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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댄스스포츠 뿌리는 이탈리아 메디치가의 발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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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강신영의 쉘 위 댄스(67)  

댄스스포츠가 외국에서 들어 왔기 때문에 영어는 물론 외국어 사용은 불가피하다. 다행히 영국에서 영어로 체계화한 덕분에 영어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댄스스포츠는 아프리카 음악, 스페인 음악, 유럽의 포크댄스, 중남미 음악 등 여러 장르가 영향을 끼쳤다. 그중에서도 가장 원조격은 발레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발레는 원래 어원이 이탈리아어 ‘발라레(Ballare. ‘춤추다’는 뜻)에서 왔다. 발레는 르네상스 중심지였던 이탈리아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 시절 프랑스왕 프랑수와 1세는 르네상스 문화에 심취해 르네상스 3대 화가였던 레오나드 다빈치를 아예 프랑스로 데려갔다고 한다. 세계적 명화 ‘모나리자’가 이탈리아 사람 다빈치의 작품인데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에 걸려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프랑수와 1세의 둘째 아들 앙리 2세는 메디치 가문의 여자와 결혼했는데 아들 셋이 모두 요절하는 바람에 사위가 대를 이었다. 그 손자가 앙리 4세이고 증손자가 태양왕 루이 14세다.

메디치가의 카타리나 메디치가 앙리 4세와 결혼하면서 발레를 지참금 명목으로 가지고 가서 프랑스에 뿌리를 내렸다는 것이다. 평민 출신의 메디치 왕후가 프랑스 귀족 사회에서 자리를 굳히는 데 발레는 좋은 수단이 되었고, 프랑스 궁정과 귀족사회는 이탈리아에서 온 예술에 열광했다는 것이다.

발레는 원래 어원이 이탈리아어 ‘발라레’에서 왔다. 발레는 르네상스 중심지였던 이탈리아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사진 pxhere]

발레는 원래 어원이 이탈리아어 ‘발라레’에서 왔다. 발레는 르네상스 중심지였던 이탈리아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사진 pxhere]

루이 14세는 베르사유 궁전을 짓고 아예 본인이 발레를 하기도 했고 발레 학교를 세울 정도로 발레광이었다. 여기서 발레의 기초가 체계적으로 만들어졌고, 그 덕분에 발레는 모든 춤에 영향을 끼쳤다. 전 세계적으로 발레 교육은 이때 정립된 프랑스어로 한다.

프랑스 대혁명으로 프랑스의 문화 예술은 한풀 꺾이게 되고 발레도 시들해졌다. 다행히 당시 왕정을 유지하던 러시아가 발레 예술을 러시아풍으로 발전시켰다. 차이콥스키가 등장했고 발레리나 안나 파블로바, 디아길레프의 발레뤼스 등 걸출한 인물이 나오면서 세계 발레의 주도권을 쥐게 되었다. 발레의 주도권은 바뀌었지만 발레는 여전히 귀족적이었던 예전의 매끈한 움직임과 정연한 우아미가 여전히 남아 있어 다른 춤과 비교해 봐도 품격이 다르다.

발레계에는 강수진처럼 재능을 인정받은 유명한 한국인 스타도 많다. 강수진을 스카우트해간 모나코 발레학교 교장 얘기로는 한국인의 체형은 등이 곧아 서양인보다 발레에 적합하다고 한 말이 한국 무용계의 앞날에 위안이 된다.

파소도블레에 나오는 ‘드플라스망(De Placement)’, ‘서플레이스(Sur Place)’ 등의 용어는 프랑스어에서 왔다. 종목에 관계없이 가장 많이 쓰는 샤셰(Chasse)도 프랑스어에서 왔다. 샤쎄가 댄스의 일반 용어가 되다시피 했다. 이뿐만 아니라 프랑스어를 모르면 발음하기도 어려운 대부분의 발레 용어는 프랑스어로 되어 있다.

영국에 댄스 공부하러 갔을 때 언어 문제는 거의 없었다. 전문용어라서 한국에서부터 그대로 배웠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댄스를 배우는 것이라 더 귀에 쏙쏙 들어 왔다. 대학 전공인 경제학을 영국에서 다시 배우라고 했으면 아마 엄청 스트레스받았을 텐데 댄스는 동작과 함께 배우니 거의 100% 귀에 쏙쏙 들어왔다.

외국 프로선수가 초청 케이스 또는 대회 참가 목적으로 우리나라에 오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에 원래 볼일만 보고 가는 것이 아니라 초청자 쪽에서 레슨 교실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그러면 굳이 외국에 유학을 가지 않아도 외국 선수에게 배울 수 있으니 수강생들이 모인다. 단체반 또는 개인 레슨을 따로 받는다. 그럴 때 통역이 필요하다. 현장 통역이므로 상당한 순발력이 필요하다. 외국인이 말하는 것을 귀를 쫑긋거리며 듣고 있는 한국 학생들에게 즉시 통역을 해야 하는 것이다. 통역의 기술은 직역보다는 의역이 더 유용할 때가 많다. 어쨌든 머뭇거리면 안되고 바로 한국어로 통역이 되어야 한다.

초청한 외국 프로 선수의 통역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하거나 선수 옆에 서서 바로 하기도 한다. 어떤 방식으로 할지 주최 측과 사전에 협의하는 것이 좋다.[사진 pxhere]

초청한 외국 프로 선수의 통역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하거나 선수 옆에 서서 바로 하기도 한다. 어떤 방식으로 할지 주최 측과 사전에 협의하는 것이 좋다.[사진 pxhere]

이 경우 개인 레슨도 있다. 비싼 레슨비와 통역료까지 부담했으므로 배우는 선수는 중간에 말을 잘라 즉시 통역을 해달라고 요구한다. 말이 길어지면 무슨 말인지 한참을 기다려야 하므로 답답하다는 것이다.

호텔 그랜드 볼룸 같은 큰 파티에서 초청 선수를 데려와 댄스 시범을 보여줄 때 통역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주최측에서는 눈으로 보는 댄스가 중요하지 통역의 중요성은 그다지 크게 보지 않는다. 이럴 경우 직역보다는 순발력 있는 의역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외국인이 “초청해준 누구누구에게 감사드린다”라고 하면 그대로도 통역을 하지만 이름이 거명된 초청자를 가리키며 일어나게 해서 관중의 박수를 유도하는 식이다.

처음 멘트는 형식이 비슷하므로 예상했던 대로 나오지만, 여러 춤을 보여주다가 중간에 하는 멘트는 긴장된다. 무슨 말을 할지도 예상할 수 없고 춤을 추다 보니 숨이 차 발음이 제대로 안 나오기 때문이다. 영어 사용권 사람이면 그런대로 발음을 이해하지만 그렇지 않은 나라의 영어는 어차피 영어는 알아듣기 어려울 때도 있다.

통역의 존재는 보이지 않게 그림자 속에서 하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고 선수 옆에 서서 바로 하는 경우도 있다. 많은 사람이 바라보고 있으므로 긴장되는 순간이다. 어떤 방식으로 할지 주최 측과 사전에 협의하는 것이 좋다.

라틴댄스 중 가장 대중적이고 인기 있는 자이브의 경우 기본 피겨는 용어가 그리 길지 않다. 그러나 중급부터는 용어가 길어진다. 상급은 변형 피겨이기 때문에 새로운 용어가 나오거나 여러 용어가 합쳐지면서 더 길어진다. 그러면 강습 때 효율적이지 않다. 그래서 일련번호를 사용하기도 한다. 자이브를 처음 1번부터 62번까지 정리한 원로 P선생의 루틴이 가장 일반적인데, 아는 사람들끼리는 번호만으로도 다 통한다. 시중에서 통용되는 자이브 피겨는 100가지가 넘는다. 보통 한주에 하나씩 배운다 치면 초·중급은 3개월 동안 15개 정도를 배운다.

자이브 외에 다른 종목의 댄스도 교본에 나와 있는 피겨 외에는 피겨 이름을 누군가가 이름 짓는 수밖에 없다. 특히 선수용 베리에이션 피겨는 그 동작의 피겨명을 누군가 영어로 만들었을 것이고, 한국에서는 한국식으로 알아듣기 쉽게 만들기도 한다.

우리보다 먼저 댄스스포츠를 도입한 일본식 발음도 있다. 우리나라 사교댄스의 대명사인 ‘지루박’은 영어 ‘지터벅(Jitterbug)’에서 왔고 발바닥 사용법을 얘기하는 ‘후두웍’은 영어 ‘푸트웤(Footwork)‘이다. 우리 식으로 서로 편하게 말하고 알아들으며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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