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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소수 시한폭탄, 1~2개월 남았다…최악땐 '배달망 붕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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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요소수 품귀 현상이 계속되면서 물류업계가 타격을 받으며 택배업계까지 영향이 끼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정부가 중국과의 협상을 통해 수입을 늘리고 수입선을 다변화 하는 등 대책을 내놨지만 수급난을 해소하기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뉴스1

요소수 품귀 현상이 계속되면서 물류업계가 타격을 받으며 택배업계까지 영향이 끼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정부가 중국과의 협상을 통해 수입을 늘리고 수입선을 다변화 하는 등 대책을 내놨지만 수급난을 해소하기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뉴스1

요소수 품귀가 국내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산업 혈류(血流)라 불리는 물류망이 타격을 입자 유통은 물론 자동차, 철강, 건설 등 산업계 전반으로 파장이 퍼지고 있다. 요소수 부족 사태 해결이 늦어질 경우 화물차 200여만대는 물론 경유차 생산라인이나 건설 현장이 멈춰 서 피해액 산정조차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중국발 요소수 품귀 사태는 업종을 가리지 않고 산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2년 전 일본이 고순도 불산 수출을 중단했을 당시 피해가 반도체 산업에 국한됐던 것과는 딴판이다. 우선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택배와 유통 업계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장기화로 물량이 쌓여있는 택배와 유통사는 요소수 확보전에 사활을 걸고 있다. 운송을 담당하는 차량 상당수가 경유차인 만큼 요소수가 부족할 경우 자칫 배달망 자체가 붕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물류車 운행 못하면 배송 차질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는 현재 1~2개월을 버틸 수 있는 요소수 재고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품귀 현상이 장기화할 경우 물류 차량 운행을 장담할 수 없어 배송 대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시중 대형마트 관계자는 “납품 차량 다섯 대 중 한 대가 요소수를 보충해야 하는 유로6 적용 차량”이라고 “요소수 부족이 장기화할 경우 배송 일정을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화물차 등 디젤 차량 운행의 필수 품목인 '요소수'가 공급부족으로 품귀 현상과 함께 가격이 폭등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3일 오후 대전의 한 주유소에서 요소수를 실은 차량이 주입기에 요소수를 넣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화물차 등 디젤 차량 운행의 필수 품목인 '요소수'가 공급부족으로 품귀 현상과 함께 가격이 폭등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3일 오후 대전의 한 주유소에서 요소수를 실은 차량이 주입기에 요소수를 넣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車업계, 경유차 출고 지연 우려  

자동차 업계는 요소수 품귀에 따른 생산 차질에 대비하는 중이다. 이미 연초부터 반도체 부족으로 생산 차질을 입고 있는 마당에 요소수 부족은 엎친데 덮친격이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디젤차 출고에 필요한 요소수 2개월 치 정도를 갖고 있다. 특히 디젤차의 경우 요소수를 채운 후 공장에서 출고하는데 요소수 품귀가 이어질 경우 출고 지연을 피할 수 없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매달 출고되는 경유차는 올해 기준 3.3만대에 이른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요소수 부족이 이어질 경우 차량 출고는 물론 탁송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탁송 트럭이 멈춰 서면 수출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자동차 서비스망에선 요소수 부족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서비스센터에서도 요소수를 보충해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부품 업계 관계자는 “유럽 등에서 요소수를 직접 수입하는 수입차 브랜드와 달리 요소수를 자체적으로 확보해 공급하는 국내 자동차 브랜드는 서비스센터에서 벌써부터 요소수를 제때 공급하지 못해 차질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화물차 등 디젤 차량 운행의 필수 품목인 '요소수'가 공급부족으로 품귀 현상과 함께 가격이 폭등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3일 오후 대전의 한 주유소에서 직원이 요소수 품절을 알리는 안내문을 부착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화물차 등 디젤 차량 운행의 필수 품목인 '요소수'가 공급부족으로 품귀 현상과 함께 가격이 폭등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3일 오후 대전의 한 주유소에서 직원이 요소수 품절을 알리는 안내문을 부착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건설·철강 업계도 요소수 걱정  

건설과 철강업계도 요소수 품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건설 현장에도 요소수를 보충해야 하는 건설용 기계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이미 "요소수 품귀가 장기화할 경우 건설 현장이 멈춰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콘크리트를 실어 나르는 레미콘 차량이 대표적이다.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레미콘 차량 두 대 중 한 대가 요소수를 사용하는 차량”이라며 “요소수 공급 부족이 10월 시작됐는데 이달 말이면 요소수 수급이 어려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철강 업계도 이중으로 속이 타고 있다. 철강재를 운반하는 외주 업체 트럭용 요소수에 더불어 철강 생산 과정에 필요한 요소수 수급도 걱정해야 해서다. 포스코 등 철강업계는 질소산화물 저감에 사용하는 요소수 재고를 1개월 치 정도를 확보한 상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 제조 과정에 따라 요소수와 암모니아가 필요한데 암모니아는 재고 여유가 있지만 요소수는 재고가 넉넉하진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를 설득해 수입 통로를 확보하는 한편 수입처를 다변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자체적으로 요소를 생산해 공급하는 유럽 모델로 가야 한다”며 “중국 정부를 설득해 수입 길을 열고 필요한 경우 수입처를 다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훈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은 “요소 등 산업 경쟁력과 밀접한 품목의 공급망 리스크 관리를 위해 국가 주도의 컨트롤 타워 설립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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