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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문·죠리퐁당 등 이색 막걸리도 약진…콜라보 제품 값 최고 3배 비싸도 불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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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1호 13면

[SPECIAL REPORT]
국산 수제 맥주 열풍 

강원도 홍천군 전통주조 예술에서 막걸리(탁주)를 제조하는 모습. [사진 전통주조 예술]

강원도 홍천군 전통주조 예술에서 막걸리(탁주)를 제조하는 모습. [사진 전통주조 예술]

최근 대한제분 브랜드 ‘곰표’와 한강주조가 협업해 개발한 ‘표문’ 막걸리가 인기다. ‘표문’은 곰표를 뒤집어 표기한 것으로 막걸리를 거꾸로 뒤집어 흔들어 마시는 점을 고려했다. 지난 4월 출시 후 온라인 공개 2분 만에 완판된 이 막걸리의 가격은 4500원. 일반 막걸리보다 2.5~3배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지난 25일 편의점 판매가 시작된 이후에도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다. 박상래 GS리테일 커뮤니케이션팀장은 “표문 막걸리 가격이 일반 막걸리보다 높음에도 불구하고 반응이 매우 좋다”며 “막걸리가 최근 MZ세대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전통주 막걸리(탁주)가 젊어지고 있다. 젊은층이 많이 찾는 편의점에서 최근 막걸리 매출이 늘어난 점이 대표적이다. 편의점 CU의 올해 상반기 막걸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2.1% 늘었다. 편의점 GS25의 매출도 38.8% 증가했다. 지난달에는 증가폭이 41.2%까지 늘었다.

젊은층의 막걸리 소비가 늘어난 주요 원인은 최근 대규모 막걸리 제조사가 선보이고 있는 이색 콜라보레이션에 있다. 막걸리 시장의 56%를 점유하고 있는 서울탁주, 지평주조, 국순당은 최근 다양한 협업 제품으로 MZ세대를 공략하고 있다. 국순당이 크라운 제과와 협업해 출시한 막걸리 ‘죠리퐁당’이 대표적이다. 죠리퐁당은 국순당 쌀막걸리에 죠리퐁 원물을 섞어 발효한 막걸리다. 죠리퐁당의 초도물량 30만캔은 한 달 만에 완판됐고, 추가로 생산한 30만캔도 모두 출고됐다. 지평주조도 지난 8월 SPC그룹의 쉐이크쉑과 협업해 한정 기간 동안 ‘막걸리 쉐이크’를 선보였다. 이런 이색 콜라보레이션 막걸리는 소셜미디어(SNS)에서 인증샷이 유행하며 더 흥행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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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종류가 다양해진 점도 소비자를 이끌었다. 전국 각 지역 소규모 전통주 양조장은 홈술 트렌드와 온라인 판매를 통해 이색 막걸리를 선보이고 있다. 여러 주종 중에 막걸리를 가장 선호하는 이새샘(35)씨는 최근 새로운 막걸리를 마셔보는 취미가 생겼다. 이씨는 “최근에 막걸리 종류가 다양해져 선택지가 넓어졌다”며 “종류 별로 맛보고 싶은 마음에 더 많이 마시게 된다”고 말했다.

전통주 양조장은 다양한 맛의 프리미엄 막걸리와 더불어 트랜디한 디자인으로 고급화 전략을 꾀하며 기존의 올드한 이미지를 타파하고 있다. 울산 울주군의 전통주 양조장 복순도가는 자사의 쌀 막걸리 병을 샴페인 모양으로 디자인했다. 톡 쏘는 탄산으로 샴페인 막걸리라 불리기도 한다. 현재 복순도가의 막걸리는 백화점에 입점할 정도로 인기다. 감성적인 작명도 눈에 띈다. 강원도 홍천의 전통주조 예술은 고급 유리에 탁주 ‘만강에 비친 달’과 ‘배꽃 필 무렵’을 담아 판매하고 있다.

전통주 양조장은 최근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게 된 배경으로 젊은층의 막걸리에 대한 관심과 종량세 전환을 지목했다. 막걸리는 지난해 1월부터 맥주와 함께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전환됐다. 조인숙(55) 전통주조 예술 이사는 “종량세 개편 이후 큰 금액은 아니지만 줄어든 조세 부담만큼 품질 향상과 디자인 개선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주 업계는 막걸리 외 타 주종에도 종량세가 적용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전통주는 발효주 20만L, 증류주 10만L까지 세율 50%가 감면된다. 발효주인 막걸리는 종량세로 줄어든 세금에 대한 세율이 감면되는 반면, 타 주종은 출고가를 기준으로 한 종가세에 대해 세율을 감면받고 있다. 충남 아산에서 막걸리, 양주, 소주를 제조하는 전통주조 이가수불 관계자는 “다른 주종도 종량세로 전환돼야 가격 인상 없이 품질 개선이나 포장 등에 투자할 여유가 생긴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전통주조 A 관계자 역시 “약주, 소주, 과실주 등 다른 전통주에도 종량세가 적용되면 세금이 절반 이상 줄어든다”며 “막걸리 외의 주종도 종량세로 전환이 시급하다”라고 말했다.

조인숙 이사는 “일본의 사케, 독일은 맥주, 프랑스는 와인 등 전통주를 단순히 주류가 아닌 한 나라를 대표하는 정체성으로 볼 필요가 있다”며 “전통주로 인한 음식문화의 발전 등을 고려해 다른 주종도 종량세로 개편해 조세부담이 줄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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