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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츠랩]설화수 화장품이 잘 팔린대, 주가는?

중앙일보

입력 2021.11.08 07:00

한때는 화장품 대장주이자 중국 소비주 대표주자였더랬죠. 아모레퍼시픽. 그런데 지난 5월 30만원을 찍었던 주가가 요즘엔 20만원 밑에서 헤매고 있습니다. ‘도대체 이 종목 왜 이래’ 또는 ‘이 정도 내렸으면 이제 싼 거 아니야’라고 궁금해하실 구독자 님들을 위해 9개월 만에 앤츠랩이 다시 들여다봤습니다. (앤츠랩 뉴스레터 #001호 아모레퍼시픽은 여기에~ 당시 구독자는 3명이었다는!)

아모레퍼시픽 용산 본사. 사진 아모레퍼시픽

아모레퍼시픽 용산 본사. 사진 아모레퍼시픽

아모레퍼시픽, 워낙 유명한 기업이라 길게 설명 안할게요. 설화수·헤라·라네즈·이니스프리·아이오페 등등. 유명 화장품 브랜드와 함께 려·미장센 같은 생활용품도 취급. 내수와 수출이 6대 4인데, 해외시장에선 중국 비중이 단연 큽니다.

지난해 말~올 봄 주가 상승(16만원→30만원), 그리고 이후 주가 하락. 둘다 중국 때문입니다. 애초에 왜 올랐는지를 알면 지금 왜 떨어지는 지 보이겠죠?

올 초만 해도 중국 소비시장은 빠르게 살아날 것처럼 보였습니다. 중국에서 마스크를 벗기 시작하면서 미뤘던 화장품 소비가 폭발하는 조짐이었죠. 증권가에선 관성적으로 이렇게 내다봤죠. ‘중국 소비가 는다고? 그럼 (과거에 그랬듯이) 아모레퍼시픽이 수혜주겠네!’ 이런 기대감이 올 초 주가를 밀어올렸습니다.

하지만 앤츠랩 1호 레터에서 언급했듯이, 이미 중국 화장품 시장 트렌드는 몇 년 전부터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고가의 (주로 유럽) 수입브랜드와 가성비 좋은 저렴한 중국 현지브랜드로 시장이 양극화됐죠. 드라마 한류(7년 전 별그대 시절..)가 걷히면서, 어정쩡한 K뷰티는 사이에 낀 신세.

한때 K뷰티 주역이었던 이니스프리. 지금은 중국 현지 브랜드에 밀리고 있다. 사진 이니스프리

한때 K뷰티 주역이었던 이니스프리. 지금은 중국 현지 브랜드에 밀리고 있다. 사진 이니스프리

위기를 절감한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중저가인 이니스프리 중국 매장을 대거 철수하고(2020년 470개→2021년 280개) 중국에서 고가인 설화수 브랜드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죠. 이에 올해 초 애널리스트들은 ‘이제 드디어 수익성이 회복될 것’이라며 설레발을 쳤는데요.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3분기 실적을 보면 1년 전보다 중국에서 이니스프리 매출은 55% 줄고, 설화수 매출은 50% 늘었습니다(중국 전체 매출 –12%). 설화수가 선전했으니 작전 성공? 아니요. 중국 내 영업이익률은 6%에서 3%로 반토막 나고 말았습니다. T.T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중국 고가 화장품 시장은 유럽·일본·미국 등 전 세계 내로라하는 브랜드들이 다 뛰어든 전쟁터인데요. 설화수가 엄청난 신상품을 내놓은 것도 아니고, 뭘로 매출을 50%나 끌어올렸을까요? 다 마케팅발이죠.

중국 설화수의 쌍11절 광고. '하나 사면 하나 공짜' 문구가 눈에 띈다.

중국 설화수의 쌍11절 광고. '하나 사면 하나 공짜' 문구가 눈에 띈다.

무슨 마케팅을 하냐고요? 중국 최고 쇼핑행사 쌍11절(광군제)가 코앞인데요. 설화수는 중국 틱톡(더우인)에서 최고 인기 틱토커(광동부부) 라이브방송을 하는가 하면, 온라인쇼핑몰에선 ‘하나 사면 하나 공짜(1+1)’ 행사를 대대적으로 진행 중. 아마도 광군제 덕에 4분기 중국 설화수 판매량은 꽤 늘어날 테지만, 동시에 마케팅 비용도 상당하겠네요.

냉정하게 봅시다. 이런 중국 화장품 시장의 마케팅 출혈경쟁 언제까지 해야 할까요. 앤츠랩이 보기엔 아마 내년에도 계속 될 겁니다. 왜냐. 설화수엔 딱히 제품 혁신이랄 게 없기 때문이죠. 설화수가 중국에서 제품 좋다는 평을 받고는 있지만, 주력 제품들은 출시된 지 20년도 더 된 겁니다. 요즘 중국 화장품 시장의 큰손인 젊은층에게 매력어필하기가 쉽지 않죠.“비용 증가 대비 저조한 매출은 브랜드 노후화를 방증한다”는 지적(메리츠증권). 고가 브랜드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는데 강력한 신무기가 없으니. 걱정스럽습니다.

물론 좋아지는 면도 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국내 온라인 매출이 크게 늘었다는 점(3분기 +30%)인데요. 사실 아모레퍼시픽은 오프라인 매장(아리따움)을 의식해서 온라인몰 키우기에 소극적이란 평가를 받아왔는데요. 최근 직영몰을 리뉴얼하며(AP몰→아모레몰)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죠(쿠폰을 마구 뿌림). 뒤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방향 전환은 다행.

여드름피부용 패치 등 MZ세대를 겨냥한 제품이 많은 코스알엑스. 사진 코스알엑스

여드름피부용 패치 등 MZ세대를 겨냥한 제품이 많은 코스알엑스. 사진 코스알엑스

M&A에 나선 것도 반가운 일입니다. 아모레퍼시픽은 재무구조가 탄탄한데도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경영해왔는데요. 9월 국내 더마화장품 브랜드 코스알엑스(COSRX) 지분 38.4%를 1800억원에 인수했습니다. 창사 이래 최대 규모 M&A라고. 9월엔 자회사였던 ‘에스트라(옛 태평양제약)’도 아모레퍼시픽이 흡수합병했죠. 에스트라 역시 피부과에 납품하는 더마화장품(고기능성 화장품) 브랜드.

중국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더마화장품은 가장 핫한 분야입니다. 아모레퍼시픽에도 잘하면 성장동력이 될 수 있겠는데요. 그렇다고 당장 내년에 확 성과가 나오진 않겠죠. 참고로 이 분야도 CNP(LG생활건강), 닥터자르트(에스티로더) 등이 이미 자리잡고 있어서 경쟁은 무지막지 치열합니다.

결론적으로 6개월 뒤:

옛 영광은 잊어라. 더 빨리, 많이 바뀌어야!

이 기사는 11월 5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건강한 주식 맛집, 앤츠랩을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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