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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이재명에 靑 불편함 전한 것?…재난지원금 묘한 기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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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또는 정부와 추가 재난지원금 문제를 논의한 적은 아직 한 번도 없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 주장과 관련해 4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후보는 재난지원금의 추가 지급을 “적극 추진해달라”고 민주당 등에 주문하고 있지만, 청와대는 ‘고려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것이다.

청와대의 입장은 김부겸 국무총리의 발언과도 상통한다. 김 총리는 전날 “당장은 재정 여력이 없다”며 이 후보 주장에 부정적인 뜻을 드러냈고, 이는 당·정 갈등으로 부각됐다.

이와관련 총리실 핵심 관계자는 “예산 편성 절차 등을 원론적인 수준에서 얘기한 것”이라고 말했지만, 정치권에선 ‘미래 권력’ 대 ‘현재 권력’의 갈등이 표면화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7차 규제자유특구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김 총리는 지난 3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요청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에 반대의 뜻을 밝혔다. 연합뉴스

김부겸 국무총리가 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7차 규제자유특구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김 총리는 지난 3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요청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에 반대의 뜻을 밝혔다. 연합뉴스

민주당 안팎에선 “청와대의 불편한 입장이 김 총리 입을 통해 전달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정세균 총리실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정치권 인사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총리의 모든 발언은 청와대와 조율된 상태에서 나온다고 보면 된다”며 “예산이라는 게 다 계획이 있는데 이 후보가 너무 치고 나가니까 청와대의 불편한 기류가 김 총리 발언에 반영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청와대 내부엔 이 후보가 주장하는 추가 재난지원금과 거리를 두려는 분위기가 있다. 또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는 이 후보가 말한 재난지원금과 관련이 없다. 예산안이 국회로 넘어갔으니 국회에서 논의할 사안”이라며 원론적인 수준의 입장을 밝혔다.

다만 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예산안 시정연설을 찾아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추가 확보되는 세수와 관련해 “국민들의 어려움을 추가로 덜어드리면서, 일부를 국가채무 상환에 활용하겠다”는 두 가지 목표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특히 전자의 목표와 관련해 “(코로나19) 피해 계층을 두텁게 보호하는 데 최우선을 두겠다”며 ‘선별적 지원’ 의사를 밝혔고, 그 대표 예로 손실보상법에 따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지원을 얘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주식시장 발전과 개인투자자 보호를 위한 간담회를 앞두고 증시 활황을 의미하는 황소 동상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주식시장 발전과 개인투자자 보호를 위한 간담회를 앞두고 증시 활황을 의미하는 황소 동상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김 총리의 전날 발언도 문 대통령의 시정연설과 같은 맥락이다. 김 총리는 “피해가 1년 반 이상 누적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 중에서도 손실보상법으로 도와드릴 수 없는 분이 너무 많다”며 “이분들을 어떻게 돕느냐가 지금 정부로서는 제일 시급한 일”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 후보는 국민 1인당 30만~50만원을 재난지원금으로 지급하자는 ‘보편적 지원’ 주장을 펴고 있다. 게다가 단순 추산으로도 15조 5000억원에서 25조 8000억원이 필요하다. 국회 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올해 추가 세수액은 8조 7000억원, 이 후보 주장대로 하려면 추가 세수를 다 써도 부족하다. 문 대통령의 입장과 이 후보의 주장은 배치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다만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김 총리가 (이 지사 주장에) 원천적인 반대를 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수석은 “(김 총리 발언은) 10조원 정도 되는 추가 세수를 가지고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다는 말씀으로 이해한다”며 “당정 협의와 국회 협의로 접점이 찾아질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청와대사진기자단=중앙일보 김성룡 기자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청와대사진기자단=중앙일보 김성룡 기자

이 후보 측 관계자는 “(재난지원급 지급을) 미리 짜고 치는 것도 아닌데, 각자 입장이 엇갈리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일각에선 잡음이라고 보겠지만, 충분히 논쟁을 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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