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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기후변화대응 가로막는 두가지 비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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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문재인 대통령이 1일(현지시각)영국 글래스고 스코틀랜드 이벤트 캠퍼스(SEC)에서 열린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일(현지시각)영국 글래스고 스코틀랜드 이벤트 캠퍼스(SEC)에서 열린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류공용 기후 각국정부 무책임

미래재앙에 현직 정치인 무관심

1. 지난주부터 이어지는 세계적 이슈는 기후변화입니다.
10월31일 스코틀랜드에서 열린 UN기후변화협약총회(COP26)은‘기후변화’관련..사실상 최초의 세계총회입니다. 2016년 파리협약에 따라 처음으로 열린‘세계각국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자체목표를 발표하는 회의’입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참석해 ‘2050년 탄소제로, 2030년까지 탄소배출 40% 감축’을 선언했습니다.

2. IEA(국제에너지기구)의 분석에 따르면..각국이 내놓은 목표는 꽤 그럴듯한가 봅니다.
총회의 궁극적 목표는..전세계가 협력해 2050년까지 전지구 온실가스배출을 제로(zero)로 만드는 것입니다. 그럴 경우 2100년까지 지구의 기온상승을 섭씨 2.0도 이하로 막을 수 있습니다. 지구온도는 산업혁명(대략 1850년) 당시 기준으로 이미 1.2도 올랐습니다.
이번에 제시된 목표가 전부 달성될 경우 2100년까지 지구온도 상승을 1.8도로 막을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런 노력을 안할 경우 지구온도는 약 5.0도 내외로 오를 것으로 전망돼 왔습니다. 엄청난 차이입니다.

3. 문제는 실천입니다. 중차대한 문제임을 알면서도..각국이 실천을 제대로 못하게 가로막는 ‘두가지 비극’이 있기 때문입니다.
첫번째 ‘공유지의 비극(the tradegy of the common)’입니다.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공유지는..누구나 자기 양떼를 풀어먹이려고만 하지 돌보려하지 않기에..결국엔 황폐화된다는 겁니다.

4. 지구환경, 물과 공기는 인류가 공유합니다. 각국이 자국발전을 위해 오염시키기엔 열심이지만..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이번 회의에서도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석탄최대소비국이자 최대 오염배출국인 중국은 2050년 탄소제로에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2060년을 제시했습니다. 산업화가 진행중이기에 탄소배출이 불가피하답니다.

5. 선진국들도 2009년 개도국의 기후변화 대응을 지원하기위해 매년 1000억 달러를 지원하겠다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인도의 모디 총리는 ‘선진국에서 2009년 약속한 지원금의 10배(1조 달러)를 내놓는다면..2070년까지 탄소제로를 할 수 있다’고 큰소리 쳤습니다. 선진국인 호주는 최대 석탄수출국인지라..이번 회의에서 아예 감축목표를 제시하지도 않았습니다.

6. 두번째는 ‘지평선의 비극(the tragedy of horizon)’입니다.
‘지평선’이란 비유적 표현으로..시간이나 책임, 혹은 인식의 한계선을 말합니다. 그러니까..기후변화의 경우 매우 장기적인 문제이기에..현재의 의사결정권자들 입장에선 현안이 아닙니다. 심각한 피해자는 투표권조차 없는 어린이 청소년들입니다.
그래서 스웨덴의 ‘환경소녀’ 그레타 툰베리가 2018년 ‘기후보호 학교파업’을 벌이면서 ‘투표권’을 요구한 것입니다.

7. 의사결정권자들이 자신들의 임기와 무관하기에 관심이 없는 경우도 문제이지만..반대로 무책임한 정책과 약속을 남발하는 경우는 더 큰 문제가 됩니다.
이번에 한국이 ‘탈석탄 전환선언’에 서명한 것은 그런 경우에 해당됩니다. 석탄발전을 2030년대(그러니까 2039년전)에 끝내겠다는 약속을 한 것입니다. 석탄최대소비국인 중국은 물론 미국ㆍ인도ㆍ일본도 서명을 하지 않았습니다.

8. ‘탈석탄 전환선언’은 ‘2050년까지 석탄발전을 폐지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표와도 맞지 않습니다.
외신들도 ‘한국이 서명한 것은 놀랍다’고 할 정도입니다. 산업부는 ‘선언의 방향성에 동의하는 차원이지 실제로 합의사항을 따르겠다는 의미가 아니다’고 설명합니다. 국제협의에 서명하고 ‘지키려는 것 아니다’는 발상도 놀랍습니다.

9. 그래서 툰베리 이번 대회를 ‘그린 와싱(Green Washing)’ 쇼라고 비판합니다. Green Washing이란 친환경(Green)이 아닌데 친환경인 것처럼 분식한다는 의미입니다.
한국의 전환선언은.. ‘환경친화적인 정부’로 보이려는 정치쇼와 ‘실현불가능한 약속’이란 산업현실 사이에서 길을 잃은 듯합니다. 임기말 정부 ‘지평선의 비극’이기도 합니다.
〈칼럼니스트〉
2021.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