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김성주의 귀농귀촌이야기(102)
가끔 누군가 내게 귀농·귀촌의 끝판왕은 누구냐는 질문을 받으면 주저 없이 대답하는 마을이 있다. 남해군의 독일마을이다. 그곳은 멀리 독일에서 간호사로, 광부로 파견을 가서 일하다 고향을 못 잊어 나이가 들어 다시 돌아와 만든 마을이다. 일부러 집을 짓고 마을을 이루어 공동체를 이루며 사는 곳이다.
예전에도 소개했다. 그래도 다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경상남도를 대표하는 귀농·귀촌 마을이기 때문이다. 왜 이들이 굳이 남해군을 선택했을까. 독일마을 주민과 남해군 공무원들에게 들어 보면, 귀향하려는 독일 교포의 사연을 듣고 당시 남해군수였던 김두관 국회의원이 부지를 조성해 모셨다고 한다. 독일에서 오랫동안 살았던 그들은 자신이 죽으면 꼭 고국에 묻혀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했단다. 남해군이 부지 조성을 약속한 것도 있지만, 여러 곳을 답사한 결과 남해군이 가장 마음에 들어 결정했단다. 아마도 남해군의 땅과 바다가 교포들에게는 가장 한국적이고 가장 고향과 닮은 곳이 아니었겠는가. 아름답게 독일식으로 지은 집들이 들어선 독일마을은 언제 가도 이국적이고 낭만이 흐른다.
경상남도는 아름다워서 많은 사람이 귀농·귀촌을 하는 듯하다. 경남의 남해, 거제, 통영과 같은 커다란 섬으로 이루어진 도시에는 귀촌한 이들의 집이 길목마다 있다. 영남 알프스라 불리는 양산, 밀양, 울주군에 가면 산등성이 계곡마다 예쁜 집들이 있는데 대개 도시 사람이 지은 것이다. 함양과 산청은 지리산을 끼고 있는데 역시 산이 좋아 귀촌한 이들이 넉넉하게 살고 있다. 마산, 진주, 창원을 아우르는 창원 특례시나 진주시는 지역을 대표하는 대도시다. 산업단지와 함께 농어촌이 함께 존재한다. 창원 특례시는 2022년 1월 출범한다.
행정구역 명칭으로는 광역시라 경상남도와 구분짓지만 부산광역시와 울산광역시는 정서적으로는 경남이다. 경상남도의 농수산물 대부분을 이 두 대도시가 소비하고, 두 대도시 사람들이 경남으로 귀촌하고 있으니 상호 교류하고 공존하고 있다.
아주 아주 옛날로 돌아가면 경상남도는 가야의 땅이다. 우리가 역사를 말할 때 중요한 시기를 삼국시대라 하는데, 삼국이 아니라 오국이라 말하는 이도 있다. 고구려, 백제, 신라와 함께 가야와 발해를 포함해 오국 시대가 정답이라는 것이다. 가야는 남도 지역 전역에 걸쳐 여섯 가야로 존재했다. 경남 지역은 의령, 하동, 창녕, 함양, 합천, 산청, 김해, 밀양, 부산 등이 해당한다. 예로부터 살기 좋은 곳이었다는 뜻이다. 가야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으면 김해에 있는 김해 가야 테마파크에 가보라. 가야의 역사를 즐길 수 있다.
경남도청은 경남 귀농사관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각 시군의 귀농·귀촌 정책을 총괄하고 귀농·귀촌 교육을 주관하고 있다. 올해에도 교육과 지원 정책을 활발히 펼치고 있는데, 도립 대학 시설을 교육장으로 운영한다. 그리고 청년 농업인을 위해 청년 농업인 영농 정착 지원, 청년 농업인 취농직불제, 청년 농업인 취농 인턴제 등을 추진하고 있다.
통영시는 미식과 음악과 문학의 도시라 하지만 단연코 미식이 압도적이다. 나는 통영에 먹으러 간다. 물론 윤이상 국제 음악제 기간에 가서 마음껏 먹고 박경리의 흔적을 찾으며 논다. 관광객은 통영 부둣가의 시장과 횟집을 가는데 귀농·귀촌인은 미륵산이 있는 산양읍에 많이 간다. 욕지도, 사량도, 한산도와 같은 명품 섬에 귀어인이 많다. 농가 도우미 지원, 여성 농업인 바우처 지원, 농어업인 고교생 자녀 학자금 지원 등의 사업이 눈에 띈다.
예전에는 거제는 통영을 지나야만 갈 수 있었다. 지금은 부산에서 가덕 해저 터널과 거가대교를 건너서도 갈 수 있다. 현지 사람들은 부인하지만 거제와 통영은 라이벌이다. 거제가 하면 통영이 하고 통영이 하면 거제가 한다. 아마도 비슷한 조건이라 기왕이면 우리가 더 잘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 작용한 듯하다. 덕분에 거제와 통영 둘 다 살기 좋다.
거제는 조선과 자동차 공업이 발달하면서 인구가 제법 있으면서 도심에 고층빌딩과 재래시장이 공존한다. 조금만 외곽으로 가면 심심산골과 어장이 겹쳐 나타난다. 수달이 나타나고 반딧불이가 넘실대고 맹종죽이 숲을 이루고 있는 곳이라 관광하기에 좋고 생활하기에도 깨끗해서 좋은 곳이다. 거제시는 농어가 도우미 지원 사업, 농업인 안전재해 공제료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혹시 ‘하이면’이라고 기억하시는가? 송해 선생이 ‘하이면 끓여요’라고 선전하던 인스턴트 우동 하이면을 기억하면 최소 50살은 넘었다고 봐야 한다. 1974년에 출시되었으니 말이다. 갑자기 우동 이야기를 했지만 하이면은 경남 고성군의 면 이름이다. 고성군 하이면은 공룡 발자국 화석이 남아 있는 상족암이 있다. 재미있는 것은 하이면 옆의 면 이름이 하일면이라는 것이다. 아마도 하면을 둘로 나누면서 하일과 하이로 부른 것 같다.
비슷한 지명이 진주시에 있다. 일반성면과 이반성면이다. 특이하게 숫자를 앞에 두었다. 사천에서 고성을 거쳐 진주로 이어지는 국도를 따라가다 보면 이런 지명이 눈에 보인다. 하긴 진주를 지나 창녕으로 가면 야동길이라고 있다. 야한 동영상, 그 야동이 아니다. 야구 동영상이다.
고성은 굴이 많이 난다. 그리고 쌀이 훌륭하다. 고성 읍내에 가면 엄청난 크기의 고분을 만날 수 있다. 가야 시대 유적인데 시내에 공룡만 한 고분이 있으니 특이하다. 고성군으로 귀촌해 전입하면 여러 가지 혜택을 준다. 특히 인구 증가를 위해 어린이집 보육료 지원, 난임 부부 지원, 한방 첩약 지원, 1가구 3자녀 이상 세대 지원 사업 등의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한방 첩약 지원은 말 그대로 관내 한의원에 가면 한약 15일분을 지원해 주는 것이다. 다만 셋째 이상만 지원해줘 아쉽기는 하다.
얼마 전 산삼항노화엑스포를 개최한 함양은 진짜 산삼의 고장이다. 산삼 관련 사업을 위해 현장 실사를 갔는데, 군청 부근 식당에서 국밥이건 비빔밥이건 산삼 한뿌리 정도는 놓여 있었다. 산양삼이라도 향기가 좋아 기분이 좋아진다. 함양은 은근히 한옥 고택이 많다. 그만큼 양반 문화가 살아 있다는 것이다. 대놓고 양반이네 떠드는 것이 아니라 은근히 내보이는 모습이 산삼 향과 비슷하다. 귀농인 영농정착 지원사업으로 선정된 농가는 1회차에 400만원을 지급하고 2회차는 100만원을 준다. 현금 지원인 만큼 요긴하다. 또 신규 귀농인 휴경농지 정비 지원사업이라 하여 농가당 500만원을 지급해준다.
의령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일까. 젊은 세대에게 물어보니 모른다고 한다. 조금 연식이 있는 40대 후반에게 물어보면 곽재우 장군을 이야기하고 50대 중반부터는 망개떡을 이야기한다. 개인적으로는 의령이 숨겨진 보석 같다. 잘 알려지지 않은 만큼 청정하다. 도시 물이 덜 들었다. 그래서 그런가? 의령으로 귀농·귀촌한 이들도 의령 속에 조용히 스며 있다. 몇 년 전 의령 농민들에게 마케팅 강의를 한 적이 있는데 지역 마케팅에 대해 너무나 진지하게 고민하기에 얼마나 오래 사셨냐고 물어보니 대다수가 몇 년 전에 귀농·귀촌했다고 하여 놀란 적이 있다. 귀농인 현장 실습, 창농 후견인 멘토링 지원, 귀농인 안정 장착비 지원, 귀농 창업 브랜드 개발 지원, 청년 귀농인 창업비 지원 사업을 제공하고 있다.
울산광역시의 일개 군이지만 울산광역시 면적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 울주군은 재정이 든든하다. 원자력 발전소가 여럿 있고 대기업 공단이 자리 잡아 세금이 꽤 걷힌다. 이렇게만 소개하면 울주 사람들은 섭섭할 것이다. 반구대 암각화가 있고 신불산 억새밭이 아름답고 서생 미역이 자라고 언양 불고기가 유명하다. 산과 바다와 들이 모두 자리 잡고 있으니 천하에 부러울 것이 없다. 이러면 대략 소개한 것이리라. 울주군은 퇴직자들의 은퇴 생활지로 인기가 좋다. 농촌에서 살아보기 프로그램이 있는데 최장 6개월을 지원해 준다.
도시와 농촌이 공존하고 산과 바다가 공존하고 산채와 생선회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지역. 잘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잘 알지 못하는 곳이 경상남도이다. 그래서 이곳에 살면 하루하루가 새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