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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때릴 무기가 움직였다...中, 이번엔 '미확인 동영상' 발칵 [이철재의 밀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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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한 트위터 사용자는 지난 3일 중국 저장(浙江)성에서 최근 촬영했다는 동영상 4개를 올렸다.

중국 인민해방군 지대공 미사일 이동식 발사대로 보이는 차량이 경찰의 통제 아래 도심에서 움직이고 있다. 트위터 EileenEChang 계정 캡처

중국 인민해방군 지대공 미사일 이동식 발사대로 보이는 차량이 경찰의 통제 아래 도심에서 움직이고 있다. 트위터 EileenEChang 계정 캡처

동영상에선 한국의 해병대에 해당하는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 육전대의 양서보병전차(상륙돌격장갑차) ZBD-05가 트레일러열차에 실려 이동하고 있다. 중국 공군의 전략수송기인 Y-20이 낮게 날아가고 있다. 또 경찰의 통제 아래 지대공 미사일 이동 발사대로 보이는 차량이 도심을 지나고 있다.

물론 '확인되지 않는 동영상'이라는 설명이 달렸다. 그러나 ZBD-05와 Y-20은 중국의 대만 침공에서 선봉에 설 전력들이다. 최근 해프닝과 맞물려 묘한 여운을 남기는 이유다.

중국 상무부는 1일 “가정에서 필요에 따라 일정량의 식료품 등 생필품을 비축해 돌발 상황에 대비할 것을 장려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중국과 대만 간 전쟁에 대비하라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퍼졌다. 관련 키워드는 중국의 소셜 미디어(SNS) 웨이보의 검색 트렌드 1위를 차지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사재기 현상도 벌어졌다.

중국 인민해방군 공군의 전략수송기인 Y-20이 낮게 날아가고 있다. 트위터 EileenEChang 계쩡 캡처

중국 인민해방군 공군의 전략수송기인 Y-20이 낮게 날아가고 있다. 트위터 EileenEChang 계쩡 캡처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에 대비하라는 의미”라며 “지나친 상상을 해서는 안 된다”고 진화에 나섰다.

시진핑 ‘완전한 조국 통일’ 강조

생필품 해프닝은 중국ㆍ대만간 긴장감이 일촉즉발(一觸卽發) 바로 전까지 올라갔다는 사례다. 중국 정부의 해명으로 잠잠해진 ‘중국ㆍ대만 무력 충돌설’은 저장성 동영상 때문에 물밑에서 다시 들끓고 있다.

시진핑 국가 주석이 지난달 9일 완전한 조국 통일을 강조했다. AP=연합

시진핑 국가 주석이 지난달 9일 완전한 조국 통일을 강조했다. AP=연합

양안(兩岸) 관계의 위기는 중국이 증폭했다. 중국은 올해 대만 근처 바다에서 대규모 해상 훈련을 벌이고, 대만의 방공식별구역(ADIZ)을 계속 무단진입하고 있다.

중국이 대만을 군사적으로 압박하는 배경엔 중국 지도부의 의지가 자리 잡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9일 “완전한 조국 통일의 역사적 임무는 반드시 실현해야 하고 틀림없이 실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2019년 1월엔 “(통일을 위해) 무력 사용을 포기하겠다고 약속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지난달 10일 "현상 유지를 위해 모든 조처를 하겠다"고 말했다. 로이터=연합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지난달 10일 "현상 유지를 위해 모든 조처를 하겠다"고 말했다. 로이터=연합

물론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은 지난달 10일 “현상 유지가 우리의 주장”이라며 “현상이 일방적으로 바뀌는 것을 막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처를 하겠다”고 맞받아쳤다.

중국, 상륙전 능력 대폭 보강

미국 국방부는 3일(현지시간) ‘중국을 포함한 군사안보 전개상황’ 보고서에서 “중국군의 진화하는 능력과 개념은 강력한 적과 싸워 이길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라면서 “중국이 자국의 영토라고 주장하는 대만을 강압적으로 대할 수 있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국방부 당국자는 언론 브리핑에서 “중국이 대만에 대해 봉쇄에서부터 대규모의 침공까지 모든 옵션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여기엔 “항공 공격과 미사일 공격은 물론 사이버 공격까지 포함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고 한다.

중국 대만 군사력 비교.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중국 대만 군사력 비교.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과연 중국은 당장 대만에 쳐들어갈 수 있을까. 일단 중국의 국방력은 대만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영국의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밀리터리 밸런스 2021』에 따르면 병력(중국 203만명 vs 대만 16만명)을 비롯해 모든 분야에서 대만이 중국에 한참 밀린다. 중국은 핵도 보유하고 있다.

중국은 대만과 전쟁 준비에 열심이다. 지난해 7월 상륙 훈련에서 민간 카페리에서 중국 해군 육전대의 양서돌격차 ZTD-05가 내리는 장면이 목격됐다. ZTD-05는 ZBD-05의 공격 강화형이다. 민간 카페리함은 중국 해군 육전대의 장갑차를 운용할 수 있도록 개조를 거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지난 9월 러시아와 Ka-52K 공격 헬리콥터 36대를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Ka-52K는 중국 해군 육전대의 공격력을 한층 높일 전망이다.

3단계 대만 정복 시나리오 유출 논란

이 같은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중국은 대만 침공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중국 인민해방군의 3단계 대만 침공 시나리오를 그린 중국선박공업그룹(CSSC)의 『함선지식(艦船知識)』 동영상. 중국의 SRBM인 DF-16이 대만 공군기지를 타격하고 있다. 웨이보 함선지식 계정 캡처

중국 인민해방군의 3단계 대만 침공 시나리오를 그린 중국선박공업그룹(CSSC)의 『함선지식(艦船知識)』 동영상. 중국의 SRBM인 DF-16이 대만 공군기지를 타격하고 있다. 웨이보 함선지식 계정 캡처

중국의 중국선박공업그룹(CSSC)이 발간하는 월간지 『함선지식(艦船知識)』은 지난 7월 ‘통일전쟁의 서막, 대(對)대만 연합 화력 공격 삼부곡(三部曲)’이라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동영상에 따르면 중국은 대만을 3단계로 나눠 공격한다.

1단계는 탄도미사일 공격이다. 대만 맞은편 본토의 푸젠(福建)성이나 광둥(廣東)성에 둥펑(東風ㆍDF)-16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등 1500발의 미사일로 대만의 공항ㆍ레이더ㆍ미사일 요격 시스템을 무력화한다. 단 공항의 활주로는 완전히 파괴하는 게 아니라 일시적 사용 불가 정도로 만든다. 그래야만 나중에 중국군이 바로 공항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군 스텔스 무인기인 궁지(攻擊ㆍGJ)-11이 대만의 피해 상황을 살핀다. 극초음속 미사일인 DF-17이 마하 10으로 날아가 대만군의 패트리엇 방공미사일을 부순다.

2단계에선 잉지(鷹擊ㆍYJ)-91이나 창젠(長劍ㆍCJ)-10과 같은 순항미사일로 대만의 군사 기지와 통신 시설을 때리고, 대만 해군의 군함을 가라앉힌다. 3단계는 함포 사격으로 중국군 대만 상륙의 방해물을 제거하는 것이다. 이후 본격적인 상륙작전이 펼쳐진다.

이 같은 대만 침공 시나리오는 단순 창작물이 아니다. CSSC는 중국 최대의 국영 조선업체로 중국 해군의 항공모함을 짓고 있다. 실제 중국군의 전력과 전략에 바탕을 둔 시나리오라는 얘기다. 중국 네티즌이 “국가 기밀을 누설했다”고 비판할 정도다.

대만, 중국에 뼈아픈 손해 끼치는 식 저항

대만도 만만찮다. 중국군 전문가인 김태호 한림국제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만은 중국을 이기려고 하지 않는다”며 “다만 중국이 대만을 치면 대만도 중국에게 뼈아플 정도의 피해를 주면서, 미국이 지원할 때까지 버티는 전략을 세웠다”고 말했다.

대만 해군의 퉈장급 스텔스 미사일 고속함. 대만에 쳐들어 오는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의 항공모함과 상륙함을 잡기 위해 만들어졌다. 위키피디아

대만 해군의 퉈장급 스텔스 미사일 고속함. 대만에 쳐들어 오는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의 항공모함과 상륙함을 잡기 위해 만들어졌다. 위키피디아

중국군의 3단계 대만 공격 시나리오에 대해 대만군은 3단계 대만 방어 계획을 세웠다. 1단계는 중국군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대만군을 보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핵심 대만 공군의 기지는 산 중턱에 땅굴을 파 만들었다. 2단계에선 대만을 공격하는 중국 공군과 해군을 집중적으로 노린다. 3단계는 비대칭 전력으로 반격하는 것이다.

군사 전문 자유 기고가인 최현호씨는 “대만은 최근 미국으로부터 무기를 사들이며 방어력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제 하푼 대함 미사일, M142 HIMARS 다연장 로켓 도입, M1A2 탱크 등이다. 하푼 미사일은 대만에 접근하는 중국 해군의 군함을 격침할 전력이다. M142 다연장 로켓은 중국군 상륙 지점을 타격하고, M1 탱크는 중국군 상륙 병력을 쓸어버릴 것이다.

대만은 미국에 기뢰 구매도 타진했다. 또 고속기뢰부설함도 잇따라 진수하고 있다. 폭 170㎞쯤 되는 대만해협에 기뢰를 깔아두면 중국 해군이 대만에 다가가기가 힘들어진다.

또 퉈장(沱江)급 스텔스 미사일 고속함(PGM) 12척을 만들고 있다. 이 고속함은 45노트(약 시속 83㎞)로 움직이면서 사거리 250㎞의 슝펑(雄風)-Ⅱ 함대함 미사일과 사거리 400㎞의 슝펑(雄風)-Ⅲ 함대함 미사일과 MK32 어뢰로 중국 해군의 항공모함과 상륙함을 가라앉힐 전력이다. 3000t급 잠수함을 자체 건조하는 사업도 시작됐다.

대만군, 워게임에서 판정승 거둬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면 대만도 중국 본토를 타격해 최소 중국을 움츠러 들게 만드는 대만판 억제전략도 마련됐다. 대만군은 슝펑(雄風)-2E 장거리 지대지 순항미사일과 윈펑(雲峰)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으로 세계 최대라는 중국의 싼샤(三峽)댐을 무너뜨리거나 중국 경제의 중심지인 상하이(上海) 도심을 초토화할 수 있다.

지난 9월 대만 욱군의 M60A3 탱크가 연막탄을 뚫고 전진하고 있다. 이 훈련은 중국 인민해방군의 공격으로부터 대만을 방어하는 한광 훈련의 일환이었다. 한광 훈련은 워게임을 벌이는 지휘소 연습과 이와 같은 야외 실기동 훈련을 같이 한다. EPA=연합

지난 9월 대만 욱군의 M60A3 탱크가 연막탄을 뚫고 전진하고 있다. 이 훈련은 중국 인민해방군의 공격으로부터 대만을 방어하는 한광 훈련의 일환이었다. 한광 훈련은 워게임을 벌이는 지휘소 연습과 이와 같은 야외 실기동 훈련을 같이 한다. EPA=연합

지리ㆍ지형도 대만에 유리하다. 대만해협은 대만 방어의 방파제다. 미국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스콧 해럴드는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만 동해안은 산악지대, 서해안에는 간석지(개펄)가 있다. 해안선에는 많은 도시들이 있어 대규모 상륙작전에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 4월 한광(漢光) 훈련에서 중국군의 대만 침공을 가정한 워게임에서 대만군이 승리한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보도는 이 같은 상황을 반영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만 군사력이 과거보다 약해졌다는 외신 기사도 나왔다. 대만 국방부는 즉각 부인했지만, 모병제 이후 대만군의 전투력이 떨어졌다는 평가는 대만 내부에서 들린다. 대만이 풀어야 할 과제다.

"미국, 중국과 전략 경쟁 이기려 대만에 군사적 지원"

대만이 중국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결국 미국은 대만 생존의 전제 조건이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지난달 CNN과의 인터뷰에서 “대만의 방어 능력을 증강할 목적으로 미국과 광범위한 협력을 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미군이 대만 방어를 도울 것으로 “정말로 믿는다”고 말했다.

중국 인민해방군 공군의 H-6K 전략폭격기가 Su-30 전투기 편대의 호위 속에 비행하고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

중국 인민해방군 공군의 H-6K 전략폭격기가 Su-30 전투기 편대의 호위 속에 비행하고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

미국은 1979년 대만과 외교 관계를 끊었다. 대신 미 의회가 만든 대만 관계법(Taiwan Relations Act)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은 미국의 정치ㆍ안보ㆍ경제적 이익이며 국가 사안’이며 ‘ 대만 국민의 안전이나 사회ㆍ경제 체제를 위협할 수 있는 어떤 힘의 수단이나 다른 형태의 강압에 대해 미국이 저항할 수 있는 능력을 유지한다’고 명시했다.

모호한 표현이다. 그러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면 대만을 방어하겠다고 말하는 거냐’는 질문에 “그렇다. 우리는 약속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경우 미국이 군사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는 의미다.

중국도 미국을 통일 전쟁의 가장 큰 장애요소로 보고 있다. 그래서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을 격침할 대함탄도미사일(ASBM)과 미국의 인공위성을 막거나 떨굴 대위성 무기를 개발했다. 미국은 핵보유국인 중국이 부담스러워 바이든 대통령의 호언장담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섣불리 나서지 않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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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랜드연구소는 2016년 ‘중국과의 전쟁’ 보고서에서 미ㆍ중 전쟁은 미 본토가 아닌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으로 제한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중국이 전쟁 피해로 국내총생산(GDP)의 25~35%가 줄어드는 데 비해 미국은 5~10%만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방종관 한국국방연구원(KIDA) 객원 연구원(예비역 육군 소장)은 “미ㆍ중 전쟁으로 중국의 경제적 피해가 상대적으로 더 커 중국과의 장기 전략 경쟁에서 유리하다고 미국이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대만을 군사적으로 지원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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