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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0선 대결, 역대급 비호감…국민은 왜 스트롱맨 불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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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왼쪽) 전 경기지사와 국민의힘 대선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왼쪽) 전 경기지사와 국민의힘 대선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연합뉴스

내년 3월 9일 치러지는 20대 대통령 선거는 ‘0선’ 후보의 대결로 요약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모두 국회의원 경험이 없다. 둘 다 중앙 정치 무대에서 변변한 직함조차 가진 적이 없다. 이재명 후보는 후보 수락 연설에서 스스로를 “국회의원 경력 한번 없는 변방의 아웃사이더”라고 칭했고, 윤석열 후보는 “정치 신인인 저를 대통령 후보로 선택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1·2당의 대선 후보가 국회 경험이 전무한 인물로 채워진 건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이다. 민주화 이후 7명의 대통령은 모두 국회의원 경험이 있었고, 이중 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을 제외한 5명은 당 대표를 맡기도 했다. 이번 대선처럼 1·2위를 다투는 유력 후보들이 모두 중앙 정치의 경험이 없는 것은 전례가 없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여야 대선 후보 모두 0선

그런 만큼 이번 여야 대선 경선의 결과는 ‘여의도’로 대표되는 기성 정치가 유권자들에게 비토당했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여야는 각각 ‘정권 재창출’과 ‘정권 교체’를 말하고 있지만 상당수 유권자는 ‘정치 교체’를 원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난 6월 11일 치러진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다선 의원 경쟁자들을 제치고 ‘0선’의 30대 이준석 대표가 제1야당의 대표로 선출된 것은 이번 대선 경선의 예고편이었다고 할 수 있다.

지난달 10일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가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민주당 서울 합동연설회에서 수락 연설을 마치고 퇴장하고 있는 모습. 임현동 기자

지난달 10일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가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민주당 서울 합동연설회에서 수락 연설을 마치고 퇴장하고 있는 모습. 임현동 기자

이재명·윤석열 후보는 ‘스트롱맨’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두 사람 모두 강인한 추진력을 갖춘 대통령의 탄생을 원하는 각 진영 내 핵심 지지층의 성원에 힘입어 본선에 진출했다. 끝이 안 보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치솟는 부동산 가격, 양질의 일자리 부족, 세계 최악의 저출산 등 내치 문제가 쌓여가고 있고, 갈수록 치열해지는 미·중 경쟁과 해결 기미가 없는 북핵 개발 등 외치마저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여야 모두 ‘돌파형 리더십’을 선택한 것이다. “쌓이고 쌓인 허무와 분노가 스트롱맨 후보를 불러냈다”(장훈 중앙대 정치국제학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그런 유권자의 선호에 맞춰 이·윤 후보 모두 “새로운 대한민국”을 강조하고 있다.

돌파형 리더십 ‘스트롱맨’ 공통점…당내 지분 작은 불안감 상존

하지만 ‘돌파형 리더십’을 내세우는 두 후보에 대한 불안감이 만만찮은 것도 현실이다. 정치적 캐릭터는 ‘스트롱맨’이지만 과거 많은 대통령과 달리 두 사람의 진영 내 지분은 크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에서 지금은 ‘이재명계’와 ‘윤석열계’가 다수가 됐지만 정치 이념이나 철학, 공통의 경험에 기초한 연대라기보다는 높은 지지율에 따른 결과로 급조된 성격이 강하다. 이재명·윤석열 후보 모두 각자의 진영 내에서 “호랑이 등에 올라 탔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지난 5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차 전당대회에서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5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차 전당대회에서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두 사람 모두 강한 팬덤을 누리는 동시에 안티가 많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재명 후보는 당내 경선 과정에서 형성된 이낙연 전 대표 측과의 갈등을, 윤석열 후보는 홍준표 의원 지지층이 갖고 있는 반감을 말끔히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전체 유권자의 관점에서 봤을 때도 “역대급 비호감의 대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두 후보 모두 비호감도가 높다. 미래의 주역인 2030세대에게 상대적으로 인기가 없다는 점이나, 후보 본인과 가족·측근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크다는 점도 두 후보의 유사점이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 대선을 치르는 여야 후보에게 가장 필요한 건 문제 해결 역량이다. 지난 5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내년 대선에서 중요하게 고려할 점을 묻자 ‘능력과 경험’(25%), ‘정책 공약’(25%)을 꼽는 비율이 가장 높았다. ‘도덕성’(17%)과 ‘소속 정당’(6%)은 오히려 뒷전이었다.

“과거와 싸우던 경선에서 벗어나야…미래 말하는 자 승리”

윤성이 경희대 정외과 교수(전 한국정치학회장)는 “여야가 경선 과정에서 어떤 미래, 어떤 사회를 만들겠다는 경쟁이 없이 과거를 놓고 싸우다 보니 대선 후보도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라며 “코로나 사태까지 겹쳐 불안한 국민에게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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