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5일 국민의힘 최종 대선 후보로 선출됨에 따라 20대 대선 대진표가 윤곽을 드러냈다.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뉴스1 DB) 2021.11.5/뉴스1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에서는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각각 ‘신(新)주류’ 구축 작업이 한창이다. 공통적으로 중앙정치 경험이 없는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전면에 등장하면서, 양당의 권력 지형이 재배치 급물살을 탄 모습이다. 두 후보는 각각 시장·도지사(이 후보), 검찰총장(윤 후보) 시절 일을 도맡아 도운 핵심 참모 그룹을 주변에 거느리고 있다는 특징도 같다.
‘7인회’ 기반 용광로 선대위 꾸린 이재명
한 발 앞서 경선을 마치고 선대위 출범을 서두른 민주당은 지난 4일 2차 인선 발표로 선대위 구성을 90% 이상 마무리했다. 캠프 단계부터 총괄본부장으로 조직·공약·전략 등 현장 실무를 총지휘한 조정식(5선) 의원이 선대위 상임총괄선거대책본부장이다. 지난 5월 당내 최다선이자 ‘정책통’, ‘이해찬계 직계’로 불린 조 의원의 합류는 의원들 사이에서 ‘이재명계’ 확장의 본격 신호탄으로 여겨졌다.
이 후보 측근 그룹을 뜻하는 이른바 ‘7인회’ 소속 의원들은 선대위 곳곳에서 계속 구심점으로 활약 중이다. 이 후보의 사법연수원 동기(18기)인 정성호(4선) 의원은 선대위 총괄특보단장을, 2017년 경선 때부터 한편이었던 재선의 김영진·김병욱 의원은 각각 선대위 상황실장과 직능본부장을 맡았다.
당내에서 “위로는 정성호, 아래로는 김영진”(한 수도권 중진)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이들은 이 후보와 인간적 거리가 가장 가깝다는 평을 듣고 있다. 캠프에서 조직을 담당했던 임종성(재선) 의원, 전략을 주특기로 한 민형배(초선) 의원 등도 속속 직함을 달고 선대위에 합류 중이다. 안민석(5선)·우원식(4선)·박홍근(3선) 등 중진들을 캠프 단계에서 흡수한 이 후보 측은 강훈식·조응천(이상 재선) 등 중립 지대 의원들과 홍영표(4선)·오영훈(재선) 등 이낙연계 의원들을 선대위 전면에 내세우면서 균형잡힌 선대위 진용을 구축했다.

이재명-윤석열의 사람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김종인 필두…윤캠 ‘친이계’ 핵심 거취는
한편 윤 후보 경선 캠프에서는 종합지원본부장을 맡은 권성동(4선) 의원이 간판이었다. 공동선대위원장 6인(김태호·박진·심재철·유정복·주호영·하태경) 체제였지만 실권은 옛 친이명박계인 주호영(5선) 의원, 권 의원 등이 쥐고 있었다는 게 캠프 안팎의 중론이다. 윤 후보와 ‘동갑내기 친구’를 강조하는 정진석(5선) 국회부의장 역시 이명박 정부에서 정무수석을 지냈다. 당초 캠프 총괄실장이었던 장제원(3선) 의원이나 윤한홍(재선) 총괄부실장, 박민식 기획실장, 신지호 정무실장 등도 친이계다.
다만 윤 후보 본인은 “정치 신인답계 특정 계파에 크게 얽매이지 않고 있다”(한 전직 의원)고 한다. 한때 당내 친박근혜계 핵심이던 윤상현(4선) 의원이 캠프 총괄특보단장으로 활동한 게 대표적 예다. 공동선대위원장에도 친박계인 유정복 전 인천시장이 이름을 올렸다.
7일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원톱’ 총괄선대위원장으로 거론되면서 향후 선대위 인선에 김종인계의 약진이 나타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윤석열 캠프 비전전략실장이었던 김근식 경남대 교수와 윤희석 공보특보, 김병민 대변인, 함경우 상근 정무 보좌역 등이 김 전 위원장과 가까운 인사로 분류된다.
李‘성남 라인’과 尹‘서초동 라인’…역할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7일 서울 강서구 공립 지적장애 특수학교인 서진학교를 방문, 응원 메시지를 적어 나무에 달고 있다. 연합뉴스
무대 중앙에 선 두 후보를 중심으로 정치권이 숨가쁜 자리 재배치를 이어가는 가운데 한켠에서는 이들의 ‘원조 측근’ 그룹이 주목받는다. 이 후보와 윤 후보는 세(勢) 구축, 계파 형성을 본질로 하는 중앙정치 경험이 없지만, 각자 조직을 이끌고 성과를 내는 과정에서 핵심 참모진 여럿과 동고동락했다.
이 후보의 ‘성남·경기 그룹’ 투톱은 지난 2일 선대위에 공식 합류한 정진상 선대위 비서실 부실장과 아직 전면에 등장하지 않은 김용 전 경기도 대변인이다. 이 후보가 ‘유동규 측근설’에 대해 “측근이라면 정진상·김용 정도는 돼야 하지 않나”(지난달 3일, 경기도청 간담회)라고 할 정도로 두 사람에 대한 신뢰가 깊다고 한다. 경기도청 비서실 소속이던 김현지 전 비서관과 성남 지역언론 기자 시절 눈에 띄어 스카우트된 김남준 선대위 대변인 역시 “후보의 의중을 가장 정확히 아는 사람”으로 꼽힌다.
의리파 이미지의 윤 후보에게는 이른바 ‘서초동 그룹’으로 불리는 검찰 출신 참모들이 있다. 검찰총장 징계처분 불복 행정소송 법률대리인에 이름을 올린 이완규·손경식 변호사와 검찰 내 특수통 후배였던 주진우·이원모 변호사 등이 윤 후보 주변에서 조언하는 서초동 라인 핵심 인사들로 거론된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화의광장에서 열린 2021 대한민국 청년의날 행사를 마치고 참가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향후 넉 달간 당내 세력과 측근 그룹의 화학적 결합 여부는 두 후보의 정치적 성패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원한 민주당 의원은 “경기도 참모들을 측근으로 두고 있다지만, 이제 이재명은 경기지사가 아닌 여당의 대선 후보”라면서 “당 차원의 전폭적 지원과 함께 후보 주변의 인적 구성도 조금씩 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 주변에서도 “캠프 아닌 서초동 아크로비스타(집) 주변에서 일들이 벌어진다”는 등 불투명한 운영에 대한 지적이 나왔던만큼 서초동 라인의 본선 역할은 미지수라는 관측이 많다.
한편 전문가 중심의 외부 정책자문그룹은 이 후보와 윤 후보 모두 탄탄하게 갖췄다는 평을 듣는다. 이 후보의 외교·안보 멘토인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과 18대 대선(2012년) 문재인 후보 캠프 정책 좌장이었던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가 이 후보를 돕고 있다. 2009년부터 기본소득 운동을 벌인 강남훈 한신대 교수와 박순성 동국대 교수(북한학), 하준경 한양대 교수(경제학) 등도 포진했다.
윤 후보는 캠프 단계에서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정책팀을 총괄한 가운데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김성한 전 외교부 차관, 신범철 전 국립외교원 교수, 김현숙 전 청와대 고용복지수석 등의 정책 자문을 받았다. 언론계에선 박보균 전 중앙일보 편집인이 상근 고문으로 영입됐다.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국민대 명예교수인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비상대책위원장의 선대위 합류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