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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영도 걱정한 걸그룹 오디션…안봐도 포기 못하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MBC 걸그룹 오디션 프로그램 '방과후 설렘'의 프리퀄 '등교전 설레임'의 한 장면

MBC 걸그룹 오디션 프로그램 '방과후 설렘'의 프리퀄 '등교전 설레임'의 한 장면

"(너희 같은 아이들에게) 내가 꼭 시키는 게 있어. '나 잘났다'"
정신건강 의학전문의 오은영 박사의 권유에 부끄러워하던 소녀들은 "나 잘났다"를 따라 하며 웃기 시작한다. 지난달 31일 MBC 예능 프로그램 '등교전 망설임'의 한 장면. 심리 상담가로 잘 알려진 오 박사가 걸그룹 오디션 연습과정에서 지적을 받고 의기소침해진 아이들을 찾아가 격려하는 장면이다.

MBC 걸그룹 오디션 프로그램 '방과후 설렘'의 프리퀄 '등교전 설레임'의 한 장면

MBC 걸그룹 오디션 프로그램 '방과후 설렘'의 프리퀄 '등교전 설레임'의 한 장면

걸그룹 오디션 프로그램이 거듭된 진화를 통해 새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다양한 콘셉트와 기획이 연이어 등장한다.

걸그룹 공개 오디션의 시대를 연 것은 Mnet이다. Mnet은 2016년 시청자 참여를 기반으로 순위제를 도입한 '프로듀스 101'로 걸그룹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의 첫 선을 보였고, 이후 걸그룹 전문 교육기관을 표방한 '아이돌학교', 트와이스 데뷔 프로젝트 '식스틴', 한일 합작 오디션 '프로듀스 48' 등으로 히트를 쳤다.
'프로듀스' 시리즈에서 탄생한 I.O.I나 아이즈원 등은 데뷔와 함께 정상급 아이돌로 인기를 누리며 성공 가도를 달렸다.

'프로듀스48'의 한 장면 [사진 CJ ENM]

'프로듀스48'의 한 장면 [사진 CJ ENM]

 '프로듀스48'에서 최종 2위를 차지한 미야와키 사쿠라 [사진 CJ ENM]

'프로듀스48'에서 최종 2위를 차지한 미야와키 사쿠라 [사진 CJ ENM]

걸그룹 오디션 프로그램은 2019년 '프로듀스' 조작 사태가 불거지며 침체기를 맞기도 했지만 올해 하반기부터는 다시 봇물 터지듯 이어지고 있다.
포문을 연 것은 역시 Mnet이다. '프로듀스 48' 이후 3년 만에 선보인 걸그룹 오디션 '걸스플래닛 999:소녀대전'은 사상 최초 한·중·일 걸그룹 오디션으로 화제를 모았다.
8월 시작한 '걸스플래닛 999'가 10월 막을 내리자마자 MBC는 '등교전 설레임'을 꺼내들었다. 11월 중 시작될 MBC 걸그룹 오디션 프로그램 '방과후 설렘'의 프리퀄 형식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프리퀄 형식은 이번이 처음이다. 심리 상담사에게 연습생들의 고민 상담 겸 멘토 역할을 맡긴 것도 새로운 시도다. 또, 내년 상반기에는 Mnet의 또 다른 걸그룹 오디션 프로그램이 예정되어 있다. 2020년 선보인 '아이랜드'의 후속작 '아이랜드 2'다.

Mnet '걸스플래닛 999: 소녀대전' 중 [사진 CJ ENM]

Mnet '걸스플래닛 999: 소녀대전' 중 [사진 CJ ENM]

하지만 시청률은 예전만 못하다.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걸스플래닛 999’는 12회 방송 내내 시청률 0%대를 벗어나지 못하며 최종회도 0.87%에 머물렀다. 전작 '프로듀스'가 3~4%의 시청률을 거둔 것에 비하면 한참 모자란 수치다.
그럼에도 걸그룹 오디션이 줄을 잇는 것은 왜일까. 전문가들의 분석을 들어봤다.

①포화된 보이그룹 시장
일단 더 나눌만한 보이그룹 시장의 파이가 없다는 점이 꼽힌다. 『아이돌 메이커』 등의 책을 낸 박희아 아이돌 전문 칼럼니스트는 "보이그룹의 경우 SM·JYP·하이브 등 이른바 대형 기획사들이 방탄소년단과 NCT를 비롯해 엑소, 세븐틴, 뉴이스트, 스트레이키즈,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등 굉장히 인기 있는 그룹들을 보유하고 있고 여기에 지난해 '아이랜드'로 데뷔한 엔하이픈까지 있다"며 "오디션을 한다고 해도 새로운 팬덤이 치고 들어와 가져갈 파이가 없다. 사실상 포화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반면 걸그룹은 블랙핑크가 독보적일 뿐 기존 팬덤이 강력했던 걸그룹은 하향세다. 에스파 등 신인그룹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아직 나눠가질 파이가 남아있기 때문에 오디션을 하기에 보이그룹보다 좋은 환경"이라고 말했다.

2021년 6월 NCT의 온라인 팬미팅 'Hot! Summer Dream'의 티저 포스터 [사진 SM엔터테인먼트]

2021년 6월 NCT의 온라인 팬미팅 'Hot! Summer Dream'의 티저 포스터 [사진 SM엔터테인먼트]

②해외 팬덤의 확장
K팝 걸그룹은 팬덤이 약하다고 알려져 있다. 앨범 판매량이나 굿즈 판매가 보이그룹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따라서 걸그룹 오디션 프로그램 역시 보이그룹의 '테스트 베드' 격이었다. 걸그룹-보이그룹 순으로 네 차례 이어간 '프로듀스'가 대표적.
하지만 최근엔 이같은 양상이 바뀌는 중이다. 김진우 가온차트 수석위원은 "과거에는 걸그룹이 내수용이었지만, 블랙핑크가 해외 시장으로 저변을 확대하고 트와이스가 걸그룹도 100만장 이상 앨범을 판매할 수 있다는 걸 입증하면서 시장 확보가 가능하다는 상업적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며 "새로운 대형 걸그룹을 만들어보자는 동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블랙핑크 [사진 YG엔터테인먼트]

블랙핑크 [사진 YG엔터테인먼트]

에스파 [사진 SM엔터테인먼트]

에스파 [사진 SM엔터테인먼트]

③시청률 낮아도 플랫폼은 많아
국내 시청률이 낮아도 방송사는 웃는다. 무슨 말일까. Mnet의 '걸스플래닛 999'는 0%대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관련 프로그램 영상 누적 조회수는 4억 뷰, 틱톡 게시글은 26억개를 넘었다. Mnet이 만든 플랫폼 유니버스를 통한 투표수는 175개국에서 참여해 1억건이 넘었다. 한 방송 관계자는 "국내 시청률과 무관하게 자체 플랫폼이나 앱을 통해 콘텐트가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글로벌 팬덤이 증가한다는 점과 이들이 정식 데뷔했을 때 오디션을 기획한 방송사가 일정 수익지분을 가져갈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한 메리트"라고 짚었다.

일본 도쿄 타워레코드에 부착된 걸그룹 니쥬의 포스터 [중앙포토]

일본 도쿄 타워레코드에 부착된 걸그룹 니쥬의 포스터 [중앙포토]

④점점 커지는 일본 시장 비중
걸그룹 오디션의 부흥을 촉진하는 또 하나의 요소는 일본 시장이다. 김진우 수석위원은 "트와이스의 성공은 블랙핑크처럼 글로벌 걸그룹으로 성장하지 않더라도 일본 시장만 확보해도 승산이 있다는 확신을 줬다"고 말했다. 실제로 K팝 걸그룹 오디션 바람은 일본에서도 거세다.
지난해 JYP엔터테인먼트는 일본의 소니뮤직과 손잡고 걸그룹 오디션 '니쥬 프로젝트'를 진행해 올해 걸그룹 니쥬(Niziu)를 데뷔시켰다. 또한 AOA·엔플라잉·체리블렛 등을 보유한 FNC 엔터테인먼트도 일본 NTV와 함께 일본 걸그룹 오디션 프로그램 ‘Who is Princess?'를 진행 중이다. 총 15명의 연습생 중 오직 5명에게만 데뷔의 기회가 주어지는 프로그램이다. FNC 측은 " 11월 2일 방송이 동시간대 일본 TV 프로그램 중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2주 연속 최정상의 자리에 올랐다"고 알렸다.
게다가 K팝에서 일본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다. 가요계 관계자는 "중국에 대한 비중은 점차 낮아지지만 일본 시장은 높아지고 있다"며 "일본에서 인기를 끄는 K팝 스타일의 걸그룹 양성은 한·일 양국 기획사 모두 관심이 큰 비즈니스"라고 설명했다.

2017~2021년 음반 수출 현황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국세청]

2017~2021년 음반 수출 현황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국세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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