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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週 漢字] 竝(병)-대립의 시대에 함께 선다는 것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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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1호 31면

한자 11/6

한자 11/6

‘竝’(병)자는 ‘나란히’나 ‘함께하다’는 뜻을 가진 글자다. 竝자는 두 개의 立(설 립)자를 함께 그린 상형글자로, 갑골문에서부터 발견되고 있으며, 자형이 점차 정형화해 오늘날의 모습으로 고정됐다. 竝(병)자는 더욱 간략화해 並, 并의 형태로 쓸 때가 있는데, 쓰는 방식의 차이일 뿐 의미는 모두 같다.

참으로 대립과 갈등을 넘어 혐오가 얽히고설킨 시대다. 젠더 갈등, 세대 갈등, 노사 갈등 등으로 이름 붙일 수 있었던 전통적인 갈등은 오히려 단순하고 명확해 보일 정도로, 오늘날 대상조차 불분명한 분노와 그에 따른 혐오 표현이 우후죽순 태어나고 자란다.

경제 불안정과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의 공포로 불확실한 삶 앞에서 나약한 개인이 선택하는 것은 보통 이성적 사고와 건설적 협력보다는 손쉬운 타자화(他者化) 전략인 탓이다.

은상(殷商) 갑골문에서도 발견되는 竝(병)자는 두 개의 ‘立’(입) 자를 함께 그린 상형글자다. 각자 땅 위에 바로 선 사람 둘을 양옆으로 배치해 ‘나란하다’ ‘나란히 서다’ ‘함께하다’라는 뜻을 나타냈다.

허신의 『설문해자』에서는 竝의 의미를 ‘아우르는 것(併也)’이라고 풀이했는데, ‘竝’에 사람 인 변(人)을 더해 만들어진 ‘아우를 병’(併)을 씀으로써, 竝에 ‘조화와 포용’이라는 인문 윤리적 개념을 부여하기도 했다.

장자(莊子)가 사용한 竝자는 좀 더 격이 높다. 則陽篇(즉양편)에는 “사람들과 함께 나란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그들을 감화시킨다(與人竝立而使人化, 여인병립이사인화)”는 구절이 나온다. 사람은 단순히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존재라는 점과 함께, 한 소탈하고 겸허한 인격이 타인에게 얼마나 큰 정서적 위안이 되며,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주는지 생각해 보게 한다.

병자를 보며 필자는 이런 생각을 한다. 혐오의 시대에는 나란히 서는 연습을 해 보는 것은 어떨까? 누군가를 향해 세운 대립의 칼날을 거둬 따로, 또 같이 서는 것이다. 먼저는 각자 발 붙이고 선 바로 그 자리에서 스스로 일어서는 내력(耐力)을 회복하고, 또 멀지 않은 곳에서 나와 마찬가지로 힘겹게 쌓아 올렸을 타인의 삶 역시도 인정하며, 종래에는 나란히 함께 서는 여유와 품위를 가꿔 대립과 갈등이 아닌 화합의 장을 열어 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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