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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尹장모 문건’ 의혹 대변인 폰 압수…檢총장도 알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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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10월 18일 한동수 대검찰청 감찰부장. [사진 국회사진기자단]

10월 18일 한동수 대검찰청 감찰부장. [사진 국회사진기자단]

대검찰청 감찰부(부장 한동수)가 언론과 검찰의 소통 창구인 대검 대변인의 공용 휴대전화를 법원의 영장 없이 임의로 제출받아 포렌식한 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처장 김진욱)에 넘겨준 데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재직 시절 권순정 전 대변인(부산지검 서부지청장)이 윤 전 총장 장모 사건 대응 문건을 언론에 제공했다는 의혹을 진상조사하려고 공용폰을 포렌식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오수 검찰총장도 이 과정을 보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법원의 영장도 발부받지 않고 전화기를 임의 제출받아 포렌식한 건 물론 당사자인 권 전 대변인에게 통보하지 않고 참관 절차도 생략해 불법 압수수색 논란이 일고 있다. 일주일 뒤 공수처가 감찰부 압수수색을 통해 자료를 가져가면서 사실상 대검이 공수처의 ‘하청 감찰’을 벌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檢 “나올 게 없어 임의 제출 받아 참관 없이 포렌식…총장에 보고”

7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압수 논란은 지난달 29일 감찰부 감찰3과(과장 김덕곤)가 서인선 현 대변인에게 “권순정·이창수 전임 대변인과 서 대변인이 지난 9월까지 사용했던 공용 휴대전화를 임의 제출해달라”라고 요구하면서 비롯됐다. 서 대변인은 최근 새 휴대전화를 구입한 뒤 과거 기기는 공기계 상태로 보관해온 상태였다고 한다.

감찰부는 이 과정에서 서 대변인에게 ‘휴대폰을 제출하지 않는 것은 감찰 사안’, ‘휴대폰 압수 및 포렌식 사실을 전임 대변인에게도 누설하지 말라’고 했다고도 한다. 김오수 검찰총장에게도 “권 전 대변인 당시 대변인실이 전임 총장 장모 관련 사건에 대한 대응 문건을 언론에 제공했다는 보도 등이 나와 진상조사가 필요하다”며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찰부는 이후 서 대변인을 포함해 공용폰 사용자의 참관을 배제한 채 자료 복구를 위한 포렌식 작업 및 결과 자료 이미징 작업을 거친 뒤 대변인실로 돌려줬다고 한다. 해당 포렌식 결과는 지난 5일 공수처가 대검 감찰부를 ‘고발 사주 의혹’ 관련 추가 압수수색을 벌이면서 함께 가져간 것으로 나타났다.

대검 감찰부는 논란이 커지자 별도 입장문을 내고 “이번 포렌식은 진상조사에 엄격히 한정하여 실시한 것일 뿐 언론 활동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거나 제한을 가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용 휴대폰을 임의 제출받아 확보하는 과정에서 현재의 대변인(서 대변인)에게 ‘제출을 안 하면 감찰 사안’이라는 취지로 발언을 한 사실은 없다”라고 밝혔다.

또 “해당 공용폰은 이미 3회의 초기화가 진행된 상태였고 아무런 정보도 복원할 수 없어 정보 주체에게 사후 통보를 할 여지도 없었다”라고 주장했다.

권순정 “헌법 영장주의 원칙 훼손…언론 자유 침해한 엄중 사안”

당사자인 권순정 전 대변인은 하지만 ‘대검의 영장 없는 압수, 몰래 포렌식’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대검 대변인 등 검찰 공보관은 검찰과 언론 간 소통의 유일한 공식 창구”라며 “대변인이 전속적으로 사용한 업무용 휴대폰을 영장 없이 압수하고,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은 채 몰래 포렌식한 감찰부의 조치는 헌법상 영장주의 원칙과 절차적 정당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것은 물론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 엄중한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감찰부는 ‘휴대폰에 저장된 모든 전자정보’에 ‘아무런 제한 없이 접근’하려고 시도했고 실제로 그와 같은 ‘접근’과 ‘열람’이 이뤄졌다”며 “이와 같은 부당한 조치로 인해 단순히 진상조사를 넘어 전직 검찰총장 시절 언론과의 관계 전반을 사찰하려고 했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자초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임의 제출 요구에 응한 서 대변인은 ‘감찰에 정당한 사유 없이 협조하지 않으면 감찰 사안으로 처리한다’라는 대검 감찰본부 설치·운영 규정상 내줄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다만 내부 훈령인 규정이 정식 감찰 대상으로 입건도 되지 않은 대변인실과 성명 불상의 기자 간 장모 문건 유출 진상파악을 위해 공용폰을 법원 영장 없이 압수하고 포렌식할 근거가 될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대변인 공용폰은 대검 소유이고 서인선 대변인에게 오기까지 권순정→이창수 전 대변인(대구지검 차장검사)을 거치며 여러 차례 초기화했기 때문에 나올 게 없어 임의 제출 방식으로 참관 없이 포렌식한 것으로 안다”며 “실제 포렌식 결과도 언론사와 주고받은 취재 내용이 나오지 않았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는 검찰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대검 감찰부와 공수처가 ‘고발 사주’ 의혹과 별개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장모 대응 문건 작성 및 배포와 관련해 직권남용 혐의 입건 등을 염두에 두고 권순정 전 대변인과 언론사간 대화 내용을 확인하려 했던 것이란 의혹은 남는다.

법조계 관계자는 “설사 포렌식에서 목표한 결과를 찾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공수처와 대검 감찰부가 윤 전 총장 측근 의혹을 캐기 위해 부당하게 짬짜미하고 언론 취재 내용을 불법 사찰하려 했다는 의혹은 남는다”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캠프 대변인 “대검·공수처 추악한 관권 선거”

논란은 정치권으로도 확산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캠프는 7일 대변인 논평을 통해 “윤 전 총장 시절 대변인들의 공용 휴대전화를 몰래 들여다 본 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를 흠집 내기 위한 것으로 대검과 공수처의 불법적이고 추악한 관권선거”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공수처는 대변인 휴대전화 압수 영장을 발부받는 것이 불가능하자 대검을 시켜 불법으로 포렌식하도록 한 다음 감찰 자료인 것처럼 꾸며서 가져간 것”이라며 “이는 법원을 속인 것이며, 헌법상 영장주의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불법”이라고 반발했다.

이어 “공수처와 검찰이 기자들의 연결 통로인 ‘대검 대변인의 공용전화’를 터는 것은 언론에 대한 검열이자 사찰”이라고 못 박았다.

11월 4일 오전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이 출근하고 있다. 뉴스1

11월 4일 오전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이 출근하고 있다. 뉴스1

법조계, “권순정 포렌식 참관 막은 감찰부…직권남용 소지”

법조계에선 “언론 사찰 논란을 차치하고 감찰부의 조치만 봐도 여러 위법 요소가 있다”라는 지적도 잇따른다. 한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감찰 기밀 누설이라며 서 대변인이 권 전 대변인에게 연락을 못 하도록 막은 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라고 밝혔다. 현행 대검 예규인 「디지털증거의 수집·분석 및 관리규정」에 따르면 정보저장 매체를 임의제출 받는 경우 제출자에게 참여권을 보장하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검사 출신인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임의 제출이라면 임의성이 분명히 인정돼야 한다”라며 “판례에선 강압적인 요소가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임의 제출물로 보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애초에 임의 제출을 요구할 법적 근거가 없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검찰청 감찰본부 설치 및 운영 규정에선 감찰대상자에 대해 증거물 및 자료제출 등을 협조받을 수 있게 돼 있는데, 감찰부는 감찰이 아니라 감찰의 전 단계인 진상조사를 진행 중이었기 때문이다.

공수처 “대검 내부 사정 알지도 못하고, 알 필요도 없다”

공수처는 이에 대해 입장문을 내고 “공수처가 적법 절차를 회피하여 편법적, 우회적으로 해당 휴대폰이나 휴대폰 내용물을 확보하기 위해 대검 감찰부와 사전 협의를 거쳐 관련 자료를 넘겨받았을 것이라는 보도 내용은 아무런 근거 없는 억측”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면서 “공수처 고발 사주 의혹 수사팀은 대검 내부 사정을 알지도 못하고, 알 수도 없으며, 알 필요도 없다”며 “수사팀은 해당 사건 수사상 필요가 있어 적법 절차에 따라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영장 기재 내용대로 대검 감찰부로부터 포괄적으로 관련 자료를 넘겨받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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