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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봐도 빠르다 빨라” “캐치 미 이프 유 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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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포워드 최준용(왼쪽)과 센터 자밀 워니가 손으로 총 모양을 만들어 장난스러운 포즈를 취했다. 둘은 SK의 스피드 농구를 이끌고 있다. 정시종 기자

포워드 최준용(왼쪽)과 센터 자밀 워니가 손으로 총 모양을 만들어 장난스러운 포즈를 취했다. 둘은 SK의 스피드 농구를 이끌고 있다. 정시종 기자

“집 나갔던 자밀 워니가 이제 돌아온 거죠. 근데 작년에 걔는 누구였냐? 자밀 오니? 자밀 후니?”(최준용)

SK 선두 이끄는 최준용·자밀 워니 #수비 위주 프로농구에 속공 바람 #최, 경기당 18.1득점 국내 선수 1위 #워니, 우울증 극복 후 골밑 맹활약

“헤이~ 초이. 사실 걔는 날 닮은 형이었어. 하하.”(자밀 워니)

3일 경기 용인시 프로농구 서울 SK 훈련장. 최준용(27)이 농담하자, 자밀 워니(27·미국)가 재치 있게 받아쳤다. 사진 촬영 때는 최준용이 누워있는 워니를 심폐소생술로 깨우는 자세를 취하며 계속 장난쳤다.

지난 시즌 8위에 그쳤던 SK는 올 시즌 단독 선두(7승 2패·4일 기준)를 달리고 있다. 센터 워니는 평균 득점(21.1점)과 리바운드(11.9개) 전체 2위다. 2m 장신 포워드 최준용은 득점 18.1점으로 국내선수 1위이자 전체 5위에 올라 있다. 4일 발표한 1라운드 MVP(최우수선수) 투표에서 최준용이 48표 중 36표로 1위를 차지했다. 9표를 받은 워니가 2위였다.

둘 다 지난 시즌 성적은 최악이었다. 키 1m99㎝ 워니의 체중은 한때 130㎏대까지 불었다. 코로나19로 어머니와 외삼촌을 한꺼번에 잃은 충격 탓에 우울증이 왔다. 올 시즌은 체중을 110㎏대로 줄여 날렵해졌다. 워니는 “힘든 일이 있었지만 몸과 마음을 다시 무장했다”고 전했다. 최준용은 “살이 찌더라도 농구를 잘하면 ‘벌크업 했다’고 칭찬 받을 거다. 결국 잘하면 되는 것”이라며 워니를 감쌌다.

최준용은 지난해 12월 왼쪽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돼 14경기만 뛰고 시즌 아웃됐다. 올 시즌 3점슛 5위(평균 2.1개)를 달리는 그는 “농구를 오래 쉬어서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 상대 선수가 ‘쟤랑 하면 지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고 싶었다. 비시즌에 슈팅 훈련을 많이 했지만, 아직 만족하지 않는다. 10개 던지면 7~8개를 넣어야 한다”고 했다. 워니는 “초이가 조용해지면 SK의 에너지가 떨어지는데, 올해는 광기를 보이고 있다”고 거들었다.

포워드 최준용(왼쪽)과 센터 자밀 워니가 훈련장 코트에 누워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고 있다. 둘은 SK의 스피드 농구를 이끌고 있다. 정시종 기자

포워드 최준용(왼쪽)과 센터 자밀 워니가 훈련장 코트에 누워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고 있다. 둘은 SK의 스피드 농구를 이끌고 있다. 정시종 기자

전희철 SK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SK에 물음표가 3개다. 최준용, 워니, 전희철”이라고 말했다. 최준용은 “너랑 나만 잘하면 된다고 부담을 주면 우리가 삐칠까 봐, 감독님이 자기까지 포함한 거야”라고 했다. 그러자 워니는 “오~ 역시 스마트, 코치 전(전희철)”이라고 했다. 올 시즌 SK 코치에서 감독으로 승격한 전희철은 워니와 긴 면담 끝에 재계약했다.

SK는 올 시즌 ‘스피드 농구’를 펼친다. SK에는 김선형이란 걸출한 가드가 있다. 여기에 최준용이 수비 리바운드를 잡아 골 밑까지 치고 들어가고, 워니까지 5명이 함께 달린다. 올 시즌 SK의 속공은 경기당 7.9개(1위)다. 2위 고양 오리온(4.6개)보다 3개 이상 많다. 역대 기록은 2000~01시즌 SBS(현 KGC)의 8.1개. 전희철 감독은 한 경기 속공 10개를 목표로 세웠다. 워니가 “속공 10개를 못하면 초이 탓”이라고 하자, 최준용은 “빠른 걸 원한다면 할 수 있다. 천천히 넣는 걸 원해도 해줄 수 있다”고 자신했다.

워니에게 장난치는 최준용. 정시종 기자

워니에게 장난치는 최준용. 정시종 기자

한국 프로농구는 수비를 잘하는 팀이 우승하는 게 공식처럼 됐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팀이 수비에만 집중하는 천편일률적인 리그가 됐다. 재미가 없어졌고, 인기도 추락했다. 그런 와중에 SK는 문경은 전 감독 시절부터 용감하게 공격 농구를 추구했다. 전희철 감독 역시 이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최준용은 “수비해봐야 알아주지도 않는다. 득점왕이 연봉을 더 받는다. 수비보다 공격을 더 잘하고 싶다. 수비를 아무리 잘해도 골을 못 넣으면 결국 지지 않나”라며 “포지션별로 우리 팀이 다른 팀에 지는 게 하나도 없다. 나랑 (안)영준이는 자신이 없다. 질 자신이”라고 했다. 워니는 “SK는 전통적으로 헤인즈, 초이, 안영준, 최부경 등 포워드 라인이 강하다. 올해도 가드진과 조합을 이루면서 팀이 더 단단해졌다”고 했다.

SK는 개막 출사표는 “슥~ 잡아 봐라~”였다. ‘슥’은 팬들이 SK를 부르는 ‘스크’를 줄인 말이다. ‘잡아 봐라’는 남들이 못 따라잡는 스피드 농구를 하겠다는 의미다. 최준용은 “우리가 봐도 빠르더라. 워니, 이거 봐. 나랑 너랑 영준이가 너무 빨라서 누가 공을 치고 나가지도 모르겠어”라며 휴대폰으로 워니에게 창원 LG전 속공 영상을 보여줬다. 워니도 다른 팀을 향해 한마디 남겼다.

“캐치 미 이프 유 캔(잡을 수 있으면 잡아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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