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검 감찰부, 영장 없이 ‘대변인폰 포렌식’ 후 공수처 넘겼다

중앙일보

입력

대검찰청 감찰부(부장 한동수)가 법원의 영장 없이 대검 대변인의 공용 휴대전화를 임의제출 받은 뒤 포렌식 결과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넘긴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관련된 고발 사주 의혹과 장모 문건 의혹에 대한 전임 대변인 감찰이 이유라고 한다. ‘대변인 공용폰’은 검찰 취재와 관련해 수십 개 언론사 취재진이 매일 각사 취재 사항을 문의하는 창구여서 언론사 사찰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대검찰청. 연합뉴스

대검찰청. 연합뉴스

대검 언론 창구 ‘공용폰’ 10·29 임의 제출→11·5 공수처 압수  

6일 중앙일보 취재에 따르면 대검 감찰부는 지난달 29일 서인선 대검 대변인에게 ‘대변인 공용폰’에 대한 임의제출을 요구했다고 한다. 법원의 압수 영장 발부에 따른 강제수사는 아니었지만, 감찰부 관계자가 “휴대폰 제출에 협조하지 않는 것도 감찰 사안”이라며 서 대변인에게 휴대폰 제출을 강압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대검 감찰부는 임의제출 일주일 만인 지난 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이에 따라 공수처가 미리 대검 감찰부와 협의해 대검 대변인 공용폰 포렌식 결과까지 이날 압수해간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황상진 공수처 대변인은 ‘압수수색 당시 대검 대변인 공용폰 포렌식 결과도 확보했느냐’는 중앙일보 질의에 “확인해줄 수 없다. 고발사주 관련 공수처 수사에 필요한 부분을 영장에 따라 집행해간 것”이라고 부인하지 않았다.

이 휴대폰은 윤 전 총장 시절 대변인이던 권순정 부산지검 서부지청장과 이창수 대구지검 차장검사도 취재진과의 연락 용도로 사용했던 공용폰이다. 후임인 서 대변인은 지난 9월까지 이 전화기를 그대로 사용하다가 최근 새 기기를 구입한 뒤 공기계 상태로 휴대전화를 보관하고 있었다고 한다.

감찰부는 당초 서 대변인에게 ‘윤석열 고발사주’ 의혹과 ‘윤석열 장모 관련 문건’의 진상조사를 임의제출 사유로 제시했다. 현재 대검 감찰부를 이끄는 한동수 감찰부장은 판사 출신으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검찰에 대한 1차 감찰권 강화를 추진하면서 임명한 대표적인 친(親)정부 성향 인물로 분류된다. 지난달 2년 임기를 마친 뒤 박범계 장관에 의해 연임됐다.

앞서 추미애·박범계 두 장관이 밀어붙였던 한명숙 전 국무총리 수사팀의 모해위증교사 의혹 기소 의견을 냈다가 윤 전 총장 및 조남관 당시 대검 차장검사 등 수뇌부에 제동이 걸렸다.

이 시건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끝에 대검 고검장·부장회의를 거쳐 최종 무혐의 불기소 처분됐다. ‘채널 A’ 의혹 사건 및 윤 전 총장 징계 국면에서도 윤 전 총장 측과 파열음을 냈다.

한동수 대검찰청 감찰부장. 오종택 기자

한동수 대검찰청 감찰부장. 오종택 기자

언론 취재 불법 사찰 우려…법조계 “위법한 방식, 하청 감찰” 비판

법조계와 검찰 안팎에선 “감찰을 위시해 영장도 없이 대변인의 공용 휴대전화를 가져간 건 사실상 언론 취재에 대한 검열”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또한 대검 감찰부가 검사 감찰을 명분으로 확보한 내용을 공수처가 이후 법원 영장을 받아 고발 사주 의혹 증거 자료로 확보하는 방식이 위법한 증거 수집 및 압수수색이란 지적도 나온다. 대검 감찰부가 공수처 수사의 하청 감찰을 하는 식으로 사전 예비 조사를 벌인 뒤 수사 단서 제공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대검 감찰부가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에 따라 대변인 휴대폰을 확보한 게 아니어서 그 범위 자체가 무분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검찰 간부는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으면 영장에 적힌 범위 내에서만 포렌식과 이미징이 행해지는데 영장도 없이 휴대폰을 가져가니 어디까지 포렌식 되는지도 알 수 없다. 무한대도 가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제수사는 영장에 의한다’는 영장주의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포렌식 과정에서 당사자 참관 절차조차 없었다는 점도 논란이다. 통상 휴대전화를 포렌식할 경우 그 과정에 당사자가 포렌식 과정에 참여하고 그 후 이미징 과정도 참관한다. 포렌식 범위가 수사 관련 사항에 한정되는지 원본과 다름없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그러나 감찰부는 이번 포렌식에선 서 대변인은 물론 전임자인 권 지청장과 이 차장검사를 참관시키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감찰부는 해당 휴대폰이 공용폰이기 때문에 대변인실 서무직원이 참관하면 되고, 실사용자들이 포렌식에 참여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내세웠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해당 직원은 실사용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포렌식 참관을 거부했고, 결국 감찰부가 사용자 참관 없이 휴대전화 포렌식을 진행했다. 어느 범위까지 포렌식이 진행됐는지조차 확인할 길이 없게 된 셈이다.

김웅(左), 조성은(右). 중앙포토

김웅(左), 조성은(右). 중앙포토

공수처 ‘고발사주’ 수사를 대검 감찰부에서 ‘감찰’ 명목으로 대신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온다. 지난 5일 공수처의 대검 감찰부 압수수색은 대검 감찰부가 대변인의 휴대폰을 확보(10월 29일)하고 일주일 뒤였다. 공수처는 ‘고발 사주’ 의혹 관련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에 대해 직권남용 혐의로 체포 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당하자 손 검사를 한 번도 조사하지 않고 곧장 구속 영장을 청구한 뒤 다시 기각당했다. 이후 손 검사와 김웅 국민의힘 의원을 이달 잇따라 조사했지만, 결정적인 단서를 확보하는 데는 애로를 겪고 있다고 한다.

대검 감찰부가 대검 대변인 공용폰 포렌식을 통해 수십 개 언론사의 취재 내용을 몽땅 사찰한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언론의 취재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에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