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5일 대구를 찾아 2030 청년 끌어안기에 나섰다. 2030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 후보로 선출된 만큼, 이 후보 측은 향후 청년 공략에 가속 페달을 밟는다는 방침이다.
이 후보는 이날 대구 방문 첫 일정으로 낮 12시쯤 경북대 인근에서 백명수(25)씨와 점심식사를 했다. 백씨는 7월 30일 이 후보가 대구 전태일 열사 생가를 방문했을 때 ‘나도 대통령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이 후보를 기다렸던 인물이다. 그는 이날도 같은 내용의 피켓을 들고 이 후보를 맞았다.
이 후보는 백씨를 만난 직후 “(처음) 피켓을 보고 사실은 매우 찌릿하다고 그럴까. 그런 느낌을 가졌다”며 “제가 친구는 해줄 수 있는데 '대통령 친구'가 될지는 알 수가 없어서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백씨는 “꼭 대통령 친구가 돼주시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이 후보는 백씨와 오찬을 마친 뒤 페이스북에도 글을 올려 “청년의 친구로서 할 일을 하겠다. 빽 없는 모든 청년들의 친구가 되겠다”며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을 만들어내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음식점 앞에 몰린 2030 청년들과도 셀카를 찍으며 적극 스킨십에 나섰다. 한 발 떨어져 자신을 촬영하던 한 학생에겐 “나를 찍으면 뭐하겠느냐. 같이 찍자”고 먼저 제안을 하기도 했다.
오후 2시부터는 경북대 캠퍼스를 찾아 ‘청년이 묻고 이재명이 답하다’를 주제로 학생들과의 대화에 나섰다. 이 후보는 “경쟁이 경쟁이 아니라 전쟁이 되고, 친구가 적이 돼버리는 게 정말 안타깝다”며 “기회의 총량이 적다보니 마치 오징어게임처럼 이런 저런 형태로 편을 짜서 상대가 죽어야 내가 사는 상황”이라고 운을 뗐다. 청년층에서 공정에 대한 열망이 커지는 것도 경쟁이 격화된 데 따른 것이라는 진단이다. 이 후보는 “기회 총량을 늘리고 공정성을 회복해 다시 성장의 길로 가는 게 해결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대선 후보로서 정책적 입장을 묻는 질문이 주로 나왔다.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이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등으로 효과를 못보고 있다. 정책을 바꿀 건지 궁금하다’는 질문에 이 후보는 “민주당이란 뿌리에서 나온 정권이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다를 순 없다”고 답했다. 북한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북한이) 삶은 소대가리라고 가끔 흉은 봐도 총질은 안 하지 않나. 극단적으로 안 가는 게 성과”라며 “북한은 버리려고 해도 버려지지 않고 꼭 코로나 같다”고 말했다. 이어 “참을 땐 참고, 소대가리라 그러면 뒤로 ‘야 닭대가리야’도 하고. 대안이 있나 생각해봐야 한다”며 웃었다.
‘보수의 심장 대구에 오는 발걸음이 무겁지 않았나. 후보 선출 직후 박정희를 언급하며 에너지고속도로 얘기를 했는데 보수표를 의식해서 한 말이냐’는 질문도 나왔다. 이에 이 후보는 “대구·경북은 원래 개혁의 심장이었다”며 “일방적 지지를 한 결과 ‘행복했나. 대구가 발전했나’라고 묻고싶다”고 말했다. 지난 2일 선대위 출범식에서 ‘박정희 경부고속도로처럼 에너지고속도로를 깔겠다’고 한 표현에 대해서도 “이런 지적이 나올까봐 고민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좌우, 진보·보수 따지는 게 매우 퇴행적이라 생각하는 사람이다. 전 실용주의자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 측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선출로 청년층이 무주공산이 됐다고 보고 주말에도 청년층 공략에 집중할 방침이다. 한국갤럽이 2~4일 전국 만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체 전화면접 조사(응답률 14%.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중앙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서, 윤 후보의 18세~29세 선호도는 3%에 그쳤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24%)은 물론, 이 후보(20%)에게도 크게 못미쳤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홍 후보를 지지했던 청년층 선점이 이번 주말 기본 전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후 4시30분 부터는 대구 서문시장을 찾았다. 이 후보는 몰려든 시민들과 사진을 찍었다. 상인에서 견과류를 구매한 뒤 “많이 파시라”며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 이어진 상인들과의 간담회에선 “모두가 잘 사는 세상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했고, 그 중에 하나 만든게 지역화폐”라며 “정부가 많이 삭감한 지역화폐 예산을 많이 올려서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도록, 소상공인이 함께 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또 “출신ㆍ지역ㆍ진영ㆍ이념ㆍ사상 이런 거 따지지 말아야 한다. 이거 따지는 건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 생각한다”며 “박정희의 고속도로가 산업화의 뿌리가 됐고 성과를 낸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우리가 김대중 정책이든 박정희 정책이든 좌우를 따지지 않고 정말 국민에게 필요한 일을 해나가야 되지 않겠냐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