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출국을 금지하는 과정에서 서류 절차가 허술하게 이뤄지자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직원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부장 김선일) 심리로 이뤄진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차규근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이규원 대전지검 부부장검사에 대한 2차 공판에서다.
직원들 사이에서도 말 나온 ‘요청서’
이날 법정에선 김 전 차관이 출국을 시도했다가 긴급 출국금지에 막힐 당시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출입국심사과장으로 근무한 A씨가 증인으로 나와 출국금지요청서가 승인된 경위를 증언했다. 2019년 3월 23일 0시 8분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파견 중이었던 이규원 검사는 법무부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긴급 출금을 요청했다.
이때 이 검사는 ‘긴급출국금지 요청서’가 아닌 일반 출금 요청서를 냈다. 긴급 출금 요청서처럼 보이기 위해 제목 앞에 수기로 ‘(긴급)’이라고 적었다. 사건번호는 김 전 차관이 무혐의 처분을 받은 ‘서울중앙지검 2013년형제65889 등’이라고 썼다. 요청기관엔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서울동부지검 직무대리 검사 이규원)’이라고 쓰고 본인의 사인을 첨부했다.
A씨는 이를 두고 실무자들 사이에서 말이 나왔다고 증언했다. “실무자들이 지적한 사안이 뭐였냐면 사건번호는 서울중앙지검이고 요청기관은 동부지검으로 되어있어 이게 일치돼야 한다고 했다”면서다. 검찰 측이 긴급출금요청서가 접수되던 새벽에 법무부 직원들 사이에서 이런 얘기가 오간 게 맞느냐고 재차 묻자 A씨는 “그렇다”고 답했다.
문자메시지로 공문서 전송…차규근도 인지
이 검사는 이후 이날 오전 3시 8분 법무부에 긴급 출금 승인요청서를 최종 접수하며 사후 승인 절차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때 출금 요청서에 적었던 서울중앙지검 무혐의 사건 대신 ‘서울동부지검 2019년 내사 1호’라는 존재하지 않는 동부지검 내사사건 번호를 적었다. 이마저도 휴대전화 메시지를 통해 사진 파일 형태의 요청서를 A씨에게 전송했다.
이에 A씨는 “제일 걱정했던 건 사건번호가 아니었고 (파일을) 문자 메시지로 받았는데 이 문서가 공문서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였다”며 “(사건번호 논란은) 나중에 언론에서 무혐의 처분 받은 사건번호라고 해서 출금이 끝나고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인지했다”고 설명했다. 사진으로 된 긴급출국금지 요청서를 문자메시지로 받고 출국금지를 승인한 일이 있었냐는 검찰 질문엔 “한 번도 없었다”고 답했다.
그는 자신의 우려 사항을 차 본부장에게 보고했다고도 말했다. A씨는 같은 날 새벽 차 전 본부장과 만나 “문자메시지로 (파일을) 받았는데 이걸 인용해야 하는지 아닌지 저로서는 부담이 된다”며 문자메시지로 전송받은 긴급 출국금지 요청서는 사진으로 전송받아 다소 어둡게 보인다는 취지로 차 전 본부장에 설명했다고 밝혔다.
이 전 비서관 등의 3차 공판은 19일 진행된다. 이날 역시 A씨가 증인으로 출석한다. 이날 공판에선 변호인들의 반대 신문이 이뤄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