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네덜란드 확진자 45% 돌파감염…위드코로나 '이것'에 답있다

중앙일보

입력

코로나19 백신을 맞고도 감염된 돌파 감염자는 백신 미접종자만큼이나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지난달 29일 국제학술지 '랜싯'에 실렸다. 백신 접종률이 높은 일부 나라들에서도 코로나19가 재확산하는 가운데 나온 결과여서 주목받고 있다.  

논문에 따르면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과 영국 보건안전청(HSA) 연구진은 지난해 9월 13일부터 올 9월 15일까지 증상이 경미하거나 무증상인 코로나19 감염자 621명을 상대로 가족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가능성에 대해 조사했다.

그 결과 접종을 완료한 돌파 감염자가 가족에게 코로나19를 전염시킬 확률은 25%로 나타났다. 백신 미접종자가 가족에게 전염시킬 확률은 이보단 높은 38%였다. 또 돌파 감염자는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보다 코로나19가 상대적으로 빨리 완치됐지만, 코와 목에서 발견된 코로나19 바이러스 최대 양은 미접종자와 비슷했다.

3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걷고 있다. 네덜란드는 확진자가 급증하자 마스크 의무 착용을 부활시켰다.[AFP=연합뉴스]

3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걷고 있다. 네덜란드는 확진자가 급증하자 마스크 의무 착용을 부활시켰다.[AFP=연합뉴스]

"돌파 감염자 접종한 지 평균 3개월"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접종 완료자도 가정 등 가까이 오랜 시간을 보내는 환경에서 미접종자만큼이나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런 경향은 델타 변이의 확산과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백신 효과가 떨어지면서 두드러졌다고 한다. 델타 변이는 현재 전 세계적인 지배종으로 자리 잡았다. 이번 연구를 이끈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아지트 라발니 교수는 가디언에 "(이번 연구로 볼 때) 백신을 안 맞은 사람들은 주변 접종자들 덕에 감염 위험이 사라졌다고 기대해선 안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백신 예방 효능은 통상 접종 완료 후 5~6개월 지난 시점에 떨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연구진은 "(연구 대상자들 중) 델타 변이에 감염된 돌파 감염자들을 분석한 결과 백신을 접종한 지 평균 3개월가량 됐다"며 "이는 2차 접종 후 3개월쯤 되면 백신의 방어 효능이 감소해 감염 위험이 높아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영국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진행 중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영국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진행 중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백신 접종률이 높은 나라들에서도 계속해서 코로나19 감염자가 많이 나오는 이유를 알려준다고 설명했다. 미접종자의 감염과 전파 그리고 돌파감염 발생은 물론, 돌파 감염자 역시 바이러스를 퍼뜨리기 때문에 확산세가 쉽게 꺾이지 않는다는 의미다. 라발니 교수는 "백신 접종은 코로나19 위증증과 사망을 예방하는 데 효과가 탁월해 대유행 통제를 위해 필수적"이라면서도 "이번 연구 결과는 백신 접종만으론 감염과 확산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위드 코로나, 돌파감염에 비상…"더욱 증가 전망" 

실제로 백신 접종률이 높아 '위드 코로나'를 시행 중인 나라들에선 돌파감염이 복병으로 떠올랐다. 3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성인의 84%가 백신 접종을 완료한 네덜란드에선 지난 한 달간 확진자의 45%가 백신 2차 접종까지 마친 것으로 나타났다. 네덜란드는 지난달 25일 마스크 착용을 포함한 모든 방역 제한을 풀었다. 이후 감염이 계속 확산해 지난달 1000명대였던 하루 확진자가 최근 7000명대까지 치솟았다.

대부분의 규제를 해제한 독일 역시 이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도이체벨레(DW)에 따르면 독일의 18~59세 백신 접종자 중 돌파감염 비율은 접종 캠페인 초기 8.2%였으나, 지난 10월 이 비율이 31.6%까지 높아졌다. 더욱이 같은 기간 60세 이상 접종자의 돌파감염 비율은 11.7%에서 55.4%로 급증했다. 독일은 전체 인구의 약 66%가 접종을 완료했다.

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이 공항 이용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한국은 1일부터 위드 코로나에 돌입했다. [뉴스1]

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이 공항 이용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한국은 1일부터 위드 코로나에 돌입했다. [뉴스1]

4일 기준 접종 완료율이 76%에 달하는 한국의 상황도 비슷하다. 2일 방역 당국은 10월 24~30일에만 3118명이 돌파감염된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이 기간 전체 확진자의 약 25%에 이른다. 서울만 보면 이 비율은 더 높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하루 확진자 646명 중 49.4%를 차지하는 319명이 돌파감염 사례였다. 지난 1일부터 위드 코로나에 돌입한 한국도 돌파감염 통제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돌파 감염자가 앞으로 더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올 2월 시작된 점을 감안할 때 고령자 등 초기 접종자들의 예방 효과가 감소할 시점이 됐고, 위드 코로나 시행으로 모임이 늘고 마스크 착용에 대한 인식도 느슨해졌다. 여기에 추워진 계절적 요인까지 겹쳐 돌파 감염자가 늘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위드 코로나 성패는 마스크, 부스터샷에 달려"  

이에 따라 '위드 코로나'의 성공 여부는 마스크 착용에 달렸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애니카 싱가나야감 박사는 "백신 접종자들에게도 마스크 착용과 같은 생활 방역이 여전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감염병 전문가 수지 호타는 캐나다 글로벌뉴스에 "백신 접종률이 높아도 마스크는 가장 강력한 예방 수단"이라고 말했다.  

위드 코로나 시행 후 확진자가 급증한 네덜란드는 지난 2일 실내 마스크 의무 착용을 부활시켰다. 마스크를 벗었던 벨기에 역시 확진자가 급증하자 지난달 29일부터 다시 실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최근 하루 확진자가 4만 명대로 치솟은 영국에서도 마스크 의무 착용을 부활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스라엘에서 부스터샷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스라엘에서 부스터샷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AP=연합뉴스]

전문가들은 부스터샷 필요성도 조언한다. 3일 방역 당국은 요양병원 입소자·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한 부스터샷을 기존 6개월 간격에서 한 달 앞당기기로 했다. 김우주 교수는 "돌파감염 증가를 고려할 때 고령층도 부스터샷 간격을 앞당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라발니 교수는 "부스터샷 접종 자격이 되는 시점에 즉시 접종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6월부터 위드 코로나를 시행한 이스라엘은 지난 9월 하루 확진자가 1만 명대까지 급증했으나, 부스터샷 접종이 빠르게 이뤄지면서 최근 하루 확진자가 500명대로 급감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전체 인구의 44%가 부스터샷을 맞았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