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프리즘] 6차 재난지원금 누구를 위한 건가

중앙선데이

입력 2021.11.06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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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1호 31면

황정일 경제산업에디터

황정일 경제산업에디터

오르지 않은 걸 찾기 어렵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2%로 10년여 만에 가장 많이 상승했다. 지난해 10월 통신비 지원에 따른 기저효과를 고려하더라도, 상승률이 만만찮다. 체감 물가는 두 자릿수 수준이다. 월급 빼고는 다 올랐다는 탄식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물가 상승의 원인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통신비 지원에 따른 기저효과도 있고, 글로벌 공급망 훼손에 따른 원자재 가격 인상 등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부는 연초 물가를 연 2% 이내에서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고 장담했지만 예측에 실패했고, 관리하지도 못했다.

물가, 대출 금리 상승 우려 속에도
대선 앞두고 지급 속도 내는 여당

그렇다고 정부 탓을 하려는 게 아니다. 국제유가 급등 등 정부가 관리할 수 없거나, 예측하기 어려웠던 부분도 분명 있기 때문이다. 물가 상승이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도 아니다. 주요 나라가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터널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막대한 현금을 뿌렸기 때문에 불가피한 면도 없지 않다.

다만 물가 상승 폭이 예상보다 커지고 있는 만큼 확장적 재정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 물가 안정이 설립 목적인 한국은행이 자영업자나 서민들의 삶이 더 힘들어질 것을 알면서도 이미 한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한 데 이어 이번 달 추가 인상을 예고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시중에 풀린 현금을 흡수해 인플레이션 압력을 줄이겠다는 의도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긴축적 재정·통화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주요 선진국은 이미 내년도 예산안 규모를 올해보다 축소하는 등 ‘긴축’ 깃발을 올리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달 28일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독일·프랑스가 내년 예산안 규모를 올해 결산 추정액보다 평균 14.8% 축소했다. 미국은 17.1%, 독일은 19.1%나 줄였다. 반면 한국은 0.1% 감소하는 데 그쳤다.

더욱 우려스러운 건 대통령 선거를 앞둔 집권여당과 청와대의 행태다. 당·정·청이 힘을 합쳐 물가 안정에 나서도 모자랄 판에 여당의 대선후보인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는 추가(6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고 나섰고, 더불어민주당은 기다렸다는 듯 지원 사격에 나섰다.

집권여당이 민생과 직결되는 정책에 대해 정부와 조율도 없이 추진하면서 혼란을 자초하고 있다. 청와대도 마찬가지다. 겉으로는 당·정이 합의를 하라면서도 6차 재난지원금에 반대하지 않는 듯 한 눈치다. 그럴 만도 한 게 청와대로서는 대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딱히 반대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이 후보는 도지사 시절부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재난지원금을 더 늘리고, 기본소득을 도입하자고 주장한 바 있다. 6차 재난지원금이 실제로 지급된다면 아마도 내년 대선 직전 7차 재난지원금도 지급하자고 주장할 수 있다.

이 후보는 원래 그런 성향이라고 하더라도 집권여당이나 청와대의 행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국민 10명 중 6명이 반대하는(1~3일 알앤써치 여론조사) 6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는 건 또다시 돈으로 지지층을 묶어 두겠다는 것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이 후보의 주장처럼 전 국민에게 1인당 30~50만원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면 단순히 계산해도 15조~25조원이 시중이 풀리게 된다. 물가가 무섭게 뛰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또 다시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근에는 대출 금리까지 무섭게 치솟으면서 국민들의 삶은 더 팍팍해지고 있다. 집권여당·청와대를 위한 6차 재난지원금은 결국 국민들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게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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