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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덜 쓰는 근육 풀고 스윙해야 ‘늦가을 골프’ 부상 막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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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1호 28면

헬스PICK 

‘빚을 내서라도 골프를 친다’는 가을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고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에 접어들면서 골프장을 찾는 이용객의 발걸음이 늘고 있다. 단계적 일상회복 시행 후 골프장 예약률이 10% 이상 증가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실제로 웬만한 골프장은 이달 말까지 풀 부킹 상태다. 시설 내 이용제한도 풀리면서 골프를 즐기려는 이들의 마음도 한층 가벼워졌다. 하지만 모든 운동은 의욕이 충만할 때 가장 위험하다.

골프는 정적인 운동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의외로 부상률이 높은 운동에 속한다. 스포츠안전재단이 생활체육인 7725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간한 ‘스포츠안전사고 실태조사 종목별 보고서(2020)’에 따르면, 골프의 부상률은 75.4%로 생활체육 평균(64.3%)보다 높다. 신체의 한쪽 방향으로만 반복하는 편측 운동인 데다 일상에서 잘 쓰지 않는 근육을 사용해서다.

허리·팔꿈치·손·어깨 순으로 부상 많아

주목해야 할 부분은 11~12월이 골프로 인해 심각한 부상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달이라는 점이다. 스포츠안전사고 실태조사 결과 ‘가장 심각한 부상 발생률’은 11월에 18.4%로 가장 높았고 12월(14.5%)이 뒤를 이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11월에 심각한 부상이 가장 많이 따르는 이유는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근육과 인대 등이 경직돼 있지만 이에 대한 준비과정은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한 동작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잘못된 자세는 이로 인한 악영향을 가속한다. 고대구로병원 척추신경외과 김주한 교수는 “가을에 접어들어 날씨가 추워지면 근육과 인대가 위축돼 유연성이 떨어진다”며 “그 상태에서 스윙을 크게 하면 각 부위에 부상이 따라온다”고 말했다.

우선 문제가 되는 곳은 허리다. 부상 발생이 가장 많은 곳이다. 대한스포츠의학회의 통계에 따르면 골프 부상은 허리·몸통(28~35%), 팔꿈치(25~30%), 손·손목(12~15%), 어깨(10~15%), 고관절(5~7%), 무릎(5%), 발·발목(5%) 순으로 많다. 스윙 시 몸을 회전하는 것 자체가 허리에는 큰 부담이다.

강북삼성병원 재활의학과 윤경재 교수는 “사람이 진화하면서 허리를 돌리는 일이 없어졌다. 평소에는 안 하는 동작”이라며 “그만큼 안전장치가 잘 안 돼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골프 스윙은 특히 요추 1·2번과 흉추 12번에 무리를 준다. 추간판탈출증(허리디스크)이나 요추 염좌가 잘 발생하는 이유다. 기존에 앉는 자세가 좋지 않아 요추 4·5번 등에 척추질환이 있는 경우 더욱 악화한다.

어깨 부상도 마찬가지다. 힘이 들어가는 스윙을 반복하다 보면 인대가 손상되거나 염증이 생긴다. 묵히면 오십견으로 번지고 심하면 회전근개파열까지 올 수 있다.

팔꿈치 부상은 주로 충격에 의한 것이다. ‘뒷땅’을 치면 그 충격이 고스란히 팔꿈치와 손목에 전해져 ‘엘보(상과염)’를 유발한다. 힘줄이 미세하게 손상돼 염증이 생긴 상태를 말한다. 오른손잡이의 경우 왼팔에는 팔꿈치 바깥쪽이 아픈 테니스 엘보(외측 상과염), 오른팔에는 팔꿈치 안쪽이 아픈 골프 엘보(내측 상과염)가 주로 생긴다.

초심자의 경우 손가락과 늑골에 문제가 생기기 쉽다. 골프 그립에 힘이 과하게 들어가 손가락 통증을 유발한다. 손가락 인대 통로에 염증이 생기는 방아쇠수지가 생기기 쉽다. 스윙을 무리하다 보면 갈비뼈가 골절될 수도 있다. 윤 교수는 “초심자는 힘으로 내려치기 쉬운데, 이때 팔 상완이 전거근(가슴과 겨드랑이가 이어지는 곳의 근육)에 밀착해 갈빗대와 맞물리면서 늑골 골절이 온다”며 “미세골절뿐 아니라 완전골절이 생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골프로 인한 부상의 공통분모는 잘못된 자세, 무리한 동작, 그리고 반복이다. 이들 세 요소가 합쳐지면 반드시 부상이 뒤따른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전문가들은 필드보다 연습장이 더욱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윤 교수는 “국내 연습장은 대부분 시간제다 보니 정해진 시간에 많이 치려고 해 짧은 시간 동안 반복적 손상이 진행된다”며 “라운딩할 때보다 연습장에서 조심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필드에선 4~5시간 동안 70~80회 스윙을 하지만 연습장에선 한 시간에 약 200회에 달하는 스윙을 한다. 부담의 밀도 자체가 다르다. 주말 연속 라운딩도 같은 이유로 독으로 작용한다. 윤 교수는 “토요일, 일요일 연속해서 치시는 분들이 병원에 많이 온다”며 “적절한 간격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우선 부상으로 통증이 생겼을 땐 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정확한 진단과 함께 치료는 제때 받아야 한다. 대부분은 염좌로 인한 것이라 소염진통제로 해결할 수 있다. 붓거나 열감이 있을 땐 바로 얼음찜질을 하면 도움된다. 염증 악화를 막아준다. 통증이 있는 상태에서 부득이하게 라운딩해야 할 땐 ‘대충·설렁설렁’의 마인드가 필요하다. 그립은 느슨하게 잡고 풀스윙·오버스윙은 하지 않는다.

야구에는 ‘버두치 리스트(효과)’라는 말이 있다. 100이닝 이상 투구한 만 25세 이하 투수가 직전 시즌보다 30이닝 이상을 더 던지면 부상이나 부진을 겪을 확률이 급증한다는 가설이다. 골프도 마찬가지다. 무리가 이어지면 부상으로 직결된다.

과도한 연습, 토·일 연속 라운딩은 ‘독’

몸이 나아졌다고 ‘열골’의 자세로 되돌아가는 것은 재발을 부른다. 라운딩이나 연습 전에는 충분한 스트레칭이 필수다. 몸의 예열과정이다. 최소한 15분 정도 스트레칭해 주는 것이 좋다. 평소 코어 근육 운동을 해주면 허리 부상을 줄이는 데 크게 도움된다. 쉽지 않겠지만 스코어에 집착하지 않는 자세도 필요하다. 욕심이 커지면 힘이 들어가고 스윙이 커지며, 이런 상태에서 연습량이 늘어난다. 부상과 직결되는 요소다.

골프에도 어느 정도 스윙 총량의 법칙이 존재한다. 현재의 승부욕과 무리한 동작은 골프를 즐길 수 있는 세월을 앞당겨 쓰는 셈이다. 그런 측면에서 골프엔 ‘담금질’이 적용되지 않는다. 골프 인생은 굵으면 짧아지기 쉽다. 기분 좋게 오랫동안 ‘명랑 골프’ 하려면 부상을 줄이는 게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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