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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2030 탈당 러시…"역선택 증거"vs"MZ 조롱말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에 선출된 윤석열 후보가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제2차 전당대회에서 당 점퍼를 입고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에 선출된 윤석열 후보가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제2차 전당대회에서 당 점퍼를 입고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후보 선출로 국민의힘 대선 경선은 끝났지만, 내홍이 다시 시작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선에서 2위로 탈락한 홍준표 의원은 당분간 윤 후보와 거리를 두겠다는 뜻을 밝혔고, 홍 의원을 지지했던 청년층의 탈당 움직임이 꿈틀대고 있다.

홍 의원은 7일 페이스북에 “사상 최초로 검찰이 주도하는 비리의혹 대선에는 참여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향후 계획에 대해선 “저를 열광적으로 지지해준 2040(세대)들의 놀이터 청년의꿈 플랫폼을 만들어 그분들과 세상 이야기 하면서 향후 정치 일정을 가져 가고자 한다”며 자신만의 정치 행보를 하겠다고 썼다.

이와 관련해 홍 의원은 지난 5일 “이번 대선에는 평당원으로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혔다. 당 일각에선 이 ‘백의종군’을 윤 후보를 돕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는데, 이날 그가 대선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하자 말을 바꿨다는 논란이 일었다. 그러자 홍 의원은 다시 글을 올려 “꼭 대선 조직에 들어가야만 ‘원팀’이 되는 거냐”라며 “백의종군이라고 선언했으면 액면 그대로 봐주면 될 것을 꼭 못된 심보로 그걸 걸고 넘어지는 것은 획일주의 군사 문화의 잔재가 아니냐”라고 밝혔다.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4일 오후 서울 홍대거리를 방문해 지지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뉴스1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4일 오후 서울 홍대거리를 방문해 지지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뉴스1

2030당원 “노인의힘 탈당”

홍 의원을 지지했던 젊은 세대 당원들은 경선 결과에 불만을 표시하며 탈당을 예고했다. 국민의힘 홈페이지의 ‘할 말 있어요’ 게시판에는 경선 결과 발표 뒤 “‘노인의힘’ 탈당한다”, “이준석 대표 이후 (당) 개혁되는 줄 알았는데 아직 멀었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홍 의원 지지세가 강한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펨코)엔 탈당 인증 글도 잇따라 게시됐다.

아직까지 실제로 접수된 탈당계가 많진 않다고 한다. 국민의힘 서울시당 위원장인 박성중 의원은 “서울시당은 지난 5일 접수된 10~20건의 탈당계가 전부”라고 말했다. 당 사무총장인 한기호 의원은 “탈당은 일부 당원의 얘기일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6, 7일은 휴일이라 탈당계 접수 상황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 탈당계는 팩스·우편 등을 통해 제출해야 해 입당보다 절차가 까다롭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향후 탈당흐름은 이보다 클 수 있다. 지난 8월 말 이후 ‘이준석 붐’ ‘홍준표 바람’ 등을 타고 늘어난 2030세대 책임당원은 4만8000여명 정도다.

경선 직후 탈당 흐름을 두고 당내 일각에선 “역선택을 위해 입당했다는 방증”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홈페이지 게시판엔 “2030세대 탈당은 역선택 임무를 마치고 돌아가는 것”이라는 취지의 글도 많았다. 이같은 시선은 “위장 당원들이 엄청 가입했다. 민주당 정권이 우리 당 경선까지 마수를 뻗치고 있다”던 윤석열 후보의 말(지난달 4일)과도 같은 맥락이다. 애초에 상대적으로 본선 경쟁력이 양한 홍 의원을 ‘역선택’하기 위해 가입한 민주당 지지 성향의 당원이 많다는 주장이다.

'에펨코리아'에 올라온 국민의힘 탈당신고서. 캡처

'에펨코리아'에 올라온 국민의힘 탈당신고서. 캡처

“역선택? MZ 향한 조롱”

본경선이 끝난 뒤에도 윤석열 캠프는 여론조사 응답의 역선택 가능성을 거론했다. 윤희석 공보특보는 5일 본경선 결과가 발표된 뒤 라디오에 출연해 ‘국민의힘 선거 결과는 민심을 거스른 당심 아닌가’라는 진행자 질문에 “(여론조사에) 저희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 다른 정당 지지자들까지 포함돼 후보로 선출한다는 건 표의 결과를 왜곡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 여론조사 결과에서 윤 후보가 홍 의원에 뒤진 것이 민주당 지지자들의 역선택 때문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탈당 의사를 밝힌 2030세대 당원들은 이같은 주장에 대해 “MZ 세대를 향한 조롱”이라고 반발했다. 한 국민의힘 당원은 홈페이지 게시판에 “2030의 현실에 공감하며, 그에 맞는 공약을 발표한 (홍준표) 후보를 지지했던 것 뿐”이라며 “이재명 후보도 싫지만 윤석열 후보도 싫은 것”이라고 썼다. 여명 전 홍준표 캠프 대변인은 “윤 후보가 2030세대를 위한 뭔가를 보여준 게 없기 때문에 그들의 지지를 받지 못한 것인데, 그걸 역선택이라고 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역선택 논란과 관련해 페이스북에 “2030의 정치참여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해본 사람이라면 이것을 쌓기 위해 얼마나 긴 노력과 얼마나 진지한 접근이 필요한지 잘 알 것”이라며 “무엇을 위함인지 알 수 없는 조롱과 역선택 주장으로 (2030의 정치참여를) 폄훼하면 돌아올 것은 역풍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화의광장에서 열린 제5회 대한민국 청년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뒤 청년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윤석열 캠프 제공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화의광장에서 열린 제5회 대한민국 청년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뒤 청년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윤석열 캠프 제공

‘원팀’ 여부를 두고 국민의힘 내홍이 불거진 가운데, 윤 후보는 이날 ‘저보다 더 빛났던 홍 선배님의 짧은 메시지와 미소’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고 홍 의원에게 구애를 했다. 그는 “홍준표 선배님의 짧은 메시지는 제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저의 수락 연설보다 훨씬 빛났다”고 썼다. 전날엔 ‘대한민국 청년의 날’ 행사에 참석하며 청년들과 접촉면을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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