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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착한 직원’많은 회사에 줄퇴사 생기는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최인녕의 사장은 처음이라(35)

“예부장, 퇴사한 박 과장 후임을 또 외부에서 채용해야 하나요? 회사 내 적임자를 찾아보면 어떨까요? 아~ 김민지 대리가 일을 잘한다고 했죠? 김민지 대리가 박 과장이 했던 일을 배워서 하면 되겠네요.”

“네, 알겠습니다. 사장님 지시대로 그렇게 진행하겠습니다.”

Y사의 부서장들 대다수는 이전 회사에서 사장과 일했던 직원이거나, 신입사원 때부터 사장과 함께 일해 온 직원이다. 직급이 높을수록 사장과 일한 기간이 오래된 직원이며, 사장의 의중을 잘 파악하며 비위도 잘 맞춘다. 그래서 사장은 부서장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편하다. 언제나 자신을 지지하고 따르는 착한 직원들이며, 큰 반발 없이 일하기 때문이다.

예부장 역시 오랜 기간 사장과 일해왔고 사장의 성향을 잘 파악하고 있기에, 사장의 의견대로 김민지 대리에게 박 과장이 했던 일을 맡기기로 결정했다. Y사는 그동안 관리자급으로 외부 인력을 채용한 경험이 몇 번 있었는데, 대부분 갈등을 겪고 거의 다 퇴사했다. 그래서 사장은 외부 경력직 채용에 대해 보수적으로 생각하게 됐고, 결국 회사에는 조직문화를 잘 수용하며 갈등을 일으키지 않는, 사장의 관점에서 착한 사람들만 남게 된 것이다.

김민지 대리는 갑자기 그동안 해왔던 일과 완전히 다른 업무를 해야 한다는 회사의 결정과 심지어 외부 기관에 가서 교육까지 받아야 한다는 점이 당황스러웠다. Y사 직원들은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얘기 안 하는 분위기지만, 김민지 대리는 용기를 내어 예부장에게 면담을 청하고, 새로운 업무를 맡은 점에 대한 불만을 표현했다.

“김대리, 물론 외부 인력을 채용하면 좋겠지만 그건 사장님이 원하시는 바가 아녜요. 사장님은 내부 직원을 키우고 싶은 의지가 있고요. 저도 처음 새로운 업무를 맡을 때는 고민이 많았기 때문에 김대리 입장도 충분히 이해하지만, 결국 김대리가 업무적으로 성장할 좋은 기회가 될 거예요. 우리 회사는 열정과 예의를 중시하는 거 아시죠? 해보기도 전에 무조건 반대 의견을 내거나 일에 대한 열정이 없는 직원은 다 떠났잖아요.”

“네, 잘 알았습니다.”

김민지 대리는 Y사의 다른 직원들처럼 더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3개월 후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예부장은 아무 조짐도 없었던 김대리의 퇴사 결정에 깜짝 놀랐고, 이를 보고받은 사장은 퇴사를 결정하기 전에 문제를 얘기해 해결하고자 노력하지 않은 김대리의 태도가 괘씸했다. 그런데 Y사에는 입을 꾹 닫고 시키는 대로 일은 하지만, 이직 준비를 하는 대리와 사원들이 대부분이었다.

회사는 서로 다른 사람들이 같은 목적을 가지고 일하는 공동체다. 당연히 어려움과 갈등이 내재해 있다. 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풀어가는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 바로 리더십이다. [사진 pixabay]

회사는 서로 다른 사람들이 같은 목적을 가지고 일하는 공동체다. 당연히 어려움과 갈등이 내재해 있다. 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풀어가는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 바로 리더십이다. [사진 pixabay]

어떤 점이 김대리를 떠나게 했을까?

먼저 Y사의 조직문화를 바라보는 사장과 김대리의 차이다. 사장이 생각하는 Y사는 리더의 지휘에 따라 갈등을 야기하지 않고 묵묵하게 일하는 착한 직원들이 있는 조직이다. 그러나 김대리가 생각하는 Y사는 아무도 문제를 얘기하지 않는 문제 있는 회사다. 부서장들이 사장의 지시나 의견을 무조건 수용하다 보니, 목소리를 내거나 이견을 제시하는 것이 소용없는 일이다. 사장과 오래 일하지 않은 중간 관리자 중에 반대 의견을 내거나 새로운 시도를 했던 직원은 회사를 떠났고, 그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김대리와 같이 직급이 낮은 사원이나 대리는 자율과 책임없이 상사가 시키는 일을 해내야 했다.

둘째, 예부장이 팀의 리더로서 역할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부장은 과거 조직문화와 맞지 않은 직원은 회사를 떠났다는 생각에, 김대리에게 사장의 지시를 전달하는 수준의 대화를 했다. 용기를 내어 대화를 시도했던 김민지 대리는 뻔할 것 같은 대화가 뻔한 대화가 되었기에 더욱더 입을 닫게 되었다. 예부장은 회사의 모든 결정과 판단은 사장의 역할이며 이에 따른 책임 역시 사장의 몫이라고 생각하기에 회사의 주요 결정은 사장에게 맡기는 것이 안전하다고 여긴다. 사장과 다른 의견을 내면서 사장과 불편한 관계가 되거나 혹여나 이런 일로 책임을 지거나 인사상 부정적 평가를 받는 것이 자신에게 위험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결국, 예부장은 사장과의 관계만을 중요시하며 팀의 리더로서 팀원의 고충을 이해하며 함께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 등 리더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고, 팀원의 고민과 어려움을 방치했다.

셋째, 사장에게 착한 직원만 남는 회사를 이끄는 사장의 리더십이다. 사장은 채용한 외부 경력 직원의 조직 적응의 어려움과 이질감에 따른 갈등 등 부정적인 경험을 했다. 사실, 외부 경력 사원 채용 시 동일 경력의 내부 직원 보다 높은 급여를 제시했으나, 기존 직원보다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는 것 같지 않았다. 따라서 사장은 회사에 적응한 신입사원을 중간 관리자로 성장시켜 조직문화를 유지하는 것이 최선이라 여겼다. 사장은 자신의 의견에 예스로 답하며 일사불란하게 실행하는 직원이 조직문화와 잘 맞고 함께 일하기 좋다고 평가했다. 자율적이며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개인의 성취와 성장을 원하는 김민지 대리는 이런 Y사의 문화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기에 퇴사를 결심했다.

리더의 역할 중 하나는 직원에게 개인과 조직에 대한 비전을 심어 주는 것이다. 즉, 직원들로 하여금 ‘내가 이 회사에서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지’ 그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다. [사진 pixabay]

리더의 역할 중 하나는 직원에게 개인과 조직에 대한 비전을 심어 주는 것이다. 즉, 직원들로 하여금 ‘내가 이 회사에서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지’ 그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다. [사진 pixabay]

곁에 오랜 예스맨만 남게 되는 Y사의 사장, 직원들의 퇴사를 줄이고 회사를 성장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① 사장과 직원 모두에게 직무와 책무가 필요

회사의 모든 구성원에게는 직무와 책무가 필요하다. 즉, 사장을 포함한 직원 누구에게나 각자의 위치와 직급에 맞는 업무, 성과를 위한 책임이 필요하다. 사장의 판단과 결정을 그대로 수용해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조직은 단기 성과를 내기에는 효율적인 조직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팀과 직원에게 맞는 권한, 책임을 주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사장의 직무 중 하나는 적절한 직원에게 적합한 권한 이임이다. 권한 이임을 통해 자발적 조직 문화를 이끌며, 리더 스스로 권한을 사용할 줄 아는 유능한 인재들을 채용하고 관리해서 직원들이 성과와 조직 성장에 기여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② 성장을 위한 다양성 흡수

다양한 경력, 업무 경험을 가진 인재를 포용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다른 조직문화와 외부 경험을 가진 인재를 채용하는 것은 조직에겐 성장할 수 있는 반경을 넓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외부 인재를 영입했을 때 문화 차이로 인한 배척이나 단기간 내의 기존 직원과 성과 비교 등은 조직 성장의 기회를 차단하는 것이다. 다양한 시각, 기존과 다른 관점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지고 직원 각자가 가진 강점을 발휘할 수 있도록 조직을 구성하고, 리더와 다른 의견에 대해서도 합리적으로 검토하고 성찰해봐야 한다.

③ 직원들에 대한 케어

리더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직원에게 개인과 조직에 대한 비전을 심어 주는 것이다. 즉, 직원들로 하여금 ‘내가 이 회사에서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지’ 명확하게 그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다. 훌륭한 리더는 직원들이 단계별로 업무를 확장하며 성장하도록 이끌고, 멘토로 삼을 수 있는 중간 관리자들을 키우며, 리더 스스로가 직원들의 롤모델이 된다.

회사는 서로 다른 사람들이 같은 목적을 가지고 일하는 공동체다. 당연히 어려움과 갈등이 내재해 있다. 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풀어가는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 바로 리더십이다. 내가 이끄는 조직은 나의 의견을 수용하고 지지하는 착한 사람만 있어 조직 운영과 관리가 너무 쉽다고 생각하지는 않는지, 그래서 어려움을 해결하는 리더십의 필요성조차 못 느끼는 것은 아닌지 한번 돌아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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