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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줍'은 납치였다? 귀엽다고 길고양이 무작정 데려왔다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월 25일 오후 서울 시내 한 공원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길고양이들의 모습. 뉴스1

지난 1월 25일 오후 서울 시내 한 공원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길고양이들의 모습. 뉴스1

“6학년 큰딸이 냥줍을 했는데, 어떻게 키우면 될까요? 조언 좀 부탁드려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길고양이를 집으로 데려와 직접 키우는 일명 ‘냥줍(고양이를 주웠다)했다’는 사례가 올라오고 있다. 그러나 길고양이를 무작정 데려다 기르는 것이 반드시 고양이에게 도움이 되는 행동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별한 입양 계획이나 사전 지식 없이 충동적으로 데려다 키울 경우, 고양이를 다시 길거리로 내모는 사태가 빚어질 수 있어서다.

7일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국내 고양이 양육 가구수는 128만명(2018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으로 집계됐다. 길거리에서 데려다 키우는 비율이 20.6%였다. 이중 일부는 길거리로 되돌려보내지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양이를 키운다는 대학생 A씨는 “친구 동생이 길고양이를 데려다 키우려다 생각했던 것과 달라 하룻밤을 재우고 다시 내보냈다고 하는데 기가 막히더라”며 “불쌍해 보이고 귀여우니까 일단 데리고 왔다가 막상 살 것도, 신경 쓸 것도 많아 못 키우겠으니 다시 버리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냥줍’은 구조 아닌 납치될 수도

길고양이 입양은 구조가 아닌 납치가 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새끼 고양이를 두고 먹이를 구하러 돌아다니는 어미 고양이가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원복 한국동물보호연합 대표는 “버려진 새끼 고양이를 불쌍하다는 이유만으로 데려와서 키우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다”면서 “물론 그분들의 연민을 이해하지만, 어미가 돌보는 새끼일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살펴보지 않고 데려다 키우는 건 현명하지 않다”고 말했다. 털 상태가 깨끗하고, 건강에도 이상이 없어 보인다면 며칠 기간을 두고 신중하게 관찰해보라는 것이다.

“자생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바람직”

고양이는 자생하며 살아가는 동물이기 때문에 새끼 고양이가 어미와 함께 생활하며 자립하게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고양이를 구조한다고 데려왔다가 동물단체나 임시보호소로 보내는 경우가 있다”며 “보호시설도 수용에 한계가 있고, 모두가 입양되는 건 아니라서 안락사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질병 때문에 보살핌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판단되지 않는 한 자생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켜보면서 돕는 게 좋다”고 말했다.

지자체에 ‘중성화’ 요청도 방법

길고양이와 시민들이 조화롭게 공존하려면 ‘중성화(TNR)’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한다. 경기도의 경우 길고양이 개체 수 조절을 위해 2만 5990마리를 목표로 중성화 사업을 진행 중이다. 길고양이 개체 수 증가로 인한 문제뿐 아니라, 반복된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고통 등 고양이들이 열악한 환경에 처하는 걸 막기 위해서다.

조 대표는 “무분별하게 번식해 개체 수가 늘어나게 되면, 그들의 생태계도 무너지게 된다”며 “중성화가 안 된 길고양이가 있다면 지자체 동물보호센터에 요청하는 것도 방법이다. 아직 관련 지자체 예산이 적기 때문에, 증액시켜 나갈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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