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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선출, 정책과 비전 겨루는 대선되길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761호 30면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에 선출된 윤석열 후보가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제2차 전당대회에서 경선 후보들과 손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김기현 원내대표, 홍준표 의원, 윤 후보,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전 제주지사, 이준석 대표.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에 선출된 윤석열 후보가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제2차 전당대회에서 경선 후보들과 손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김기현 원내대표, 홍준표 의원, 윤 후보,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전 제주지사, 이준석 대표.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후보와 120여 일간의 대선 레이스 돌입

윤 후보 “정권교체로 부패·약탈정치 끝내겠다”

반문 정서에 기대지말고 국익·민생 놓고 경쟁해야

국민의힘 20대 대통령 후보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선출됐다. 윤 후보는 어제 전당대회에서 47.85%를 득표, 홍준표 의원(41.50%)과 유승민 전 의원(7.47%), 원희룡 전 제주지사(3.17%)를 제쳤다. 이로써 내년 3월 9일까지 대선 레이스의 제1·2당 대진표가 확정됐다.

윤 후보는 수락연설에서 “내년 3월 9일을 법치와 공정, 상식이 돌아오는 날로 만들겠다”며 “반드시 정권교체를 해 분열과 분노의 정치, 부패와 약탈의 정치를 끝내겠다”고 말했다. 또 “이번 대선은 상식의 윤석열과 비상식의 이재명과의 싸움이자 합리주의자와 포퓰리스트의 싸움”이라며 “또 다시 편가르기와 포퓰리즘으로 대표되는 사람을 후보로 내세워 원칙없는 승리를 추구하고자 하는 무도함을 심판해달라”고 했다. 아울러 “문재인 정권의 소득주도 성장과 부동산 폭등은 ‘재산 약탈’이며 악성 포퓰리즘은 ‘세금 약탈’이다. 1000조가 넘는 국가 채무는 ‘미래 약탈’”이라며 “정권교체가 없다면 국민 약탈은 노골화·상시화·구조화될 것”이라고도 했다.

여야의 대선 후보 중 정치이력만 보면 윤 후보가 가장 짧다. 지난 3월 “상식과 정의가 무너지는 걸 더는 지켜보기 어렵다”며 검찰총장직을 사퇴, 대선 출마를 선언한 뒤 불과 8개월여 만에 제1야당의 대통령 후보로 선출됐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로 보수 궤멸의 주역으로 몰렸다가 이젠 보수 부흥의 기수가 됐다. 기이한 반전이며 놀라운 상승이다.

그렇기에 ‘윤석열의 정치’는 의문 부호로 가득하다. “거대한 부패 카르텔을 뿌리 뽑고 기성 정치권의 개혁을 하라는 것, 내 편과 네 편을 가리지 않고 국민을 통합하라는 것이 저의 존재 가치이고 제가 나아갈 길”이라고 했지만 기존 후보군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였다고 보기 어렵다. 그가 통합적 리더십을 구현할 지도자인지, 복잡다단한 국정 현안을 슬기롭게 헤쳐 나갈 역량과 통찰력을 갖췄는지에 대한 검증이 앞에 놓여있다. ‘전두환 옹호’ ‘개 사과’ 논란에서 보이듯 정치적 언어 구사와 대중과의 소통 미숙도 드러났다. ‘고발 사주’ 의혹으로 수사 당국의 ‘칼날’을 피하기 어려운 처지다.

이렇듯 불확실성이 높은데도 후보로 선택됐다는 건 그만큼 야권 성향 지지자들이 기대감을 투영한 것이란 걸 명심해야 한다. 그런 만큼 경청하고 소통하고 책임지고 진정성 있고 권한을 남용하지 않는 대통령이 되기 위한 절차탁마(切磋琢磨)를 게을리해선 안 된다. 윤 후보는 “국민의 마음을 읽지 못하면 저에 대한 지지와 성원이 언제든지 비판과 분노로 바뀔 수 있다”고 말했는데, 자신의 말대로 반문(反문재인)정서에만 기대려 해선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할 것이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제 대선까지는 124일 남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윤 후보는 건곤일척의 승부를 펼칠 것이다. 하지만 축하에 앞서 걱정이 앞서는 게 작금의 상황이다. 두 후보에 대한 비호감도가 60%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가 말해주듯 국민은 두 후보가 세계사적 대전환기에 대한민국호를 이끌어갈 리더로서의 품격과 자질, 시대정신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래선 곤란하다. 이 후보는 민주당이 부동산 정책 등에서 진영과 이념에 갇혀 밀어붙인 결과가 어땠는지 명심해야 한다. 윤 후보 역시 여야 협치를 통해 더 나은 대안을 찾는 것이야말로 국민이 바라는 정치의 모습임을 직시해야 한다. 내년 대선을 국가의 미래비전과 정책을 내놓고 국민의 심판을 받는 정책 대결의 마당으로 이끌어야 할 책임이 두 후보에게 있다.

대한민국은 지역·세대 갈등을 넘어 젠더 갈등까지 겹쳐 분열돼 있다. 어느 때보다 국민 통합이 시급하다. 거대 정당의 후보들이 국익과 국민복리를 놓고 선의의 경쟁을 벌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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