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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찰수 윤석열 "안철수 마음 얻어 재명공자를 꺾고 천하를 쥐리라"[이정재의 대권무림⑧]

중앙일보

입력

이정재의 정치풍자 무협판타지 대권무림

〈제8화〉 일산양호(一山兩虎) :한 산에 두 마리 호랑이, 지존좌는 하나뿐

國力壇上羅刹登(국력단상나찰등)

국힘당 단상 위로 나찰수 윤석열이 올라가니

一陣狂風天下騰(일진광풍천하등)

강호에 일진 광풍 몰아치며 천하가 요동치네

不是在明施鬼計(불시재명시귀계)

재명공자가 귀계를 펼치지 않았다면

羅刹安得國力黨(나찰안득국력당)

나찰수가 어찌 국힘당을 얻었겠나

# 수고했다 나찰수, 거기까지다

무림력 11월 초닷새. 야권 무림 상대가 확정됐다. 나찰수 윤석열. 재명공자의 가는 눈이 더 가늘어졌다.

"아쉽게 됐군. 쉽게 갈 수 있었는데, 바보 같은심술(心術) 도사 같으니, 멍석을 다 깔아줘도 그깟 나찰수 하나를 못 당한단 말인가. "

그는 손에 든 밀지를 찢어 쓰레기통에 던졌다. '대(對) 심술도사 홍준표'  밀지엔 이렇게 적혀있었다.
심술도사 홍준표는 내게는 모든 것에서 하위호환, 쉽게 이길 수 있는 상대였다. 각자의 대표 초식 3개만 비교해 봐도 불문가지다. 밀지에 적힌 내용도 그랬다.

1. 욕설대마왕 홍준표의 누구에게나욕하기초식은 재명공자의 형수에게쌍욕초식을 당할 수 없다. 2. '홍준표는합니다'는 '이재명은합니다'에 비하면 그야말로 조족지혈, 그의 사법고시나 학력고사 부활 따위는 재명공자의 부자것뺏어나눠주기와 비교도 할 수 없다. 3.무림인이라면 누구나 익힌다는 말바꾸기초식이야말로 준표도사보다는 재명공자가 다섯수쯤 위다. 준표도사는 미안한 감이라도 있고 "세상이 달라지면 생각도 달라지는 법"이라며 변명이라도 하지만, 재명공자는 아예 입씻고 시침 뚝 떼고 만다.

준표도사가 내 상대였어야 했는데. 생각할수록 아쉽지만 할 수 없다. 이젠 나찰수에 집중해야 한다. 윤석열의 성명절기 나찰수는 악귀나 마졸을 때려잡는 데 특화된 무공, 아무래도 껄끄럽다. 그렇다고 주눅들 내가 아니다. 나찰수의 뿌리는 검찰공. 윤석열만 검찰공에 밝은 게 아니다. 이미 내 주변엔 검찰공을 익힌 자들이 줄을 서 있다. 현 즙포사신(=검찰총장)도 내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나찰수가 아무리 강한 무공이라 하나 내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할 것이다. 나찰수의 노림수는 오직 하나, 대장동이다. 대비는 다 돼 있다. 나찰수가 아무리 몸부림을 쳐도 즙포사신은 결코 대장동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래도 모를 일이니 만의 하나에도 대비한다. 최후의 순간, 대장동은 고발사주로 막는다. 대장동의 '그분'이 이재명이면 고발사주의 '그분'은 윤석열이다. 이것을 이름하여 법가의 법리라고 한다. 검찰공은 '법리(法理)'의 흐름을 거역하지 못하는 무공. 이거면 충분하다.

"그나저나 나찰수는 어떻게 요리한다?"

재명공자는 다른 밀지 한 장을집어들었다. 파란색 밀지엔 '대(對) 나찰수 윤석열'이라고 적혀 있다.

1. 이십대 2. 충청무림 3. 안철수

승부처는 세 곳. 셋 중 하나라도 놓치면 필패다. 이쪽의 준비는 다 끝났다. 생각보다 오래 버텼지만 낙연거사도 결국 무릎을 꿇었다. 여권무림은 하나로 뭉쳤다. 청와궐도 이젠 내 뜻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패도란 이런 것이다. 힘으로 쓸고 나가는 것. 모든 싸움의 귀결점은 힘이다. 강력한 힘 앞엔 어떤 잔기술도 통하지 않는다. 싸움은 지금부터다. 상황은 녹록지 않다. 원래는 지금쯤 내 군세(群勢=지지율)가 육할은 됐어야 했다. 그런데 삼할대라니. 승부처 세 곳을 다 잡아야 한다.

이십대는 반반 전략이다. 이대남은 포기, 이대녀로 간다. 나찰수는 결코 이대녀를 잡아낼 수 없다. 이대녀는 명분·대의·공정 이런 거 별관심 없다. 하지만 쩍벌남을 싫어하고 인터뷰 중 사타구니를 만지는 사내는 질색한다. 나찰수와는 극성이다.

충청무림은 최고 변수가 될 것이다. 왜 하필 나찰수가 충청무림 출신이냔 말이다. 무엇보다 연고를 중시하는 게 무림인의 특징, 세종시에 버금갈 대형 호재를 충청 무림에 던져야 한다. 나찰수란 이름을 싹 지울 만큼 큰 것이어야 한다. 그나저나 충청용 호재무공 개발을 지시한 지가 언젠데 수하들이 이리 굼뜨단 말인가.

마지막 철수의사(醫師) 안철수. 그의 군세가 오푼(5%)을 밑돌지 않게 해야 한다. 할 수만 있다면 일할을 넘도록 도와야 한다. 철수 전문의란 오명을 얻었지만 군세가 일할만 넘으면 그는 철수의사를 접을 것이다. 끝까지 갈 것이다. 어떤 방해 공작도 통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민주련은 철수의사에 대한 공격을 절대 금지해야 한다.

승부처 세 곳의 싸움과 별도로 나찰수를 거꾸러뜨릴 비기(秘技)도 준비해야 한다. 최고의 공격은 적의 약점을 집중 공략하는 것. 나찰수의 역린은 가냘픈 손의 독한 마음이라는 옥수날심 김건희다. 그녀를 볼모삼아 공격하면 그는 이성을 잃고 허점을 드러낼 것이다. 게다가 옥수날심이야말로 만기친람, 나찰수의 장자방이 아니던가.

# 기다려라 반푼공자, 이제 시작이다

쉽지 않은 싸움이었다. 무림에 입문하는 것, 무림인이 되는 것이 이렇게 힘든 줄 미리 알았다면 아마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심술도사 홍준표가 그리 강한 무인인 줄도 처음 알았다. 생사의 고비를 몇 번이나 넘었는지 모른다. 독두광마 전두환에 이은 개사과는 치명적이었다. 자칫 낙마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젠 다 끝났다. 검찰공의 내공을 무림의 무공으로 바꾸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 서툴렀던 초식 구사도 익숙해졌다. 언제 찌르고 던지고 때리는지, 언제 멈추고 기다리고 침묵해야 할 지 알게 됐다. 이제 남은 상대는 하나, 반푼공자 이재명.

그를 상대할 제일 무공은 역시 나찰수다. 다른 무공으로 재명공자를 잡을 수는 없다. 내가 무슨 욕설공에 능한 것도 아니요, 말바꾸기초식은 더욱더 내 내공과 맞지 않는다. 아무말대잔치며 무상연애초식도 내가 익히기엔 불가능하다. 결국 나찰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 즙포사신과 검찰이 검찰공으로 철벽 방어 중이라 재명공자에게 치명상을 입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승부처는 셋이다.

1. 이십대 2. 충청무림 3. 안철수

이십대는 반반이다. 이대녀는 포기, 이대남으로 간다. 재명공자는 결코 이대남을 잡을 수 없다. 이대남은 기본소득, 아무말대잔치, 문재인무림정부 계승 이런 거에 관심 없다. 준표도사에게 물어서라도 이대남을 잡을 것이다.

충청무림은 최고 변수가 될 것이다. 나는 범 충청무림 출신. 얼마든지 민주련이 장악한 충청무림에 균열을 낼 수 있다. 세종시에 버금갈 대형 호재를 충청 무림에 던져야 한다. 민주련이란 이름을 싹 지울 만큼 큰 것이어야 한다. 그나저나 충청용호재무공 개발을 지시한 지가 언젠데 이리 굼뜨단 말인가.

마지막 승부처는 철수의사 안철수. 나는 이미 그의 뜻을 짐작할 만하다. 우리는 첫 만남에서 마음이 통했다. 철수의사는 나를 "순박한 시골 청년 같다"고 했다. 그러면 된 것 아닌가. 입으로는 "단일화 절대 불가"라고 하지만 철수의사라고 어디 생각이 없겠나. 그는 경세가의 순리를 따르는 사람. 원칙을 지키고 이유와 명분이 있으면 어떤 결단이든 해줄 것이다. 과거 대중검자와 종필노사의 대중종필연합에 해법이 있다. 나는 그에게 세가지를 약속할 것이다. 1. 무림 총리를 준다. 2. 무림 내각의 반을 준다. 3. 차기 지존좌를 준다. 이 정도면 어찌 철수의사의 마음이 동하지 않겠나.

그러려면 그의 군세(=지지율)가 오푼(5%)을 밑돌지 않게 해야 한다. 그래야 그가 야권 무림의 메기가 될 수 있다. 그래야 내가 그와 벼리면서 단단해질 수 있다. 심술도사 홍준표가 그랬듯이. 그와의 연합은 너무 늦어도 너무 일러도 안 된다. 적정 시점은 내년 구정 이후다. 그래야 연합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대신 철수의사의 군세가 일할이 넘어서는 건 곤란하다. 일할이 넘어서면 그가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

#내 이름은 안철수, 내 사전에 철수는 없다

차기 지존좌의 출전자가 모두 결정된 십일월 초닷새. 철수의사는 긴 숨을 들이마셨다.

"그래, 간다. 끝까지 간다. 이번에야말로 철수 전문의란 오명을 씻어내리라"

그의 다짐엔 이유가 있다. 나찰수도 재명공자도 아니다. 그 둘에게 대한무림을 맡길 수는 없다. 무엇보다 재명공자가 지존좌에 오르는 것만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한다. 그는 재인군의 촛불공을 극대화, 무림 전체를 태워버릴 것이다. 그를 막지 않으면 무림은 재인군 치하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재앙을 맞을 것이다. 무릇 무공을 익힌 사내로서 어찌 무림의 파탄을 눈뜨고 지켜보고만 있으랴. 나찰수가 있지 않느냐고? 천만의 말씀. 나는 첫 만남에서 딱 알아봤다. 그는 적임자가 아니다. 그에겐 사람의 마음을 끄는 힘이 없다. 나찰수로는 불안하다. 그는 결코 재명공자를 이길 수 없다. 강호인들은 나찰수에게 실망한 지 오래다. 내가 나설 수밖에 없다.

여권 무림엔 호호선생 김동연이 있다. 그는 재명공자의 낙마에 대비한 여권 무림의 노림수다. 야권 무림엔 뭐가 있나. 나찰수의 낙마엔 누가 대비하고 있나. 나찰수는 위태위태하다. 고발사주는 둘째 문제다. 나찰수의 손바닥에 쓴 왕자장풍공, 나는 안다. 그에게 왕자장풍공을 가르친 이가 누구인지. 옥수날심 김건희, 나찰수의 장자방으로 불리는 그녀야말로 나찰수에겐 최고 위험이다. 그녀의 만기친람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나찰수의 순정이다. 곧 여권무림의 십자포화가 김건희에게 집중될 것이다. 이성을 잃은 나찰수가 섣부른 무공으로 대응하는 순간, 야권 무림 전체가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그때가 되면 과연 누가 있어 천하를 구할 것인가. 철수의사는 끓어오르는 비분(悲憤)을 이기지 못하고 으드득 이를 악물었다.

"일할, 일할이 승부수다. 나를 지지하는 강호인이 일할만 되면 그땐 천지개벽의 새무림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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