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吳몰표에 충격받은 與, 이대남 달랠 '한국형 모병제' 꺼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5일 오후 대구 경북대학교에서 '청년이 묻고 이재명이 답하다. 경북대학생들과의 대화'에 참석해 대학생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5일 오후 대구 경북대학교에서 '청년이 묻고 이재명이 답하다. 경북대학생들과의 대화'에 참석해 대학생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약에 ‘한국형 모병제(징·모병 혼합제)’의 단계적 시행을 넣을 것인지 검토 중이다. 한국형 모병제는 2025년부터 2032년까지 단계적으로 징집병의 복무 기간을 1년으로 줄이고 복무 기간이 3년인 전문병사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이다. 현역 입영대상자는 징집병과 전문병사 중 선택해 국방의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인구감소로 현역 입영대상자 수가 갈수록 줄어 2030년엔 약 22만명, 2036년엔 국군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 규모인 20만명 아래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돼 모병제로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게 여당이 말하는 추진 배경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해 8월 “모병제로 전환하기 위해선 앞으로 5년간 적게는 6조원에서 최대 13조3000억원의 추가 국방비가 필요하다”며 “원활한 전문병사 모집을 위해 월급 등 혜택을 더 늘리면 이보다 더 많은 재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2032년에 한국형 모병제의 최종 단계를 실현한다고 해서 징집병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민주당 정책위 관계자는 “남북 대치 상황이란 특수한 조건 때문에 징병제를 아예 폐지하는 건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징병제를 최소한의 규모로 남겨야 한다는 건 이재명 후보의 생각과도 일치한다. 이 후보는 지난 4월 언론 인터뷰에서 “완전 모병제를 하면 먹고살 만한 사람은 군대에 가지 않는다”며 “징병제를 유지하되 원하는 사람은 장기 복무의 기회와 함께 충분한 보수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성도 징병 대상에 포함하는 문제에 대해선 “남성의 불만을 이유로 여성에게 군 복무의 부담을 주는 것은 갈등만 격화시키는 대증요법이지 근본 대책이 아니다”고 말했다.

노웅래 민주연구원장은 “아직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당 싱크탱크와 정책위가 설계한 구상과 이 후보의 생각이 대동소이해서 큰 수정 없이 공약에 반영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향후 20년간 예상징집·복무인원 변화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국방부]

향후 20년간 예상징집·복무인원 변화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국방부]

‘한국형 모병제’가 ‘이대남’ 달랠 카드?…민주당 “NO”

민주당이 한국형 모병제를 대선 공약으로 검토하는 것에 대해 정치권에선 "여당에 등 돌린 ‘이대남(20대 남성)’을 달래기 위한 카드"라는 해석도 나온다. 20대 남성은 지난 4월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때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에게 72.5%의 몰표를 준 것으로 추정된다. (방송사 출구조사 기준)

하지만 민주당 관계자들은 "모병제 도입은 이대남 표심과는 관련성이 적다"고 주장한다.
민주당 정책위 관계자는 “인구 구조상 차기 정부에서 첫발을 떼지 않으면 안 되는 정책이기 때문에 검토하는 것”이라며 “계획대로 2025년부터 단계적 시행을 해도 현재 20대 남성들은 거의 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이대남을 위한 카드란 해석은 억지다”고 말했다.

2021년 5월 한국갤럽이 실시한 징병제와 모병제에 대한 여론조사에서도 20대 남성은 모병제(47%)보다 징병제(48%)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20대 여성은 49%가 모병제 도입을 찬성하고 35%가 징병제를 지지했다.

[그래픽] 징병제 유지·모병제 도입 여론조사 결과   연합뉴스

[그래픽] 징병제 유지·모병제 도입 여론조사 결과 연합뉴스

한국형 모병제를 도입하면서 복무 기간이 줄어든 징병 대상에 여성도 포함될 수 있다는 전망이 일각에서 나오지만 노웅래 민주연구원장은 5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아니다”고 답했다. 정확히는 “여성도 전문병사로 지원할 수 있지만 징병 대상은 아니다”며 “여성 전문병사 모집은 갈수록 줄어드는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갤럽 조사에선 여성징병제에 대해 20대 남여 모두가 찬성 입장이 더 많았다. 20대 남성은 54%가 찬성, 40%가 반대했고, 20대 여성은 찬성 48%, 반대 35%였다. 여성징병제는 21대 국회에서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이 도입을 주장하고 있고,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낙선한 유승민 전 의원도 지난 9월 TV토론회에서 “검토해볼 만 하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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