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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신 시도' 벌어진 코인거래소…투자자 채팅방선 뜻밖 대화

중앙일보

입력

“분신 시도는 심했다는 생각이지만, 본인도 오죽 답답하면 그랬을까 싶긴 해요.”

암호화폐 개인 투자자인 박모(37)씨는 최근 한 언론 보도 때문에 주변 투자자들이 술렁였다고 전했다. 지난 4일 오후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업비트 사무실에서 40대 남성 A씨가 분신을 시도한 사건 때문이다. A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투자를 하다가 금전 손실을 봤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투자는 개인 책임이니 거래소에서 범죄를 일으킨 건 분명 잘못됐다”면서도 “투자자들 사이에서 거래소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큰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지난 6월 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라운지 전광판에 비트코인과 알트코인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월 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라운지 전광판에 비트코인과 알트코인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투자 실패 비관?…“확인 어렵다”

사건이 일어난 건 지난 4일 오후 4시쯤이다. A씨는 서울 강남구 업비트 고객센터를 찾아 사무실 바닥에 인화물질을 뿌리고,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이려고 시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과정에서 A씨의 몸에도 인화물질이 튀었다고 한다. 수서경찰서는 A씨에 대해 현주건조물방화 예비 혐의를 적용하고, 조사가 끝나는 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당초 A씨는 경찰에 ‘암호화폐 투자에 실패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업비트 관계자는 7일 “암호화폐 거래 내역 등은 개인정보에 해당해 (A씨의 투자 실패 여부를) 자세히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아직 사건의 진상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소식을 접한 암호화폐 투자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직장인 B씨(28)는 “투자자들이 모인 오픈 채팅방에 기사 링크가 올라오자 ‘본인 책임인데 왜 거래소에 분풀이하느냐’는 부정적인 얘기가 주로 오갔다”면서도 “최근 거래소들의 코인 상장폐지 등이 이어지면서 투자 실패를 비관하는 사람이 부쩍 많아졌다”고 했다.

투자 실패 이미지. 셔터스톡

투자 실패 이미지. 셔터스톡

거래소 부실 검증, 보안성 문제 지적도

실제로 지난달 국정감사에서는 일부 거래소들의 부실 검증으로 인한 코인 상장폐지 문제가 지적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실에 따르면 업비트는 2017년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상장된 코인 중 전체의 48%에 해당하는 145개 코인을 상장 폐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비트 측은 “상장 심사 때는 기준에 부합하는 코인이라도 거래량 미달 등 문제가 생기면 투자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수시로 모니터링해 기준 미달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한 투자자가 “업비트 계좌가 해킹돼 5000만원 손실을 봤다”고 주장하면서 경찰 수사를 의뢰해 암호화폐 거래소의 보안성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이에 업비트 관계자는 “자체 시스템의 결함 때문에 해킹을 당한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으며 서버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면 보상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암호화폐 투자 관련 그래픽

암호화폐 투자 관련 그래픽

정부 과세 코앞…“피해는 개인 투자자에게”

전문가들은 암호화폐 등 가산자산에 대한 정부의 과세를 앞두고 투자자들이 일부 거래소로 쏠리면서 생긴 부작용이라고 진단했다. 정부는 내년부터 가상자산으로 발생하는 소득에 세금을 매길 수 있게 사업자 신고제를 실시하고, 거래소에 관련 시스템 구축을 올해 안에 완료하라고 지시한 상태다. 이 과정에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폐업한 거래소 이용자들이 업비트 등에 몰리면서 혼란이 불가피했다는 설명이다.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사업자들이 시스템 구축 기한을 유예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지만 그대로 진행되면서 일부 거래소에서 이용자 확인(KYC) 지연 등으로 인한 거래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며 “피해는 개인 투자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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