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으로 본 세상] ⑹'택화혁(澤火革)'-정의의 칼을 뽑아라

중앙일보

입력 2021.11.05 14:27

업데이트 2021.11.05 19:05

'도둑들의 전성시대'다. 누구는 '특검 반대하는 자가 범인'이라고 하고, 그 상대는 '장물 나눈 자가 도둑'이라고 받아친다. TV는 온종일 그 싸움만 보여준다. 징그럽다.

민심(民心)은 들끓는다. '도둑을 찾아내 끌어내라'는 요구가 빗발친다. 쉽게 그리될 것 같지 않아 보인다. 그러니 여기저기서 '저놈의 정치 확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정권이 바뀌면 집권 세력은 항상 '개혁(改革)'을 외쳤다. '혁신(革新)'하겠다고도 약속했다. 그러나 임기 말 결과는 쪽박이다. 전 정권도 그랬고, 그 전 정권도, 지금 정권도 별반 다르지 않다. 아니 지금은 더 심하다는 원성이 자자하다.

저놈의 정치는 '개혁'으로도 안 되고, '혁신'으로도 안 되고…. 그렇다면? 그다음은 어떻게 해야 하나. '혁명(革命)' 아니던가...
한숨만 삐져나온다.

ⓒ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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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 49괘 '택화혁(澤火革)'을 뽑았다. 연못을 상징하는 태(兌, ☱)괘가 위에 있고, 불을 의미하는 이(離, ☲)괘가 아래에 있다(䷰). 연못 물속에서 강렬한 불꽃이 타오르는 모습이다.

물과 불은 상극이다. 불은 연못 물을 끓여 넘치게 할 수도 있고, 빼빼 말릴 수도 있다. 기존 질서를 뒤엎는 '革'은 그런 형상이다.
'택화혁' 괘는 혁명을 긍정했고, 찬양했다. 괘사(卦辭)는 혁명의 속성을 이렇게 설명한다.

天地革而四時成湯武革命順乎天而應乎人
천지는 혁(革)으로써 사계절이 형성되고, 탕(湯)왕과 무(武)왕은 하늘에 순종하고 민심에 호응해 혁명을 일으켰다.

ⓒ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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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殷)나라 탕왕은 학정을 일삼던 하(夏)나라 걸(桀)을 주살하고 역성혁명을 이뤘다. 주(周)나라 무(武)왕은 은나라 폭군 주(紂)를 쳤다. 주역은 이를 두고 '하늘의 뜻을 받아 민심을 잃은 자를 벌한 것'으로 해석했다. 민심(民心)이 곧 천심(天心)이라는 얘기다.

'혁(革)' 괘는 혁명의 성패를 두 가지로 요약했다.  

첫째는 '시기'다.
주역은 최대한 혁명의 분위기가 성숙될 때까지 기다린 후 거사를 하라고 충고한다. 어설픈 혁명은 자기만 다칠 뿐이라는 경고다. 첫 효사(爻辭)는 이렇다.

鞏用黃牛之革, 不可以有爲也
굳게 지기 켜기를 황소 가죽으로 묶어 놓은 것처럼 하라. 절대로 경솔해서는 안 된다.  

'혁언삼취(革言三就)'라는 말도 썼다. '모름지기 혁명에 대한 여론이 세 차례(여기서는 많다는 뜻) 돌고 나서야 움직여야 한다'는 얘기다. 힘이 모이기도 전 거사에 나섰다가는 더 크게 얻어맞을 뿐이다(征凶).

어설프게 여당 후보 공격했다가 카운터 펀치 얻어맞고는 뻘쭘하니 돌아앉은 야당 국정감사 의원들의 모습이 스쳐 간다.

'내가 하니 너희들은 따라오라'는 식은 안된다. 백성들이 '제발 나서 혁명을 해주십시오'라고 받들어 올 때, 그때 해야 한다고 주역은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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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는 과감성이다.
'혁' 괘 다섯 번째 효사는 '혁명을 위해 거사를 준비했다면, 호랑이처럼 과감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했다.

大人虎變, 未占有孚
대인은 호랑이처럼 변한다. 점칠 필요도 없다. 백성들의 신임을 받게 될 것이다. 

과감한 행동으로 여우와 개의 무리(狐朋狗黨)들을 쓸어버리라는 말이다. 그런 위세가 있을 때라야만 소인배들은 혁명 앞에 꼬리를 내린다(小人革面, 順以從君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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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의 '혁(革)' 철학은 맹자(孟子)에 그대로 이어진다. 그는 의롭지 않은 정권은 타도해도 된다고 외쳤다. 맹자는 제(齊)나라 선왕(宣王)과의 대화에서 이렇게 말한다.

"탕(湯)이 걸(桀王)을 죽이고, 무(武)가 주(紂)를 쳤다지요? 아니, 신하가 왕을 그렇게 시해해도 되는 겁니까?"(제선왕)

"인(仁)을 해치는 자를 도둑(賊)이라 하고, 의(義)를 거스르는 행위를 잔인(殘)하다고 합니다. 잔인하고, 도둑질 일삼는 자를 필부(一夫)라고 부르지요. 무왕이 필부인 주(紂)를 죽였다는 얘기를 들었어도 임금을 시해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습니다."(맹자)

맹자는 '임금의 탈을 쓰고도 주변 사람에 잔인하고, 도둑질을 일삼는다면 당연히 몰아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정의의 칼을 뽑으라는 외침이다.

민주 국가에서 혁명은 선거로 완성된다. 결과는 '정권교체'다. 내년 봄, 혁명의 그 날은 올 것인가….누가 그 혁명을 이끌 것인가….

차이나랩 한우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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