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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학교 필수과목, 中 뒤덮는 ‘시진핑 사상’…3연임 길 닦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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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지난 5일 베이징시 기층 인민대표 선거일을 맞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난하이에 마련된 투표함에 선거 용지를 넣고 있다. 중국중앙방송(CC-TV)는 이날 장쩌민, 후진타오 전임 국가주석도 위탁 형식으로 투표에 참가했다고 보도했다. [신화=연합뉴스]

지난 5일 베이징시 기층 인민대표 선거일을 맞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난하이에 마련된 투표함에 선거 용지를 넣고 있다. 중국중앙방송(CC-TV)는 이날 장쩌민, 후진타오 전임 국가주석도 위탁 형식으로 투표에 참가했다고 보도했다. [신화=연합뉴스]

시진핑(習近平·68)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을 확정할 중국공산당(중공) 20차 전국 대표자대회(이하 20대)가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이를 위한 사전 포석인 19기 6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6중전회)가 8일 베이징 징시(京西) 호텔에서 나흘 회기로 열린다. 20대를 앞두고 가장 중요한 회의다. 지난 100년의 성취와 경험을 총결하는 세 번째 ‘역사 문건’을 검토해 발표한다. 시 주석 3 연임을 위한 공식 길 닦기다.

[習 연임 20차 당대회 1년 앞] #중국, 시진핑 노선 사회 전면에 #"시진핑 할아버지가 애국 강조" #신화사 “역사 이끄는 핵심인물”

당 밖에서는 이미 ‘시진핑 사상’ 교육이 한창이다.

지난해 11월 29일 문을 연 중국 인민대학의 시진핑 사상 연구원 내부.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사진과 저서, 관련 연구서 등이 보인다. 사진=조대호 인민대 박사생

지난해 11월 29일 문을 연 중국 인민대학의 시진핑 사상 연구원 내부.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사진과 저서, 관련 연구서 등이 보인다. 사진=조대호 인민대 박사생

“최고 지도자의 국정 철학을 배우는 건 국민으로 당연한 일 아닌가요?”(인민대 인문학부 1년생)
“‘시진핑 사상’은 필수 과목이라기보다는 당과 학생이 서로 이해하기 위한 과목으로 생각해요.”(인민대 경제학부 3년생)
베이징의 명문 인민대학의 학부 교양 필수인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 개론’ 수강생 30여 명의 반응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개인숭배 보다 지도자의 정치 철학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대부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진로와 큰 상관도 없고, 적절히 암기하면 학점 잘 나오는 교양필수”라는 답도 있었다.

지난해 11월 29일 문을 연 중국 인민대학의 시진핑 사상 연구원 내부.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사진과 저서, 관련 연구서 등이 보인다. 사진=조대호 인민대 박사생

지난해 11월 29일 문을 연 중국 인민대학의 시진핑 사상 연구원 내부.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사진과 저서, 관련 연구서 등이 보인다. 사진=조대호 인민대 박사생

상대적으로 편안하게 반응하는 학생들과 달리 당국은 치밀하다. 베이징시 당 교육위가 만든 ‘온라인 교양 강좌 플랫폼’에는 수강생들이 의구심을 내비칠 경우에 대비한 사전 답변까지 만들어져 있었다. “민주집중을 강조하면 전제 집권을 부활시키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 “민주집중제와 당내민주는 옳고 그름이나, 모 아니면 도로 볼 수 없는 문제다. 도리어 중공의 독특한 정치적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대학마다 시진핑 강좌 경쟁 

대학마다 시진핑 강좌 개설 경쟁도 불붙었다. ‘시진핑 언어 스타일 연구(난징 사범대)’, ‘시진핑 군민융합 발전전략 사상체계 연구(국방 과기대)’, ‘시진핑 청년 신앙교육 사상 연구(창사 이공대)’ 등 주제와 제목도 다양하다.

올해 9월 신학기부터 중국 초등학교 저학년용으로 보급된 ‘시진핑 사상’ 교과서의 본문 첫 페이지. 지난 2019년 10월 1일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20주년 기념식장의 시진핑 주석 사진이 보인다. 신경진 기자

올해 9월 신학기부터 중국 초등학교 저학년용으로 보급된 ‘시진핑 사상’ 교과서의 본문 첫 페이지. 지난 2019년 10월 1일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20주년 기념식장의 시진핑 주석 사진이 보인다. 신경진 기자

대학만이 아니다. 올 9월부터는 초·중·고교에 ‘시진핑 사상’ 과목이 개설됐다. 국정 교과서에도 담겼다. 초등 저학년 교과서 1장은 시 주석의 애국 발언으로 시작한다. “동방에 위대한 국가가 있으니 중국이라 부른다. 시진핑 할아버지는 ‘애국은 세상에서 가장 깊고 오랜 감정이다. 덕의 뿌리이자, 공(功)의 근본이다’라고 말하셨다.” 천바오성(陳寶生) 교육부장(장관)은 “교과서 보급을 계기로 혼을 주조하고 인재를 키우는 새로운 국면이 열렸다”며 “사상의 위력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9월부터 중국 초등학교 저학년용으로 보급된 ‘시진핑 사상’ 교과서. “우리에 대한 시진핑 할아버지의 기대”라는 대목에서 “시진핑 할아버지는 우리들이 사회주의 건설자이자 후계자에 걸맞게 성장하기를 기대한다”고 적혀 있다. 신경진 기자

올해 9월부터 중국 초등학교 저학년용으로 보급된 ‘시진핑 사상’ 교과서. “우리에 대한 시진핑 할아버지의 기대”라는 대목에서 “시진핑 할아버지는 우리들이 사회주의 건설자이자 후계자에 걸맞게 성장하기를 기대한다”고 적혀 있다. 신경진 기자

초등 교과서엔 ‘시진핑 할아버지’ 말씀 

관영 신화사는 지난 6일 시 주석의 일생과 집권 9년의 성과를 담은 1만3000여 자의 기사를 냈다. “시진핑은 의심의 여지 없이 역사의 조류를 이끄는 핵심 인물”로 극찬했다. 한칭샹(韓慶祥) 중앙당교 교수는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는 데 네 개의 이정표가 있다”며 “1921년 중공 창당, 1949년 신중국 성립, 1978년 개혁개방, 2012년 18차 당 대회 이후 중국 특색 사회주의가 신시대에 진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2012년은 시 주석이 집권한 해다. 시진핑 집권을 창당·건국·개혁개방과 같은 수준의 역사적 사변으로 격상한 것이다.

‘시진핑 사상’을 내세운 건 중공이 이제 시 주석 체제의 장기화를 위한 이론적 토대의 굳히기 단계에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1980년대 자오쯔양(趙紫陽) 총서기를 보좌했던 우궈광(吳國光) 캐나다 빅토리아대 교수는 “중국 일반인이나 당간부 생각은 마오쩌둥(毛澤東) 아니면 덩샤오핑(鄧小平)”이라며 “시진핑의 역사결의는 두 개 사상을 통일하고자 한다”고 말한다.

지난 7월 개관한 베이징 중국공산당역사전람관 4층의 모습. 이곳엔 2016년 10월에 열린 당 18기 6중전회 전시 코너가 마련돼 있다. 당시 6중전회에서는 ‘시진핑 주석 당의 핵심’으로 확정했다. 중국 정치에서 ‘핵심’은 최종 결정권을 뜻한다. 신경진 특파원

지난 7월 개관한 베이징 중국공산당역사전람관 4층의 모습. 이곳엔 2016년 10월에 열린 당 18기 6중전회 전시 코너가 마련돼 있다. 당시 6중전회에서는 ‘시진핑 주석 당의 핵심’으로 확정했다. 중국 정치에서 ‘핵심’은 최종 결정권을 뜻한다. 신경진 특파원

하지만 이번에 나올 ‘역사 결의’에는 한계가 있다. 권력 승계다. 중공은 창당 이래 권력 승계가 정치 불안정의 최대 원인이었다. 마오의 경우 첫 번째 후계자 류사오치(劉少奇)는 숙청으로, 린뱌오(林彪)는 배신으로 실패했다. 마지막 화궈펑(華國鋒)은 덩사오핑이 배제했다. 덩의 두 후계자였던 후야오방(胡耀邦), 자오쯔양도 내부 정치에 밀려 쫓겨났다. 왕샹웨이(王向偉)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전 편집국장은 “당의 불투명한 정치와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할 때 중국의 리더십 승계 계획에 대한 역사적 결의는 향후 몇 년간 불확실하게 남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개혁·개방 이후 6중전회 논의 주제.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개혁·개방 이후 6중전회 논의 주제.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상무위원 6석 치열한 각축전

20대를 위한 인사 배치도 본격화됐다. 지난달 19일 7개 성(省)급 1인자 교체가 시작이다. 당 대회의 꽃은 상무위원 인사다. 20대 관전 포인트는 두가지다. 첫째, 시 주석의 연임이 언제까지 가느냐다. 만일 2027년 21차 전국 대표자대회에서 멈춘다면 잠재 후계자가 상무위원에 들어가야 한다. 현재로써는 가능성이 낮다는 게 중론이다. 둘째, 1955년생 동갑인 리커창(李克强)·왕양(汪洋)·왕후닝(王滬寧) 현 상무위원의 잔류 여부다. ‘칠상팔하(67세 잔류, 68세 은퇴)’ 선례를 적용해 리커창 총리가 전인대 위원장으로 서열 2위를 유지하고, 서열 3위의 왕양 총리설이 나온다. 시 주석의 비서 출신 리창(李强) 상하이 서기도 총리 물망에 올랐다. 딩쉐샹(丁薛祥·59) 중앙판공청 주임, 리시(李希·65) 광둥성 서기도 상무위원 입성이 유력하다.

6세대 선두주자로 꼽혔던 후춘화(胡春華·58) 부총리와 천민얼(陳敏爾·61) 충칭 서기는 각각 부총리 유임, 상하이 서기 이동설이 나온다. 3대 책사 왕후닝은 창당 100주년 기념행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으나 잔류가 어려워졌다는 전망이다.

숫자로 본 시진핑.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숫자로 본 시진핑.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시진핑 사상=‘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이 정식 명칭이다. 시진핑 주석을 중심으로 전체 당원이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건설하자는 중공의 지도 사상이다. 지난 2017년 19차 당 대회에서 당의 헌법인 당장에 처음 기재됐다.
역사 결의=중국 공산당의 주요 문건으로 1945년 마오쩌둥의 ‘약간의 역사 문제에 관한 결의’, 1981년 덩샤오핑의  ‘건국 이래 당의 약간의 역사 문제에 관한 결의’를 말한다. 이번에 19기 6중전회에서 시 주석 주도로 ‘당의 100년 분투의 중대 성취와 역사 경험에 관한 결의’가 통과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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