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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 금융 3위' 한국의 투자 중단에…인니 석탄 발전 반토막

중앙일보

입력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월 청와대 상춘재에서 미국이 주최한 화상 기후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해외 석탄 화력발전소에 대한 공적 금융 지원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청와대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월 청와대 상춘재에서 미국이 주최한 화상 기후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해외 석탄 화력발전소에 대한 공적 금융 지원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청와대공동취재단

인도네시아 정부가 향후 10년간 석탄 화력발전 신규 설비량을 당초 목표치의 절반으로 줄인다는 계획을 내놨다. 그 뒤엔 한국의 정책 변화가 '나비효과'처럼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석탄발전소에 대한 공적 금융 지원을 중단한다는 발표가 변곡점이 됐다. 국내 시민단체는 "선진국으로서 한국 행동이 개발도상국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환영했다.

지난달 발간된 G20의 '기후 투명성 보고서 2021'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향후 10년간 신설 석탄 화력발전 설비를 13.9GW 공급할 계획이다. 2년 전 27.1GW를 공급하기로 결정했던 것에 비하면 절반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2023년 이후엔 이미 건설 중인 곳을 제외한 신규 석탄 화력발전소(35GW 규모) 사업도 시작하지 않기로 했다. 발전 효율이 낮아 탄소 배출량이 kWh당 850g을 넘어서는 석탄발전소는 2030년까지 아예 폐쇄할 예정이다. 인도네시아 정부 내에선 2025년 전까지 석탄 사용을 아예 중단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라고 한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인니 변화 뒤엔 한·중·일 3국 투자 중단

빠른 석탄 화력발전 축소엔 한국·중국·일본이 공적 금융 지원을 중단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환경단체 오일체인지 인터내셔널(OCI)에 따르면 한·중·일 세 국가는 G20 중 해외 석탄 금융 투자액이 큰 국가 1~3위에 나란히 올랐다. 지난 3년 동안 중국은 연평균 약 3조9055억원, 일본은 약 2조4617억원, 한국은 약 1조6805억원을 각각 외국 석탄 발전에 집어넣었다.

'큰손' 동아시아 3개국 중 가장 먼저 변화를 외친 건 한국이었다. 지난 4월 열린 기후정상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신규 해외 석탄 화력 발전소에 대한 공적 금융 지원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탄소중립을 위해 전 세계적으로 석탄 발전소를 줄여나가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문 대통령 발표 16일 뒤 인도네시아전력공사(PLN)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뒤이어 일본과 중국도 5월과 9월에 각각 해외 석탄 발전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난 2일 중국의 한 석탄 광산 주변에 석탄이 가득 쌓여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지난 2일 중국의 한 석탄 광산 주변에 석탄이 가득 쌓여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환경단체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한국은 2011~2020년 해외 석탄 발전 사업에 약 11조1000만원을 투자했다. 이 중 인도네시아 석탄 화력발전소에만 3조4000억원(31%) 가량을 투입했다. 이곳 화석연료 사업에 자금을 집중적으로 보낸 것이다. 그만큼 인도네시아가 받은 충격파도 클 수밖에 없다.

인니 정책연구소 "한국 결정 엄청난 영향"

인도네시아의 정책연구기관인 필수서비스개혁연구소(IESR)도 이러한 분석에 힘을 실었다. IESR 측은 4일 "인도네시아가 석탄 화력발전소를 줄인 데는 한국이 금융 지원을 중단한 영향이 상당하다(tremendous)"고 밝혔다. 인도네시아의 에너지 대전환 가속화에 한국의 변화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파비 투미와 IESR 대표는 "한국의 석탄 자금 지원 중단 결정은 인도네시아의 석탄 프로젝트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문 대통령 발언 한 달 뒤 PLN이 탄소중립을 선언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의 석탄 금융 중단 선언은 인도네시아 정부가 2026~2027년 35GW에 달하는 모든 새로운 석탄 프로젝트를 없애야 한다는 결정까지 내리게 했다"고 덧붙였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근 자와(JAWA)의 석탄화력발전소 자와 9·10호기 건설 예정 부지. 중앙포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근 자와(JAWA)의 석탄화력발전소 자와 9·10호기 건설 예정 부지. 중앙포토

국내 환경단체들은 인도네시아의 석탄 발전 축소 소식을 환영했다. 김주진 기후솔루션 대표는 "석탄 금융 투자 세계 3위로 비판받던 한국의 변화가 개도국의 기후위기 대응 정책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한편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글래스고에서 진행 중인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선 20여 개국 정부와 금융기관이 해외 화석연료 개발 자금 조달을 중단하는 데 합의할 전망이다. 합의에 참여한 국가들은 개도국 석탄 사업뿐 아니라 석유·천연가스 분야에도 공적 금융을 제공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가디언은 영국이 주도하는 이 합의에 중국·일본은 참여할 의사를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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