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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툭 튀어나온 사타구니…집 나간 장기 의심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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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 나간 장기·조직 ‘탈출 질환’

 신체의 각 장기·조직은 주인의 건강을 위해 저마다 담당한 기능과 역할이 있다. 이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려면 기본적으로 장기·조직이 ‘제 위치’에 있어야 한다. 하지만 어떤 이유로 이들이 ‘집을 나가면’ 장기·조직이 되레 몸을 공격하는 살벌한 부메랑이 될 수 있다. 이른바 ‘탈출 질환’은 신체 곳곳에서 나타날 수 있는데, 대부분 생활습관만 개선해도 재발·악화를 막을 수 있다. 대표적인 탈출 질환의 장기·조직의 탈출 기전과 대처법을 알아본다.

골반장기탈출증

골반장기탈출증은 자궁·방광·직장 등 골반 속 장기가 질 밖으로 탈출하는 질환으로, 주로 50~70대 여성에게 발생한다. 고려대 구로병원 산부인과 신정호 교수는 “골반 내에서 장기를 받치는 힘줄·근육·인대 등 골반 장기 지지 구조물이 탄력을 잃고 축 늘어지면 이들 장기가 질로 빠진다”고 설명했다. 이 구조물의 탄력을 떨어뜨리는 주요인은 ‘난산’과 ‘노화’다. 우량아를 낳거나 출산 과정이 힘들수록 이 구조물이 오래 늘어났다가 결국 제대로 복원되지 못한다. 또 노화로 인해 이 구조물의 탄성 자체가 떨어져도 장기가 이탈한다.

골반장기탈출증을 악화하는 생활습관도 있다. 장시간 바닥에 쭈그려 앉거나 무거운 물건을 자주 들고 나르기, 윗몸일으키기나 탁구·배드민턴처럼 복부에 큰 힘을 가하는 코어 운동, 만성 기침·변비로 배에 힘을 많이 주는 경우다. 주요 증상으로는 아랫배를 아래로 잡아당기는 듯한 느낌, 아랫배가 묵직하고 밑이 빠진 느낌, 요실금·절박뇨·변실금이나 골반통·요통·성교통이 나타나기도 한다. 심하면 질 밖으로 장기가 7~8㎝가량 빠진다. 증상이 경미하면 케겔 운동을 시도할 수 있지만, 더 진행하면 빠져나온 장기를 안쪽 힘줄·인대에 고정(천골쐐기인대 고정술)하거나 인공 힘줄을 넣고 당겨 올리는 방식(천골질 고정술)의 수술을 시행한다.

탈장

복부·사타구니의 근육이 툭 튀어나왔다면 탈장(脫腸)을 의심할 수 있다. 한양대병원 소아외과 손준혁 교수는 “탈장은 복강 내 지방 조직이나 장기가 국소적으로 약해진 복벽의 틈 사이를 비집고 탈출한 질환”이라며 “선천적으로 복벽의 틈새를 갖고 태어났거나, 나이가 들면서 복벽이 약해지고 복압이 과도하게 상승할 때 발생한다”고 언급했다.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기침을 계속하는 경우, 배변하기 위해 힘을 줄 때처럼 복강 내 압력이 올라가면 복벽의 근육, 지방 조직, 장의 일부 등이 늘어나면서 근육 쪽으로 돌출된다. 장기 중에선 주로 장(腸)이 탈출하며, 사타구니에 생기는 ‘서혜부 탈장’이 흔하다. 기침하거나 변을 볼 때처럼 배에 힘을 줄 때 장 일부가 탈출해 서혜부 일부가 부풀어 오른다. 장시간 서 있으면 돌출 부위가 더 볼록했다가 누우면 없어지는 게 특징이다.

‘도수 정복’이라는 비수술적 치료법은 손으로 탈장 부위를 주무르거나 탈장낭을 당겨 탈출 부위를 제자리로 밀어 넣어주는 방식이다. 탈장낭 안에 갇힌 장의 괴사가 의심되면 탈장낭을 열어 탈장 부위를 복강 내로 넣어주고 탈장낭을 묶는 방식으로 수술을 진행한다. 탈장을 막으려면 걷기·요가·스트레칭 등 중간 강도의 운동을 통해 정상 체중을 유지하고 복근을 조금씩 강화한다. 변비를 막기 위해 현미·양배추 등 섬유질이 많은 통곡류·채소를 챙겨 먹는다. 물건을 들 때는 팔다리 근육을 최대한 이용해 복부의 긴장을 줄인다.

습관성 탈구

흔히 ‘팔 빠졌다’고 표현하는 질환이 탈구다. 탈구는 뼈가 인대에서 탈출한 질환이다. 5세 이전 유아에게서는 ‘팔꿈치 탈구’가, 성인에서는 ‘어깨 탈구’가 흔하다. 유아의 팔꿈치 탈구는 아이의 팔을 갑자기 잡아끌거나 손을 잡고 들어 올릴 때 발생할 수 있다. 팔꿈치를 구성하는 요골의 머리 부분(요골두)이 인대에서 잘 빠지기 때문인데, 5세가 넘으면 요골두를 둘러싼 인대가 강해져 팔꿈치 탈구는 사라질 수 있다.

성인의 어깨 탈구는 야구·수영·배구처럼 팔을 머리 위로 올리는 운동을 할 때 어깨뼈를 잡아주는 연골인 전방관절와순, 어깨 관절의 회전근개 힘줄이 파열되면서 나타날 수 있다. 관절을 움직일 때 아프고 뼈가 빠지는 느낌과 함께 소리가 난다. 경희대병원 정형외과 이성민 교수는 “평균적으로 탈구가 한번 생기면 재발할 우려가 30%인데, 20세 미만에서 탈구가 있었다면 이 수치는 70%까지 올라간다”고 말했다. 탈구 시 임의로 뼈를 끼워 맞추려 하다가는 신경·근육이 손상당할 수 있어 위험하다. 팔을 부목에 간단히 고정한 후 가까운 정형외과나 응급실을 찾는다. 손목을 잡고 끌어당기는 동작은 피한다. 팔을 많이 쓰는 운동을 즐긴다면 관절경으로 전방관절와순을 봉합하는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상황에 따라 보조기를 2주 이상 착용해 경과를 관찰하거나 회전근개 봉합술 등을 시행하기도 한다.

추간판탈출증

각각의 척추뼈 사이에서 스프링처럼 충격을 완화하는 물렁뼈가 추간판(디스크)이다. 추간판의 중심부엔 젤리 같은 수핵이 있다. 이 수핵의 80%가 수분이다. 10대 후반을 지나면 수핵 속 수분 함량이 줄어들며 추간판의 탄성이 떨어진다. 잘못된 자세나 사고로 인한 충격 등 외부 자극이 가해지면 추간판이 밖으로 밀려난다. 한양대병원 정형외과 최성훈 교수는 “밀려난 추간판과 터진 수핵이 척수·신경근을 자극하면서 주변 조직에 염증을 일으키고 부기가 심해지며 척수 신경, 신경근을 압박해 극심한 통증, 근력 약화를 유발한다”고 언급했다. 소변·대변 조절에 장애가 생겼다면 척수신경이 눌렸다는 신호일 수 있어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

요추 추간판탈출증(허리 디스크)은 탈출한 추간판이 신경근을 자극하면서 요통, 다리가 저린 방사통을 동반한다. 경추 추간판탈출증(목 디스크)은 목·어깨·팔·손바닥·손가락 통증을 부른다. 추간판 탈출을 막으려면 의자에 앉거나 걸을 때 등을 구부리지 않고 양쪽 어깨를 편다. 베개는 높지 않은 것으로 선택하고 목덜미까지 베 경추 추간판의 압력을 낮춘다. 걷기·체조·수영 등 근육 강화 운동을 한다. 약물 복용, 신경 차단술 등 보존적 치료를 6주 이상 해도 통증이 있고 근력 저하, 보행 장애, 대소변 장애가 동반되면 신경 감압술, 디스크 제거술 같은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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