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전폭 지원' 화웨이, 성과는 "글쎄"

중앙일보

입력 2021.11.05 08:00

화웨이가 자동차 제조에 직접 뛰어들지 않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한 지 약 5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화웨이는 여러 자동차 제조업체들과 협력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화웨이 자체 OS인 훙멍(鴻蒙, HarmonyOS)과 연결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화웨이의 자동차 협력사 대다수가 대부분 사물인터넷(IoT), 5G 등 IT 기술상의 협력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화웨이가 원했던 파트너십 형태는 화웨이가 소프트웨어 등 기술을 제공하고 이들 회사가 만드는 자동차에 ‘화웨이’ 로고를 부착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는 전통 자동차 제조업체로는 샤오캉(小康), 베이징자동차, 창안(長安)자동차가 대표적이다. 게다가 이들 업체와의 협력도 지금까지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사진 GSMArena]

[사진 GSMArena]

우선 창안자동차의 경우 지난 8월 산하 전기차 브랜드 아웨이타(阿維塔)를 통해 전기 SUV 모델인 E11을 선보였다. 창안자동차는 2022년까지 화웨이와 합작한 아웨이타 E11 모델 양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는 화웨이가 샤오캉, 베이징자동차와 협력해 출시한 제품에 이은 세 번째 협력 모델이다. E11의 가격은 비슷한 사양을 가진 웨이라이(蔚來·Nio)의 ES6나 테슬라의 모델Y의 수준(30~50만 위안, 5530~ 9217만 원)으로 맞췄다.

아웨이타는 창안자동차 산하 창안웨이라이(長安蔚來)가 사명을 변경한 후 화웨이와 CATL과의 협력을 대대적으로 펼치겠다고 공표한 브랜드다. 중국의 IT 공룡과 배터리 대기업을 등에 업고 퀄리티 높은 전기차를 양산하겠다는 야심으로 풀이된다.

[사진 DayDayNews/Changan Auto]

[사진 DayDayNews/Changan Auto]

그러나 전기차 등 신에너지차 분야에서 창안자동차의 실제 성과는 미미하다. 창안자동차는 지난 2017년 ‘샹그릴라 계획’으로 불리는 1000억 위안(18조 4340억 원) 상당의 전기차 집중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 역시 웨이라이와의 협력과 마찬가지로 큰 성과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후속 제품 추진 계획조차 감감무소식이다.

중국 현지 매체 제몐(界麵)신문에 따르면 지난 2020년 6월 창안자동차는 창안웨이라이에 대한 투자를 늘렸다. 창안자동차는 유상증자 이후 창안웨이라이 지분의 95.38%를 보유하게 됐다. 이는 웨이라이와의 합작 기업인 창안웨이라이의 운영에서 웨이라이가 발을 뺐음을 의미한다.

이후 아웨이타로 사명을 변경, 화웨이와 CATL과 손잡고 기존 프리미엄 브랜드를 겨우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창안자동차와 화웨이 등의 전략이 단지 마케팅 효과에 불과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화웨이가 샤오캉과 공동 개발한 사이리스(賽力斯·SERES) SF5. [사진 风凰科技]

화웨이가 샤오캉과 공동 개발한 사이리스(賽力斯·SERES) SF5. [사진 风凰科技]

샤오캉과 베이징자동차의 상황은 어떨까.

실속 없는 창안자동차와의 협력보다 샤오캉, 베이징자동차와 화웨이 간 협력은 상당한 진척을 보였다. 화웨이가 샤오캉과 공동 개발한 사이리스(賽力斯·SERES) SF5는 지난 5월부터 5000여 개에 달하는 화웨이 매장에서 판매 중이다.

사이리스 SF5는 화웨이가 개발한 시스템인 ‘하이카(HiCar) 솔루션’을 탑재하고 있다. 전기차 시스템과 오디오 시스템도 모두 화웨이 제품이다. 시스템과 부품을 공급하겠다는 화웨이의 전략대로다. 게다가 화웨이는 사이리스 SF5의 디자인과 품질 관리에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와 샤오캉이 공동 개발한 사이리스 SF5. [사진 Huawei consumer]

화웨이와 샤오캉이 공동 개발한 사이리스 SF5. [사진 Huawei consumer]

베이징자동차는 화웨이와 협력해 자율주행차를 선보였다. 다만 중국 경제 전문 온라인 매체 룽차이징(鎔財經)은 샤오캉이 화웨이를 전면에 내세우며 브랜드 효과를 톡톡히 거두고 있는 반면, 베이징자동차는 화웨이를 적극 활용해 산하 브랜드인 아크폭스(ARCFOX·極狐) 홍보 효과를 노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화웨이는 베이징자동차 아크폭스와 공동 개발한 자율주행 전기차 ‘알파S 화웨이 HI’를 출시했다. 아크폭스가 선보인 알파S 6개 모델 중 화웨이 자율주행 솔루션이 탑재된 것은 HI 모델뿐이다. 나머지 모델에는 보쉬의 솔루션이 탑재됐다. 스마트폰 발전 초창기, HTC가 안드로이드와 윈도우폰 양대 스마트폰 OS를 적극적으로 지원한 것과 비슷한 전략이다.

알파 S 화웨이 HI 모델. [사진 Global Times]

알파 S 화웨이 HI 모델. [사진 Global Times]

화웨이를 사이에 두고 각 자동차 제조업체의 전략이 판이한 상황에서 사이리스 SF5와 알파S 화웨이 HI 모델의 판매 실적은 과연 어떨까. 알파S 모델의 지난 4~9월 누적 판매량은 782대로 800대에도 미치지 못했다. 게다가 이 수치는 화웨이 HI 모델을 포함해 알파S의 다른 모델을 전부 합친 것이다.

화웨이가 샤오캉과 협력해 만든 자동차 모델 판매량도 만족스럽지 못한 수준이다. 사이리스 SF5의 판매량은 최근 5개월간 2600여 대에 그쳤으며, 월평균 판매량은 약 500대다.

왕쥔(王军) 화웨이 스마트카 솔루션 BU 총재는 중국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완성차 제조를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부품 사업이 잘된다면 왜 반드시 자동차를 생산해야 하는지 반문한 바 있었다. 자동차를 직접 제조하지 않겠다는 화웨이의 확고한 다짐이 드러난 선언이었다.

완성차 제조 대신 시스템 개발에 공들이는 화웨이가 과연 지금의 지지부진한 흐름을 돌파하고 자동차 업체들과의 협력을 성공적으로 이어갈 수 있을까. 아니면 ‘화웨이는 절대 휴대폰을 만들지 않는다’는 말을 번복했던 지난날처럼 노선 변경을 시도하게 될까. 그 귀추가 주목된다.

차이나랩 이주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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