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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인공와우 수술, 나선형의 굵은 청신경일수록 효과 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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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리포트]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박홍주 교수팀

인공와우 수술의 난청 치료 효과를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영상 지표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제시됐다.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박홍주 교수팀은 인공와우 수술을 받은 난청 환자의 청신경을 고해상도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통해 분석한 결과, 청신경의 굵기가 굵을수록, 꼬리 부분이 나선형 형태로 잘 유지돼 있을수록 난청 치료 효과가 컸다고 최근 밝혔다.

청신경(와우신경)은 달팽이관의 청세포가 감지하는 진동을 전기신호로 바꿔 대뇌로 전달하는 역할을 맡는다. 일반적으로 중등도 이하의 난청 환자는 보청기로 소리를 증폭하면 청신경·대뇌가 자극돼 소리가 들리지만 돌발성 난청이나 중이염 환자와 같은 고심도 난청은 청세포의 기능이 떨어져 청신경을 직접 자극하는 인공와우 수술을 해야 한다. 인공와우는 청신경에 전기적 자극을 직접 가해 손상되거나 상실된 청신경 세포의 기능을 대체하는 장치다.

인공와우 수술은 1시간 내외로 마무리되며 조직 손상 범위가 적은 비교적 안전한 수술이다. 하지만 비용 부담이 큰 데다 환자의 청신경 상태에 따라 수술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 막연한 두려움과 불안감에 치료를 망설이는 환자가 많았다. 기존에는 나이, 청력 손실 수준, 난청 유병 기간 등의 임상 정보로 인공와우 수술 결과를 예측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이에 박홍주 교수는 청신경 형태를 파악할 수 있는 고해상도 MRI 영상을 통해 수술 결과를 보다 과학적으로 예측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했다. 이 병원에서 인공와우 수술을 받은 성인 난청 환자 83명의 청신경 MRI를 촬영해 수술 후 언어 인지 능력의 개선 효과를 비교했다. 그 결과, 청신경이 굵고 고주파수를 담당하는 청신경 꼬리 부분의 형태가 잘 유지된 경우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개선 효과가 약 28%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마다 남아 있는 청신경의 굵기와 형태가 다양했는데, 특히 난청을 오래 앓을수록 청신경의 굵기가 얇아졌고 이 경우 인공와우 수술 결과도 좋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박홍주 교수는 “이번 연구로 청신경의 굵기와 나선형 형태가 인공와우 수술 결과를 예측하는 중요한 지표라는 사실이 처음 확인된 만큼 수술을 고민하고 걱정하는 난청 환자의 심리적 부담을 덜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선 연구에서 대뇌피질의 변화 양상이 인공와우 수술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확인한 바 있다. 여기에 청신경 MRI 영상을 함께 활용한다면 훨씬 높은 정확도로 난청 치료 결과를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미국이과학회 공식 학회지인 ‘이과 & 이신경학(Otology & NeurOtology)’에 최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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