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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간부·군무원 극단선택 늘었다···병사 치중한 예방교육 '구멍'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군대 내 극단 선택이 과거에 비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장교와 부사관, 군무원 자살자 수가 일반 병사보다 많아졌다. 사진은 낡은 군화 이미지. 사진 셔터스톡

군대 내 극단 선택이 과거에 비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장교와 부사관, 군무원 자살자 수가 일반 병사보다 많아졌다. 사진은 낡은 군화 이미지. 사진 셔터스톡

군대 내 극단적 선택이 과거보다 줄어들었으나 장교·부사관·군무원의 자살률이 일반 병사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기존 자살예방 프로그램 대상자는 병사에 맞춰져 있는 실정이다. 이에 간부나 군무원을 위한 맞춤형 심리상담 지원프로그램이 필요하단 대안이 제시됐다.

생명문화학회 추계학술대회 열어 

생명문화학회는 4일 온라인 추계학술대회를 열고 한국의 군 조직 내 자살문제, 예방대책 등을 논의했다. 현명호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가 ‘군 인권과 자살문제’를 주제로 기조 강연자로 나섰다. 현 교수가 분석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2년 군대조직 내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11.1명이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7.1명으로 집계됐다. 36%나 감소한 수치다. 2019년 20대 일반인의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이 21.6명인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낮다. 현 교수는 자살예방에 대한 군 당국의 지속적인 노력이 빚은 결과로 평가했다.

간부 등 극단적 선택이 56.5% 

하지만 2015년부터 장교·부사관·군무원의 자살자수가 병사보다 많아지기 시작했다. 2019년 집계된 군 내 자살자는 62명이었다. 이중 장교(9명)·부사관(23명)·군무원(3명)이 56.5%를 차지했다. 병사는 27명(43.5%)이었다.

장교 등이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된 원인은 다양했다. 심리를 부검해보니 가족 간 갈등이나 경제적 문제, 과도한 업무·실적 부진, 상사와의 갈등, 징계, 이성 문제 등으로 확인됐다.

서울 마포대교에 설치된 SOS생명의전화. 연합뉴스

서울 마포대교에 설치된 SOS생명의전화. 연합뉴스

턱 없이 부족한 심리상담 서비스 

하지만 간부 등이 심리상담을 할 수 있는 곳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린 캠프나 병영생활 전문상담 프로그램의 주 대상은 부적응 병사라고 한다. 현 교수는 “설령 병영생활 전문상담관의 인력을 늘려 장교, 부사관 등의 상담을 지원한다고 해도 직장 내에서 상담을 받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군 간부나 군무원 역시 출·퇴근을 한다. 집단생활을 하는 병사와 엄연히 다르다. 이에 다른 공무원처럼 외부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소방청과 해양경찰은 외부의 전문 상담기관에 의뢰,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해당 기관에서 상담 대상자를 직접 ‘찾아가는’ 맞춤형 서비스다.

현 교수는 “군에서 발생하는 자살문제는 새로운 양상을 띠고 있다”며 “이전과는 다른 패러다임으로 자살예방에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번 학술대회에선 이정원 서울사이버대 교수가 ‘한국군 자살의 이해와 예방’을 주제로 한 발표에 나섰다. 군의 자살위험 요인과 보호요인을 분석했다. 이밖에 연세대 유영권 교수는 수용전념치료 모델의 적용사례를 통해 군 간부의 자살예방 상담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수용전념치료는 행동의 변화과정 등을 통해 심리적 수용과 유연성을 증진하는 심리 치료방법이다.

임승희(신한대 교수) 생명문화학회장은 “이번 추계학술대회는 한국 군의 자살문제와 예방대책을 다룬 소중한 시간이었다”며 “마지막 토론회에서는 참신한 아이디어가 다양하게 제시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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