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고발사주 의혹' 콕집어 "대검 수사정보관실 연내 폐지"

중앙일보

입력 2021.11.05 03:00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담당관이 10월 27일 오전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공수처)가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대기하던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담당관이 10월 27일 오전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공수처)가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대기하던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을 콕집어 거론하며 대검찰청 수사정보담당관실(이하 수정관실)이 연내 폐지를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검찰에선 “일부 부작용 우려가 있다고 수사기관인 검찰에 필수적인 범죄 첩보 수집 기능을 없애면 안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4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법무부 감찰관실은 이른 시일 내에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실을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올해 안에 폐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박범계 장관은 이날 법률신문과 인터뷰에서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실에 문제가 발생한 이상, 일단 폐지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며 “대검 내 반발기류를 알고 있지만, 대국민 선언적 의미에서라도 수사정보담당관실은 폐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발 사주 의혹 등으로 이미 (수정관실) 기능이 거의 정지한 상태”라며 “반드시 필요한 기능이 있다면 리모델링을 거쳐 새로운 근거와 이름으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檢 범죄첩보 수집 전담부서 20여년 만에 사라지나

수정관실은 수사에 필요한 범죄 첩보 등을 수집, 관리하는 부서다. 검찰총장의 ‘눈과 귀’로 통한다. 1999년 1월 검찰의 수사와 첩보수집 기능이 분리되며 대검찰청에 검찰총장 직속으로 첩보수집을 담당하는 범죄정보기획관실을 신설했다. 2018년 2월 수집 대상에서 동향정보를 제외하는 폐지하는 방향으로 개편되며 수사정보정책관실로 이름이 바뀌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해 9월 차장검사 아래 두 명의 1·2담당관을 뒀던 걸 부장검사 수사정보담당관 한 명만 두는 것으로 조직 규모를 축소했다. 검찰총장 직속 기구에서 대검 차장검사 보좌기관으로 지위도 강등시켰다.

이번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수정관실을 폐지하면 검찰의 범죄첩보 수집 전담 부서가 20여 년 만에 사라지게 된다.

수정관실 폐지는 지난 9월 2일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가 조성은씨의 제보에 기반해 고발 사주 의혹을 제기하면서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고발 사주 의혹이란 지난해 4·15 총선을 앞두고 당시 기준으로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이던 손준성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 김웅 미래통합당 후보에게 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을 보내 고발을 사주한 게 아니냐는 내용이다. 현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소속 검사 대부분을 투입해 수사하고 있다.

아직 사건의 실체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박 장관은 그동안 수차례 수정관실 폐지를 시사했다. 법무부 감찰관실은 10월 22일 대검 수정관실 등에 대한 감찰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이후 류혁 감찰관 주도로 수정관실 폐지 방안 검토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고 한다.

수정관실은 고발 사주 의혹뿐만 아니라 그에 앞서 지난해 2월 ‘주요 특수·공안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을 작성한 게 지난해 12월 윤 전 총장에 대한 징계 사유에 포함되며 논란의 진원지가 됐다.

10월 29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 뉴스1

10월 29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 뉴스1

검찰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나…수사 말라는 이야기”

이에 대해 검찰에선 반발하는 목소리가 크다. 일부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해서 수사에 필수적인 범죄첩보 수집 기능을 폐지하는 건 빈대 잡으려다 초가 삼간을 다 태우는 것이라고 검사들이 비판하고 나서면서다.

한 검찰 간부는 “수사기관에서 첩보 수집 기능을 없애는 건 수사하지 말라는 것 아니냐”며 “부작용 없이 본래 역할을 잘하도록 해야지 아예 없애는 건 말이 안 된다”라고 말했다. 불필요한 기능이라면 전국 3000명 정보 경찰도 없애야지 왜 검찰만 없애느냐는 형평성 논란도 인다.

한 고위 검사는 “수정관실에서 올해 상반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의 불법 부동산 투기 의혹 수사 첩보를 수집했다”라며 “수정관실을 없앤다면 유사사건 발생시 공백이 불가피하다”라고 지적했다.

법무부의 이런 움직임이 여권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일환이라는 의심도 나온다.

한 검사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 이후 검찰이 제대로 된 첩보를 입수해 수사하는 기능이 사실상 마비된 상태”라며 “이미 다 망가뜨려 놓은 상태라 이제는 폐지하든 안 하든 변할 게 없을 것 같다”라고 밝혔다.

법무부는 이런 반발을 의식하고 있다. 하지만 수정관실이 앞서 수차례 문제를 일으킨 부서인 만큼 상징적인 차원에서라도 일단 폐지해야 한다는 게 박 장관의 의지라고 한다. 꼭 필요하다면 추후 재설계 과정을 거친 뒤 새로운 이름으로 부활할 수 있다는 여지는 열어 뒀다.

우선은 범죄첩보 수집 기능을 일선 검찰청 등으로 분산할 가능성도 있다. 법무부에선 “위암 환자의 경우 위를 절제하면 십이지장이 위의 기능을 대신하지 않냐”라며 “첩보 수집 기능이 꼭 필요한 것이라면 수정관실을 폐지해도 어떤 형태로든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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