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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만 피서객 갈 곳 잃었다…해수욕장 감쪽같이 사라진 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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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지구온난화가 그리스 관광 산업을 집어삼키고 있다. 해수면 상승으로 해변 곳곳이 바다에 잠긴 게 직격탄이 됐다. 높은 부채와 코로나19에 관광업까지 붕괴하면서 국가 경제가 기후위기에 침식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리스의 해안이 기후위기로 잠기고 있다. 그리스 네아 포티데아 마을 일부가 수몰된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그리스의 해안이 기후위기로 잠기고 있다. 그리스 네아 포티데아 마을 일부가 수몰된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기후위기에 휘청이는 그리스의 관광 산업 실태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그리스 북부 할키디키 지역의 해수욕장은 더는 영업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곳은 드넓은 모래 해변과 역사적인 유적지가 많아 그리스의 연간 방문객 약 3000만명 중 10%가 찾을 정도로 유명한 휴양지였다. 하지만 최근 해안 침식으로 해수욕장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지역사회장 조지 페르페리스(59)는 젊은 시절, 가족과 자주 찾던 해변이 바다에 잠겨버렸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페르페리스는 "이곳에 완전히 사라진 20m짜리 모래사장이 있었다"며 "우리 가족은 여기 모여 수영하고, 어부들은 그물 낚시를 하곤 했다"고 회상했다.

할키디키 뿐만이 아니다. 위성 데이터에 따르면 해안 침식에 취약한 지역은 할키디키를 포함해 18곳에 이른다. 관광업 의존도가 높은 이 지역들은 이미 그리스 금융위기와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다.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 덮친 기후위기에 지역 경제는 곤두박질쳤다. 페르페리스는 "앞으로 해변이 완전히 사라진다면, 지역 주민들은 무엇을 먹고 살아야 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그리스 경제의 관광업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코로나19 대유행 이전까지 국가 경제의 약 5분의 1을 차지했다. 2019년에만 180억 유로(약 24조 650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그리스 총리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가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 참석해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그리스 총리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가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 참석해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해안 침식으로 관광업이 붕괴하면, 그리스 경제까지 휘청일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기후위기에 따른 경제 붕괴를 경고해 왔다. 2009년 그리스 중앙은행은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을 경우 2100년까지 매년 국내총생산(GDP) 2% 감소에 해당하는 7000억 유로(약 958조원)의 경제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도 지난 9월 지중해 'EUMED7' 정상회의에서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해안 침식은 그리스의 중요한 관광지를 위협했다"며 "위기의 비용은 국가 경제적으로 상상할 수 없을 정도"라고 기후위기 심각성을 호소했다.

그리스는 이미 과도한 국가 부채에 허덕이고 있다. 국가 부채가 GDP 대비 196.6%에 달하는 등 유로존에서 가장 많은 빚을 진 국가로 꼽힌다. 가뜩이나 과도한 국가채무로 불안정한 경제에 관광산업 침체까지 겹친 것이다. 결국 그리스가 기후위기에 직접적인 피해를 겪는 국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채무 상환을 위해서라도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키프로스대의 스타브로스 제니오스 교수는 "그리스는 앞장서서 (통화) 완화정책을 실시하는 국가들의 선두에 서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21세기가 끝날 때쯤에는 GDP 성장률이 현재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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