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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야홍' 지고도 웃었다 "민심과 거꾸로 간 당심…깨끗이 승복"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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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 같았던 상승세와 여론조사 결과를 생각하면…” (홍준표 캠프 관계자)

5일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의 대선 캠프에는 아쉬움 가득한 적막이 흘렀다. 이날 홍 의원은 윤석열 대선후보 선출 뒤 전당대회 단상에 올라 “경선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하겠다”며 “이번 경선에서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국민적 관심을 끌어주었다는 게 제 역할이었다”고 말했다. 이 대목에선 묘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윤 후보에게 축하드리고, 국민과 당원 동지가 합심해 정권교체에 나서주길 꼭 당부드린다”고 패배의 변을 마무리했다. 이후 페이스북에는 “국민 여론에선 예상대로 10.27%나 이겼으나 당심에선 참패했다”며 “민심과 거꾸로 간 당심이지만, 홍준표의 역할은 여기까지다. 깨끗하게 승복하겠다”고 적었다.

그런 뒤 오후 늦게는 "비록 26년 헌신한 당에서 헌신짝처럼 내팽겨침을 당했어도 이 당은 제가 정치인생을 마감할 곳"이라며 "이번 대선에선 평당원으로 백의종군 하겠다"고 했다.

아무래도 당원 투표에서 윤 후보에 크게 뒤진 것이 마음에 남는 듯한 태도였다. '백의종군'이란 표현은 선대위 등에서 중요한 직책을 맡지 않겠다는 의미로 읽혔다.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에 선출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제2차 전당대회에서 개표결과 발표 후 홍준표 후보와 포옹을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에 선출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제2차 전당대회에서 개표결과 발표 후 홍준표 후보와 포옹을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홍 의원은 단 한 자리의 당 대선후보를 놓고 윤 후보와 치열한 ‘빅2’ 대결을 벌였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홍 의원은 지난해 총선에서 공천 탈락 끝에 당을 탈당, 대구 수성을에 무소속 출마해 당선됐다. 이후 지난 6월 복당하기까지 1년 3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복당 이전부터 홍 의원의 시선은 줄곧 대선을 향했지만 녹록지 않았다. 특히 윤 후보가 3월 4일 검찰총장직을 사퇴한 뒤 야권의 유력주자로 떠오르면서 홍 의원의 입지가 좁아졌다. 이때 각종 여론조사에서 홍 후보의 지지율은 4~5%에 머물며 답보상태였다.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 선거 예비후보인 윤석열 전 총장(왼쪽)이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백범 김구기념관에서 열린 2차 전당대회에서 홍준표 예비후보와 악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 선거 예비후보인 윤석열 전 총장(왼쪽)이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백범 김구기념관에서 열린 2차 전당대회에서 홍준표 예비후보와 악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하지만 윤 후보가 설화 논란 등을 일으키며 주춤한 사이 20·30세대 지지를 등에 업고 홍 의원의 지지율이 큰 폭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무야홍’(무조건 야권 후보는 홍준표)이란 구호가 유행했다. 추석을 전후로 몇몇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를 앞선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자 홍 의원은 “골든 크로스(지지율 역전)를 달성했다”고 자축하기도 했다.

2강 체제가 굳어진 뒤에는 굵직한 외부인사들이 캠프에 잇따라 합류하며 기세를 올렸다. 이언주 전 의원, 안상수 전 인천시장이 홍 후보 지지를 선언했고, 지난달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캠프에 합류했다.

하지만 홍 의원 스스로 “참패”라는 표현을 썼을 정도로 결국 당심이 발목을 잡았다. 현역 의원과 당협위원장 지지 확보 경쟁에서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했다. 의원들이 잇따라 윤 후보 지지를 선언하자 위기감을 느낀 캠프가 뒤늦게 본부장급 이하 인사들을 연고 지역으로 내려보내 당원 설득에 나섰지만,당심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이날 홍 의원은 국민 여론조사에서는 48.21%로 윤 후보(37.94%)에 10.27% 포인트 차이로 앞섰지만, 당원 투표에서 12만 6519표에 그쳐 21만 34표를 얻은 윤 후보에 8만 3515표 차이로 졌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된 윤석열 후보가 5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준표 경선 후보, 윤 후보, 유승민 경선 후보, 원희룡 경선 후보.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된 윤석열 후보가 5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준표 경선 후보, 윤 후보, 유승민 경선 후보, 원희룡 경선 후보. 국회사진기자단

유승민 전 의원도 두 번째 대선 도전에서 반전을 이루지 못하고 3위에 머물렀다. 경선 초기 경제 전문가 이미지에 더해 중도층에 어필할 수 있는 후보라는 일각의 평가가 있었지만, 유 전 의원에게 부정적인 대구·경북(TK) 지역 등 당원 여론의 벽을 넘지 못했다. 유 전 의원은 “오늘부터 당원의 본분으로 돌아가 대선 승리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며 “이번 경선의 패배는 유승민의 패배일 뿐 지지자 여러분의 패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도 본경선에서 4위로 고배를 마셨다. 당초 경선 4강에 합류하고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대장동 개발 의혹을 파고든 각종 콘텐트를 제작해 ‘대장동 1타 강사’라는 별명도 얻었지만, 지지율을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는 “정권 교체를 위한 4개월의 길은 만만치만은 않을 것이고 우리가 원하는 대로만 되지 않을지 몰라도 최선의 역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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