅 된 부분을 가위로 잘라내고 백킹천을 붙여 깔끔하게 완성하죠. 이제 꽃 모양에 맞게 잘라준 후 테두리를 접어서 글루건으로 붙여주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면도기로 표면 정리를 해야 하는데요. 강아지 털 깎는다 생각하고 살짝 지나가면 된다고 했죠. 테두리에 튀어나온 부분은 가위로 다듬어 줍니다. 꽃은 티코스터로 사용하고, 별과 왕관 뒷면에는 자석을 붙여 냉장고에 장식해도 좋다고 하네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직접 만든 터프팅 작품들.

소중 학생기자단이 직접 만든 터프팅 작품들.

터프팅 건으로 ‘탕탕탕탕’ 실을 쏘다 보면 가슴 속까지 뻥 뚫리는 것 같고, 작업하는 ‘손맛’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죠. 그 후 완성된 작품의 예쁜 컬러와 복슬복슬한 감촉에 뿌듯함이 배로 찾아옵니다. 반려동물을 위한 러그부터 다양한 인테리어 소품까지 원하는 건 모두 만들 수 있는 손맛 나는 터프팅의 매력에 풍덩 빠져보세요.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직접 만든 작품을 들고 있는 강지민(왼쪽)·오주연 학생기자.

직접 만든 작품을 들고 있는 강지민(왼쪽)·오주연 학생기자.

‘터프팅’… 처음 들어봤기 때문에 사전 조사부터 매우 흥미로웠고, 빨리 체험해보고 싶은 생각이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작가님의 설명을 듣고 직접 터프팅 건을 들어 보니 생각보다 많이 무겁지는 않아 수직이나 수평 방향으로는 어렵지 않게 실을 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곡선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고 예쁘게 나오지 않아 속상하기도 했지만, 작품을 완성해 가며 언제든 수정할 수 있기 때문에 걱정할 일이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터프팅 건을 쏘며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았고, 결과물의 앞과 뒤가 다르게 나온다는 것도 신기했습니다. 시간 관계상 이번에는 작은 크기의 작품으로 만족해야 했지만,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공간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을 만한 크기의 터프팅 작품에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강지민(서울 잠실중 1) 학생기자

처음 공방에 들어섰을 때 아름다운 작가님의 작품들 덕분에 기대감과 더불어 취재 의욕이 마구 솟았습니다. 각양각색의 실을 터프팅 건에 끼어 총처럼 쏜 후 아름다운 작품을 만드는 것은 신기하고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또한 총을 쏘는 느낌이 드니 스트레스도 풀리는 거 같았죠. 하지만 처음에는 터프팅 건의 무게로 손목과 손가락이 아팠어요. 그래도 천 위에 실이 콕콕 박히며 완성되어가는 과정이 아픔보단 성취감을 주었죠. 또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내가 만든 작품을 선물해주는 즐거운 상상도 해보았답니다. 소년중앙 독자 여러분도 터프팅의 매력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요.   오주연(서울 숭인중 1)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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