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화이자 vs 머크 '먹는 치료제'...정부 "美 허가 시 국내 바로 사용"

중앙일보

입력

미국 제약사 머크가 개발한 코로나19 경구 치료제 '몰누피라비르'. AP=연합뉴스

미국 제약사 머크가 개발한 코로나19 경구 치료제 '몰누피라비르'. AP=연합뉴스

정부가 먹는 방식의 경구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40만4000명분의 선구매 계약을 이달 내 완료할 것이라고 7일 밝혔다. 미국에서 허가가 나오는대로 국내에서도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빠르게 들여온다는 계획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이날 “정부는 40만4000명분의 경구용 치료제를 확보할 계획”이라며 “아직 계약이 이뤄지지 않은 13만4000명분에 대해서는 추가 협의 중이며 11월에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대본은 “13만4000명분 선구매는 치료제 개발 3사인 미국 머크앤컴퍼니(MSD)ㆍ화이자, 스위스 로슈와 협의 중이며, 국내외 치료제 개발 상황을 고려해 구매를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 9월 MSD와 20만명분 구매계약을, 지난달 화이자와 7만명분의 경구용 치료제 구매약관을 각각 맺었다. 국내 도입 시점은 내년 1분기로 예상된다. 중대본 고위관계자는 “미국에서 사용 허가가 나오면 국내에서도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게 목표다. 미국 허가 시점에 국내에서도 바로 들여올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백신 늑장 도입으로 올해 내내 홍역을 치른 만큼 경구용 치료제는 발빠르게 들여오겠다는 취지다. 아직 두 회사 치료제 모두 국내에 허가신청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김상봉 식품의약품안전처 바이오생약국장은 “임상시험 완료 시점에 허가 서류만 제대로 제출한다면, 긴급사용승인 절차를 서둘러 국내에서 사용하는데는 문제가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구용 치료제가 2년째 이어진 코로나19와의 전쟁을 끝내줄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인플루엔자(독감) 항바이러스제인 ‘타미플루’처럼 간편하게 알약을 복용하면 중증률ㆍ사망률을 낮춰줄 것으로 기대된다. 코로나19 백신에 이어 경구용 치료제까지 손에 쥐게 되면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으로 확진자가 급증하더라도 의료 체계의 부담을 낮춰줄 수 있게 된다.

지난 4일 MSD 의 경구용 치료제 ‘몰누피라비르’가 세계 최초로 영국에서 임시 사용 승인을 받았고, 5일 화이자의 경구용 치료제 ‘팍스로비드’가 입원ㆍ사망률을 89%까지 줄여준다는 임상시험 결과가 나왔다.

기존에는 코로나19 경증 환자에겐 고열ㆍ기침 등 증상을 덜어주는 대증 치료를 주로 하고, 중증으로 악화할 수 있는 고령층ㆍ고위험군 환자에게는 항체 치료제를 썼다. 항체 치료제는 대부분 정맥 주사를 해야해서 투여시 반드시 의료진 손길이 필요하고, 2시간 이상 걸린다. 이에 반해 경구용 치료제는 처방만 받으면 재택치료 중에도 환자가 스스로 복용할 수 있다.

경구용 치료제, 어떤게 효과 더 좋을까  

지난 6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화이자의 경우 증상 발현 후 3일 이내에 복용하면 중증 코로나19 위험이 있는 코로나19 환자의 입원이나 사망 위험을 89% 줄여주고, 5일 이내에 복용하면 85% 감소시킨다. 머크는 발병 5일 이내 치료를 받으면 중증 질환 위험이 있는 환자의 입원 또는 사망 가능성을 약 50% 낮춘다고 밝혔다. 두 회사 모두 임상시험 결과를 완전히 공개하지 않은 상태라 현재로선 단언하기 어렵지만 공개된 결과를 단순 비교하면 화이자의 경구용 치료제가 더 효과적이라고 볼 수 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으로는 위드코로나로 가는데 5% 부족한데, 경구용 치료제가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두 치료제를 1:1 비교한 게 아니라 한계는 있지만, 공개된 임상 결과만 보면 화이자 치료제 효과가 더 좋을 것으로 보인다”라면서도 “작용 방식이 달라 두 약의 병합치료 등도 가능할 것 같다”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5일간 30~40알 복용, 80만원대, 부작용은?

화이자와 머크의 경구용 치료제는 모두 5일간 복용해야 한다. 화이자는 아침ㆍ저녁 3알씩, 총 30알을 먹는다. 머크는 아침ㆍ저녁 4알씩, 총 40알을 먹는다.
두 약의 작용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화이자 치료제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증식하는 데 필요한 효소(프로테아제)를 차단하도록 설계됐다. 화이자는 “치료제가 바이러스 복제에 필수적인 바이러스의 일부를 표적으로 하기 때문에, 내성이 생기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머크의 치료제는 리보 뉴클레오사이드 유사체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복제를 억제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머크의 치료제는 독감 치료제로 개발 중이던 물질을 코로나19 치료제롤 전환한 것으로, 바이러스 유전자가 RNA를 복제할 때 염기서열에 치료제가 끼어들어서 엉터리를 만들면서 사멸시키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로이터는 “바이러스에 무작위 돌연변이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라 코로나바이러스가 진화하고, 치료제에 내성을 갖기가 어렵다”라고 전했다.
화이자는 임상시험에서 치료제와 위약(가짜약)을 복용한 환자의 약 20%가 경미한 부작용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심각한 부작용은 이 약을 투여받은 환자의 1.7%, 위약 환자의 6.6%에서 보고됐다. 머크는 투약 환자의 12%와 위약 환자의 11%가 약물 관련 부작용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천은미 교수는 “머크 치료제는 동물시험에서 선천적 기형이 나온적 있어 이번 임상에서도 임신부는 임상에 들어가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백신처럼 경구용 치료제 역시 각국의 쟁탈전이 벌어질 우려가 있다. 화이자는 올해 말까지 18만명분의 치료제를 생산하고 내년 최소 5000만명분을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머크는 올해 1000만명분, 내년 최소 2000만명분을 생산하기로 했다. 최근 MSD는 1명분(5일 복용 기준)에 700달러(약 83만원)로 미국 정부와 몰누피라비르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외신들은 화이자도 비슷한 가격으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을 내놨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