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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BTS가 업비트에서 왜 나와? 하이브·두나무 ‘NFT 혈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BTS 소속사 하이브가 두나무와 NFT 법인을 설립한다. 사진 하이브

BTS 소속사 하이브가 두나무와 NFT 법인을 설립한다. 사진 하이브

방탄소년단(BTS)의 기념품을 NFT(Non-Fungible Token·대체 불가능 토큰)로 볼 날이 머지 않은 걸까.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와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가 지분을 섞고 합작 회사를 세운다. 기술과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결합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

무슨 일이야?

하이브와 두나무가 피를 섞는다. 하이브의 아티스트 지식재산권(IP)를 활용한 NFT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하이브는 두나무에 5000억원을, 두나무는 하이브에 7000억원을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투자한다고 4일 공시했다. 주식 취득 예정일은 24일. 이후 하이브는 두나무 지분 2.48%를, 두나무는 하이브 지분 5.57%를 보유하게 된다. 양사는 내년 상반기까지 합작법인(JV)을 설립할 예정이다. IP와 NFT 기반 신규 팬덤 사업을 함께 추진하기 위해서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왼쪽)과 송치형 두나무 의장이 4일 하이브 온라인 기업설명회에서 NFT 사업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 캡처

방시혁 하이브 의장(왼쪽)과 송치형 두나무 의장이 4일 하이브 온라인 기업설명회에서 NFT 사업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 캡처

하이브·두나무, 뭘 하겠단 거지?

NFT는 디지털 자산의 소유권을 인증하는 증명서. ‘복붙’과 ‘캡처’가 만연한 디지털 세상에서도 ‘이건 세상에 하나뿐인 내 꺼’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 블록체인 기술이다. NFT 플랫폼에서 사고파는 것도 가능. ‘한정판’일수록 그 값은 뛴다.
● 하이브와 두나무는 BTS·세븐틴 등 인기 아이돌의 한정판 앨범, 포토카드, 영상 등 소속사가 만드는 오리지널 굿즈와 콘텐트에 NFT를 적용하려고 한다.
● 4일 하이브 온라인 기업설명회에는 창업자인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송치형 두나무 의장이 함께 출연했다. 방 의장은 포토카드를 예로 들며 “(팬덤 플랫폼) 위버스에서 수집·교환·전시가 가능해지면 다양하고 안전한 경험이 가능하다”며 “플랫폼 내에서 디지털 포토카드를 활용해 내 아바타와 가상공간을 꾸미고, 다른 팬들과 아티스트에게 이런 공간을 보여줄 수 있는 때가 머지 않았다”고 했다. 송 의장은 “카드를 클릭하면 아티스트의 영상, 음악, 목소리가 나오는 공감각적 경험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 엔씨소프트의 팬덤 플랫폼 유니버스도 올 하반기부터 카카오 클레이튼 기반의 NFT 굿즈를 선보이고 있다. 더보이즈·에이티즈·조유리 등 유니버스에 입점한 아티스트들의 앨범, 유리컵, 마우스패드 등 한정판 굿즈가 대상. 구매 기록, 즉 영수증을 NFT로 남겨 카카오 클립에 보관하는 식이다. 구매한 NFT를 되파는 거래는 아직 불가능하다.
● 포토카드 등 아이돌 굿즈는 지금도 팬덤 커뮤니티 내 시세에 따라 거래가 이뤄진다. 인기 멤버일수록, 희귀할수록, 잘 나온 사진일수록 비싸다. NFT 거래가 가능해지면 ‘음지 거래’가 양지로 나오는 셈. 기업에겐 수수료 수익모델, 소비자에겐 일종의 투자상품이 될 수도.

엔씨소프트는 카카오 클레이튼과 함께 강다니엘·더보이즈·에이티즈·에이비식스·조유리·크래비티 등 유니버스에 입점한 아티스트의 NFT 굿즈를 선보이고 있다. 구매한 NFT 굿즈는 카카오 클립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진 유니버스

엔씨소프트는 카카오 클레이튼과 함께 강다니엘·더보이즈·에이티즈·에이비식스·조유리·크래비티 등 유니버스에 입점한 아티스트의 NFT 굿즈를 선보이고 있다. 구매한 NFT 굿즈는 카카오 클립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진 유니버스

궁합은 잘 맞나

IT를 통한 엔터 혁신을 꿈꾸는 방시혁 의장과 NFT 사업을 확장 중인 두나무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
● 하이브의 과제는 수익구조 개선이다. 입대를 앞둔 BTS에 수익 의존도(2020년 매출의 84.7%, 6746억원)가 높다. 2~3년 전부터 국내외 유력 레이블을 흡수하고 게임·출판·교육 등 사업 다각화를 추진한 이유. NFT 법인도 그 일환이다. 암호화폐 시장의 열기, NFT에 대한 MZ세대의 관심, NFT가 메타버스 내 소유권 인증 수단이 된 점, 게임 아이템·디지털 아트로 돈 벌 수 있게 된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 하이브는 아티스트 IP를 활용한 IT 서비스에 꾸준히 투자해왔다. 올해 네이버 V라이브와 통합한 팬덤 플랫폼 ‘위버스’, 최근 흡수합병한 리듬게임 자회사 ‘수퍼브’ 등이 대표적. 네이버웹툰과도 오리지널 웹툰·웹소설을 만들고 있다. 넥슨코리아 CEO 출신인 박지원 대표를 포함해 하이브의 임원 절반 이상이 네이버·구글·야놀자 등 IT 회사 출신이다.
● 두나무는 최근 자회사 람다256을 통해 엔터·스포츠·게임 등 NFT 사업을 확장 중이다. 앞서 7월엔 NFT IP 확보를 위해 JYP엔터에 365억원(박진영 지분 2.5% 인수)을 투자하기도.

이건 알아야 해

3억원에 팔린 NFT 작품. 암호화폐 거래소 FTX, 블록체인 투자사 알라메다 리서치의 대표인 샘 뱅크먼 프라이드가 미국 FTX의 첫 NFT 경매에 앞서 테스트용으로 제작했다는 점이 높이 평가받았다. 사진 FTX 트위터

3억원에 팔린 NFT 작품. 암호화폐 거래소 FTX, 블록체인 투자사 알라메다 리서치의 대표인 샘 뱅크먼 프라이드가 미국 FTX의 첫 NFT 경매에 앞서 테스트용으로 제작했다는 점이 높이 평가받았다. 사진 FTX 트위터

NFT는 아직 ‘갑론을박’이 있는 기술이다. 디지털 창작물에 소유권을 부여했다는 의미는 있지만, NFT 없이도 누구나 공유할 수 있는 ‘전자 파일’의 소유 가치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하기 때문. NFT 가격도 암호화폐 시장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 홍기훈 홍익대 경영대 교수는 “NFT가 진짜 자산가치가 있냐는 것에 미국·유럽 등 해외 투자자들은 회의를 느끼는 단계”라며 “NFT를 구매하더라도, 원본이나 실물은 따로 있고 디지털상에서 복제와 감상이 다 가능하니 되팔 곳이 적다”고 했다.
●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공동창업자 프레드 어삼은 지난 6월 “NFT는 1990년대 닷컴 버블과 비슷하다”며 “3~5년 안에 90%의 NFT는 가치없어질 것”이라고 했다. 단, 코인베이스는 지난달 NFT 발행·구매·전시가 가능한 플랫폼을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